반복되는 염기서열 길이로 친자 확인 가능

"제가 이렇게까지 아니라고 할 때는 제 말을 좀 믿어 주셨으면 좋겠어요!"
경북 구미 3세 여아 사망 사건으로 DNA 친자 검사에 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친모로 추정되는 석모(48)씨가 4차례에 걸친 DNA 검사 결과에도 출산 사실 자체를 강력하게 부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석씨는 자신을 외할머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경찰도 단호하다. 여러 차례 브리핑을 통해 DNA 검사 결과 정확도는 99.9999% 이상이며, 검사가 틀렸을 가능성은 없다고 일축했다. 정말 DNA 검사가 틀릴 가능성은 없는 걸까?
◇친자 확인할 때 염기쌍, ‘일부’만 비교
DNA 친자 확인 검사를 한다면 DNA 전체를 비교해서 결과를 낼 것 같다. 하지만 친자 확인을 위해 확인하는 DNA는 일부 부위 중 STR(짧은 염기서열 반복 구간)이라는 부위만 확인한다. STR은 염색체에 존재하는 유전좌위로 2~4개 정도로 짧은 염기가 계속 반복되는 특성이 있는 구간이다. DNA(디옥시리보핵산)는 아데닌(A), 구아닌(G), 티민(T), 사이토신(C)이라는 총 4종의 염기 분자로 구성되기에, 염기서열이 ‘5'-AGATAGAT…AGAT-3'’ 등과 같이 반복되는 구간이 있다면 STR이다.
DNA 전체를 읽어내서 비교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휴먼게놈프로젝트(HGP)로 한 사람의 유전 정보를 읽어내는데 약 10여년이 걸렸다. 또 굳이 전체 DNA를 비교할 필요도 없다. 유전자는 DNA 중에서도 눈이나 코 등 특정 물질을 만들어내는 데 역할을 하는 염기서열을 가진 부위인데, 유전자 염기서열은 개인차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이 부분이 다르면 다른 단백질이 만들어져 선천적 질환이 생기게 된다.
STR은 엄밀히 말하면 유전자가 아니다. DNA 위에 있는 유전좌위로, 개인마다 다른 특징을 보여 개인 구별을 할 수 있게 돕는 구간이다.
◇STR 모두 같다면, 친자일 확률 매우 높아
친자 확인을 위해 고작 일부 반복 구간만 확인해도 되는 걸까? 충분하다. 한국유전자검사평가원 친자확인 연구원 관계자는 “친자 확인을 할 때, STR 분석법만으로도 충분히 정확도가 높다”고 말했다.
우리 DNA에는 STR 여러 개가 고르게 분포돼 있는데 이중 15~20개 부위를 조사해 반복되는 구간의 길이가 모두 같을 때 친자 확인 결론을 내리기 때문이다. 각 부위 모두 사람마다 길이가 다른 특이성을 띤다. 물론 혈연이 없는 관계에서도 어느 정도는 같을 가능성이 있지만, 친자관계가 아니라면 모두 일치할 가능성은 매우 적다. STR 부위를 여러 개 비교할수록 모두 같을 확률이 급감하기 때문이다. 고려대의대 법의학교실 박성환 교수는 “기기에 따라 STR을 동시에 15, 21, 23개까지 비교가 가능하다”며 “15개짜리로 비교해도 전부 일치할 확률은 약 10만분의 1 정도는 된다”고 말했다. 집단 유전학적 통계 자료 및 부권 확률 공식에 근거해 적어도 99.95% 이상이어야 친부로 판정한다. 3개 이상 STR 부위가 불일치하면 친자관계가 아닌 것으로 결론 내린다. 돌연변이로 불일치할 경우를 고려해서 3개까지 한도를 정해뒀다.
◇그래도 못 믿겠다면…
STR 비교 분석만으로도 충분히 정확도가 높지만, 그래도 정 못 믿겠다면 미토콘드리아의 DNA를 비교하면 된다. 미토콘드리아는 독자적인 DNA를 가지고 있으며, 모계 유전을 한다. 특정 형질을 만들어내지 않는 유전좌위에서는 염기쌍 특정 개수마다 1개씩 돌연변이가 나타나는 것으로 보고되는데, 친자일 경우 달라진 염기쌍을 그대로 전달받아 같은 위치에 돌연변이 염기쌍을 가지고 있을 확률이 매우 높다. 이렇게 달라지는 부위를 SNP라고 부른다.
다만, 경북 구미 3세 여아 사망 사건에서는 미토콘드리아 DNA 분석이 크게 의미가 없다. 외할머니이든 엄마이든 같은 모계를 가졌다면, 미토콘드리아 DNA를 비교했을 때 일치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