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보다 무서운 비만 ④] 암처럼 고도비만은 질병…'의지'를 믿지 말라

입력 2021.03.22 17:22

비만대사 수술, 2019년부터 건보 적용

고도비만
전문가들은 BMI 35 이상으로 고도비만이 되면 식이요법·운동·약물 같은 비수술적 치료로 정상으로 돌아가기 어렵다고 본다. 결국 비만대사 수술을 고려해야 한다./게티이미지뱅크

고도비만은 질병이다. 게을러서, 정신적으로 유약해서, 잘못 살아서 그렇게 뚱뚱해진 것이 아니다. 모든 질병이 유전적·환경적 요인에 의해 발생하듯, 고도비만 역시 그러한 이유로 발생한다. 

1990년대 초반 미국에서는 고도비만을 질병으로 선언했다. 대한비만대사외과학회 안수민 회장(강남세브란스병원 소아외과 교수)은 "위암·간암에 걸린 환자가 큰 잘못을 해서 병에 걸린 것이 아니며 자기 의지만으로 치료가 어려운 것처럼, 고도비만도 마찬가지”라며 “위암·간암처럼 고도비만도 결국 의학적인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20~30대 젊은층서 고도비만 가파르게 증가
고도비만은 나라마다, 학회마다 기준이 다르지만, 비만대사 수술까지 필요한 심각한 비만은 체질량지수(BMI) 35kg/㎡ 이상으로 정의한다. 

대한비만학회 2020 팩트시트에 따르면 BMI 35 이상 고도비만(클래스3) 유병률은 2009년 0.3%에서 2018년 0.81%로 10년 새 3배 가까이 증가했다. BMI 30 이상으로 넓혀보면 유병률이 2009년 3.2%에서 2018년 5.2%로 증가했다. 특히 20~30대 젊은층에서의 고도비만 인구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BMI 35 이상 기준 2009년 0.44%에서 2018년 1.61%로 4배 가까이 증가했다.<아래 그래프>

대한비만대사외과학회 유문원 홍보위원장(서울아산병원 위장관외과 교수)은 "최근 코로나19 유행이 고도비만 환자를 직접적으로 증가시켰는지 아직 알 수 없지만,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실외 생활이 위축되고 운동시설이 제한되고 배달음식 등을 과량 소비하게 돼 체중이 증가하는 환경은 맞다”고 말했다.

최근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는 2030 고도비만 유병률. 빨간색 꺾은선 그래프를 보면 2009년 0.44%에서 1.61%로 증가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고도비만은 ‘질병’이라고 인식해야
비만은 천천히 진행하고 수년간 혹은 수십 년간 불어난 체중으로 살았기 때문에 경각심이 떨어지지만, 혈관·심장·뇌·간 등 온몸을 망가뜨리는 질병이다. 대한비만학회 김양현 교육이사(고려대안암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고도비만은 건강에 더 큰 문제를 유발한다”며 “체내 지방이 많을수록 염증 반응이 늘어나고 인슐린 저항성이 유발되며 혈당·혈압·혈중 콜레스테롤이 올라가면서 심뇌혈관질환의 위험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이는 젊은 사람에게도 해당되는 이야기이다. 또한 심리적으로도 위축된 채 살아간다. 고도비만 환자들은 가족·사회로부터 차별을 받는 경우가 많은데, 들여다보면 자기 자신도 스스로를 차별하고 있으며 우울증 등 정신과적인 문제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

결국 살을 빼야 한다. 고도비만은 ‘의지 박약’의 문제가 아니다. 치료를 받아야 하는 ‘질병’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결국은 수술 해야
전문가들은 BMI 35 이상으로 고도비만이 되면 식이요법·운동·약물 같은 비수술적 치료로 정상으로 돌아가기 어렵다고 본다. ‘임계점’을 지났다고 보는 것. 유문원 홍보위원장은 “고도비만 환자들은 자신만의 의지로 체중을 줄이는 것은 매우 어렵다”며 “설사 일시적으로 체중 감량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다시 요요 현상이 되풀이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불어난 체중으로 오랜 기간 살아왔기 때문에, 갑자기 살을 빼면 우리 몸에 방어 기능이 작동해 호르몬의 변화가 생기고 대사율이 떨어지며 지방을 축적하려고 한다. 결국 ‘요요’가 오게 되는 것. 요요는 반복될수록 더 강해져 처음보다 체중이 더 늘어나는 경우도 많다. 김양현 이사는 "식이요법·운동·약물로는 보통 체중의 5~10% 감량을 목표로 한다”며 “고도비만 환자는 빼야할 체중이 많고, 요요 없이 장기간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결국 수술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100kg 인 환자가 비수술 치료를 하면 10kg 뺄 수 있지만 수술을 하면 30kg을 뺄 수 있다.

안수민 회장은 “스웨덴에서 비만 환자를 20년 간 추적한 결과, 식이요법·운동·약물 등 비수술 치료로는 체중의 4% 정도가 빠진 채 5년 동안 유지했지만, 비만대사 수술 환자의 경우 체중의 30% 이상이 빠진 채 5년 동안 유지됐다”고 말했다.

◇수술, 위 용적 줄여 못 먹고, 흡수 덜하게
비만대사 수술은 기본적으로 위 사이즈를 대폭 줄여 잘 못먹게 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최근 활발히 적용되는 ‘위소매 절제술’은 위를 바나나 형태로 줄이는 수술이다. 2L까지 들어가는 위 저장 능력을 150cc로 줄인다. 흡수를 덜하게 하는 방식도 있다. ‘루아이 위우회술’이 대표적. 위를 식도 부근에서 작게 남기고 영양소 흡수가 많은 십이지장을 자른 뒤 소장과 연결하는 수술이다. 이들 수술을 하면 음식 섭취량이 크게 줄고 먹은 음식도 소화흡수가 잘 안 된다. 소화가 덜 된 음식물이 소장으로 쏟아져 들어가면서 평소에는 적당량 분비되던 장 호르몬이 급격히 혈중으로 방출돼 혈당을 낮추고 식욕을 억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30%의 체중 감소는 물론, 당뇨병을 가진 고도비만 환자들은 비만 수술 후에 정상 혈당이 되는 경우가 많다. 최근에는 비만 수술을 당뇨 수술이라고도 부르는 이유도 이런 효과가 밝혀졌기 때문이다.

안수민 회장은 "이런 수술들은 물리적으로 위 용적을 줄이는 방법이었지만, 대사에 관여해 ‘체질’까지 바꾸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최근 밝혀졌다”며 “마치 소가 뒷걸음치다 쥐를 밟은 격으로 의도치 않게 추가적인 효과들이 밝혀지기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대표적인 것이 장내 세균총의 변화다. 장내 세균은 대사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술 후 비만을 유발하는 세균이 적어지는 등 변화가 생긴다.

장내에는 내분비 세포가 있는데, 위 절제를 통해 호르몬 분비도 바뀐다. 예를 들면 위의 아래 부위에 있는 세포에서는 배고픔을 느끼게 하는 ‘그렐린’이 분비된다. 수술로 위를 절제하면 내분비 세포가 제거돼 식욕이 떨어지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BMI 35 이상이면 고려를
안수민 회장은 “BMI 35 이상이라면 비만대사 수술이 최후의 수단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식이요법, 운동과 동일선상의 치료라고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만대사 수술은 2019년 1월부터 건강보험이 적용 돼, 수술 비용의 20%만 환자가 부담하면 된다. 대상자는 BMI 35 이상 BMI 30이상이면서 비만 관련 질환(당뇨병, 고혈압, 지방간, 수면무호흡증)이 동반되는 경우 BMI 27 이상이면서 혈당조절이 되지 않는 제2형 당뇨병 환자가 약물 치료, 운동요법, 행동치료 등으로 치료가 안 되는 경우다.

유문원 홍보위원장은 “수술 목표는 고도비만 환자가 초과 체중(현재 체중–이상체중)의 50% 이상 감량하고 장기적으로 유지하는 것”이라며 “남아있는 초과 체중은 환자가 운동이나 식이 요법 등으로 조절하면 더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감소된 체중이 2~3년 후부터 다시 증가할 수 있고 이때 동반질환이 악화될 수 있어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김양현 이사는 “위를 잘라내면 비타민, 철분 흡수가 부족해지기 때문에 영양제로 평생 보충해줘야 한다”며 “비만대사 수술을 고려하는 환자에게 충분한 설명과 선택의 기회를 줘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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