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보다 무서운 비만 ①]'런닝머신은 단팥빵을 이기지 못한다'

입력 2021.03.05 17:42

거리두기 때문에 살쪄? 핑계일 수도

비만
코로나 1년, 어린이나 어른이나 할 것 없이 살이 쪘다. 비만은 염증을 만들어 혈관을 병들게 하고, 심장·뇌·간·장 등 온갖 장기를 망가뜨린다.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코로나 시대, 비만이 ‘전염병’처럼 번지고 있다. 2020년 1월 국내 코로나19 첫 환자 발생 이후 1년이 훌쩍 지났다. ‘1년 동안 남은 건 살’이라는 자조 섞인 소리를 하는 사람이 많다. 실제로 어린이나 어른이나 할 것 없이 살이 쪘다. 비만은 염증을 만들어 혈관을 병들게 하고, 심장·뇌·간·장 등 온갖 장기를 망가뜨린다. 침묵의 살인자다.

◇코로나 이후 체중 증가 확연
지난 10월 대한소아청소년학회에 발표된 연구를 보면 6~12세 소아청소년 188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 감염이 본격화된 2~3월 기준 그전 3개월 동안과 이후 3개월 동안 체중 변화를 살펴봤다. 그 결과, 코로나 이후 체중 증가 정도가 그전과 비교해 확연하게 차이가 났다. 비만을 나타내는 체질량지수가 18.5㎏/㎡에서 19.3㎏/㎡로 의미 있게 상승했으며, 과체중 아동 비율도 24.5%에서 27.7%로 증가했다. 연구를 주도한 고려대안암병원 소아청소년과 이기형 교수는 “관찰 기간이 3개월이라 비교적 짧은데도 이런 결과가 나온 것으로 볼 때, 비만한 소아 청소년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성인도 상황은 비슷하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이 지난해 성인 103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42.1%가 “코로나19 이후 체중이 증가했다”고 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건강검진 수검 결과에 따르면 2020년 30·40대 남성 비만율은 각각 54.03%, 52.59%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운동만 해서 살 뺀다는 것 ‘불가능’
코로나19가 비만을 불러온 이유는 무엇일까.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헬스클럽·체육관 폐쇄나 외출 제한 등 때문에 ‘못 움직여서’ 체중이 늘었다고 많은 사람들이 생각한다. 이에 대해 한양대구리병원 내분비대사내과 이창범 교수(대한비만학회 이사장)는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활동 제약 때문에 비만이 늘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많이 먹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잘 못 움직이는 코로나 환경이라면, 당연히 덜 먹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다. 다이어트는 어떻게 보면 아주 간단한 원리다. 섭취 칼로리보다 소비 칼로리를 높이는 것.

명지병원 내분비내과 이재혁 교수(대한비만학회 홍보이사)는 “비만학계에서 '런닝머신은 단팥빵을 이기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며 “운동을 열심히 해봤자 많이 먹으면 절대 체중 감량을 할 수 없다는 것을 빗댄 말”이라고 말했다. 비만 개선을 위해서는 결국 먹는 것을 줄여야 한다. 일례로 밥 한공기(300kcal)를 소모하려면, 1시간 30분을 빠른 걸음으로 걸어야 한다. 라면은 500kcal, 돈까스는 800~1000kcal나 되므로 운동으로 ‘퉁 치려면’ 훨씬 더 격한 운동을 오래 해야 한다. 먹고 싶은 것을 마음껏 먹고 '운동 열심히' 해서 살 뺀다는 말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창범 교수는 "체중 감량에 첫째도 둘째도 중요한 것이 음식 섭취이며, 그 다음 다음 정도가 운동"이라며 "코로나 때문에 운동을 못해서 살이 찔 수 밖에 없다는 것은 핑계"라고 말했다.

◇배달 음식·밀키트 칼로리 높아
코로나가 비만을 불러온 첫번째 이유는 ‘배달 음식 섭취 증가’에 있다. 이재혁 교수는 “집콕 생활을 한다 해도 삼시세끼 집밥을 먹는 경우는 드물다”며 “세끼 중 한끼는 배달 음식으로 때우는데, 배달 음식은 메뉴도 한정돼 있고 기본적으로 칼로리가 높다”고 말했다. ‘맛’을 내기 위해 지방과 당분·나트륨을 많이 쓰기 때문이다. 이재혁 교수는 “밀키트라고 불리는 간편 조리 식품도 간단하지만, 조미료 등이 많이 들어 순수한 집밥하고는 다르다”고 말했다.

식당에서도 영업 제한 시간이 있고, 코로나 위험 때문에 밥을 빨리 먹어야 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이런 환경도 체중 증가를 부추긴다. 빨리 먹으면 포만감을 충분히 못 느끼고 많이 먹게 된다. 이재혁 교수는 "배달 음식을 통해 섭취 칼로리가 많아지고 활동량은 줄면서 살찐 사람이 증가한 것"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코로나가 장기화 되다 보니 스트레스가 만연해있다. 이 교수는 “코로나 스트레스로 인해 코르티졸이 만성적으로 분비되면, 식욕은 증가하고 우리 몸은 지방을 저장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결국엔 칼로리 제한
코로나 시대에 살 좀 쪄도 된다고 안도해서는 안된다. 이창범 교수는 "살은 한 번 찌면 몸이 거기에 세팅이 된다”고 말했다. 코로나 시대에 살이 찌지 않도록 해야 한다. 여기에는 '칼로리 제한'이 핵심이다. 배달 음식 대신 집밥을 먹으라는 것도 결국 ‘칼로리’ 때문이다. 자신의 하루 적정 섭취 칼로리를 알고, 칼로리를 맞춰서 먹어야 한다. 하루에 섭취해야 할 칼로리를 계산하기 위해 먼저 표준 체중을 알아야 한다. 남자의 경우 '키(m)의 제곱×22', 여자는 '키(m)의 제곱×21'이 표준 체중이다. 예를 들어, 키가 175㎝인 남성 A씨의 표준 체중은 '1.75²×22'로 67.3㎏이다. 표준 체중 kg당 30kcal를 곱한 것이 하루 섭취해야 할 적정 칼로리이다. 체중 감량이 목적이라면 적정 칼로리에서 500 kcal를 덜 먹어야 한다.

기초대사량을 올려야 하기 때문에 어쨌든 운동은 해야 한다. 코로나 이전의 생활로 돌아가기 어렵기 때문에 헬스클럽·체육관에서 하는 운동에 집착하기보다 거리두기 와중에도 가급적 움직이려고 노력하자. 직장인이 점심을 먹으로 갈 때는 먼 거리에 있는 식당을 선택해 조금이라도 걷는 식이다. 일상 생활 중에서 신체 활동을 증가시키는 니트(NEAT) 운동이 코로나 시대에는 도움이 된다. 에스컬레이터 대신 계단으로 다니고, 한두 정거장 먼저 내려 걸어가기 등이 니트에 해당한다. 이재혁 교수는 "다만 운동의 강도를 따져가며 해야 한다"며 "숨이 차서 옆사람과 평온한 대화가 안될 정도의 중강도 이상의 운동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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