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공=에스앤유서울병원)
“무릎은 편안함이다. 무릎은 부모의 헌신이다”
‘무릎’이라는 노래의 가사다. 불면증으로 잠을 이루지 못한 화자가 할머니의 무릎, 정확히는 대퇴부에 머리를 베고 누워 까무룩 편안히 잠이 드는 모습을 담은 곡이다. 들을수록 마음이 안쓰럽지만 동시에 평온하고 따뜻함이 느껴지는 가사다.
하지만 지난 20년 이상을 무릎에 대해 알아오고 고민하고, 약 17년 정도를 본인의 이름을 걸고 인공관절을 포함한 각종 무릎 수술을 해 온 필자로서는, 이 노래를 들을 때마다 다른 생각이 든다. 많은 할머니들이 나이 들면서 무릎의 관절염이 심해지고, 무릎이 뻣뻣해지며, 대퇴부 근육이 약해져 무릎 베개는 많이 힘들어지지 않을까라는 생각이다. 가끔 진료실에서 무릎을 쪼그리는 자세로 설명을 듣는 보호자들을 보면 기겁을 하고, 이렇게 무릎에 안 좋은 자세를 보면 불편하게 느끼는 것이 일상인 필자의 유난한 마음 때문일지도 모르지만.
무릎을 베고 누운 사람을 편안하게 해 주기 위해 힘들게 무릎을 허락하는 누군가가 있는 상황이라면, 아마도 무릎을 베게 함으로써 내 심장 가까이 더 다가오는 것을 허락하는, 가족이나 연인처럼 굉장히 친밀하고 가까운 사이에 있는 두 사람일 것이다. 이런 아름다운 모습은 보는 이들마저 흐뭇하게 하고, 이런 행복은 계속 유지되어야 한다고 누구든 바라게 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무릎이 아프면 더 이상 이런 무릎 베개조차 어려워질 수 있다는 사실이 참 슬픈 일이다.
인공관절 수술, 미루기만 할 일은 아니다
무릎이 불편하다고 해서 무조건 수술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퇴행성 변화가 심해지면 결국 인공관절 수술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은 무릎 의사가 아니어도 모두들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래서 부모님 또는 조부모님의 무릎을 걱정하며 가족들이 모두 근심어린 표정으로 필자의 진료실을 찾는 경우가 많다.
진료실이 가족들로 가득 찰 때면, 그에 비례해서 필자의 책임감도 더욱 무겁게 다가온다. 물론 처음부터 수술을 해 달라고 찾아오시는 분들도 많지만, 무릎이 아픈데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몰라 의견을 구하러 오는 분들 또한 많다. 자, 이제 부모님의 헌신의 결과물을 어떻게 해서 가족의 편안함으로 바꾸어 놓을 것인가?
필자가 매일 진료실에서 보는 심한 무릎 퇴행성 관절염에 대한 인공관절 치환술은 해마다 빠른 속도로 늘어나, 이제는 국내에서만 매년 12만 명이 넘는 분들이 받는 대중화된 수술이 되었다. 수술 후 90% 이상에서 20년 이상 잘 사용하고 계신 이미 확립된 안전한 수술이다.
따라서 객관적으로 관절염이 심하고 주관적으로 통증이 심한 경우라면 굳이 보존적 치료만 고집하며 인공관절 수술을 무조건적으로 미룰 필요가 없다는 점에 대부분의 무릎 의사들이 동의하고 있는 내용이다.
다만 수술의 필요 여부와 종류, 방식 등을 결정하기 위해서는 필자의 자세한 진료가 반드시 선행되어야 하고, 의학적 결정 후에도 우리 모두(환자, 보호자, 의사)의 거듭되는 고민과 생각이 뒤따르게 된다. 실제로 어떤 수술이 환자에게 가장 도움이 될지에 대해 필자가 너무 신중하게 생각하는 모습이 오히려 보기에 딱해 보이였는지, “이제 그만 고민하고 빨리 수술 날짜를 잡아 달라”는 환자의 말을 들을 때도 있었다.
환자의 두려움을 덜어주는 기술
최근에는 로봇 무릎 인공관절 치환술의 열풍이 불고 있다. 수많은 논문과 학술발표에서 로봇을 이용한 수술이 정확성과 정밀성을 보이고, 집도의의 판단과 수술 결과에도 긍정적 영향을 준다는 내용이 소개되고 있다. 이외에도, 뼈와 연부조직(근육, 인대, 피부 등)을 최대한 보존해 수술 후 초기 통증이 감소하고, 재활이 빠르다는 보고도 이제는 너무나 자연스럽고 일반적이며 당연하다.
필자가 깜짝 놀라는 부분은 진료를 보러 오는 많은 환자들이 이미 이러한 정보를 잘 알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필자에게 찾아오는 환자들이 가장 크게 걱정하는 두 가지를 고르라면 압도적으로 수술 후 통증(아플까봐)과 수술 후 재활(못 굽힐까봐)에 대한 두려움이다. 가려운 곳을 긁어 주듯이 로봇 수술이 이러한 걱정을 덜어줄 수 있다는 점에서, 무릎 의사의 입장에서는 역시 너무나도 고맙고 반가운 기술임에 틀림없다.
최근의 로봇 수술장비들은 이전보다 그 기능이 점점 더 발전하고 있고, 국내 유수의 병원들도 서로 앞다투어 로봇을 도입하고 있다.
물론, 로봇 무릎 인공관절 치환술은 로봇에게 모든 것을 맡기는 수술이 결코 아니다. 경험이 많은 베테랑 무릎 전문의가 로봇으로부터 유용한 환자 정보를 얻어 최상의 결과를 얻어 내는 수술이다. 필자 역시 본인의 손만 가지고도 십 수년 이상 수술을 해 온 입장에서는 로봇이 필자를 도와주는 것이 매우 기쁘고 든든한 일이다.
로봇이 무릎 의사를, 무릎 의사가 다시 로봇을 이용하여, 환자분들에게 최적의 수술 결과를 보여주게 되는 것이다.
필자에게 인공관절 수술을 받는 분들은 닳고 없어진 기존의 무릎관절을 대신해 새로운 인공관절을 가지게 됨으로써 이제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게 된다. 그동안 열심히 살아오시면서 많이 사용해온 원래의 관절이 이제는 제 역할을 다했을 지만, 인공관절 수술로서 새로운 무릎과 함께 예쁘고 힘차게 다시 걸어갈 수 있다.
필자는 수술할 때마다 환자들의 무릎이 이전보다 더 부드럽고 편안하시기를 기대하고, 무엇보다 그동안의 고통은 수술을 통해 많이 호전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수술 후, 다시 찾은 편안한 우리 모두의 하루
수술을 받고 나서 외래에 온 환자들이 “점점 많이 나아진다”는 말을 하고, 또 환자와 그 가족들이 감사 인사를 건넬 때, “아 이렇게 또 좋은 일 하나를 더 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기쁜 마음으로 기분 좋게 하루를 보낸다.
아마도 부모님의 헌신을 그 가족의 편안함으로 바꾸어 드린 순간이 아닐까. 어쩌면 무릎 베개를 다시 할 수 있으실지도 모르겠다.
* 본 칼럼의 내용은 헬스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무릎 퇴행성관절염, 십자인대 파열, 반월상연골판 손상, 관절연골 병변 등 무릎 통증을 유발하는 질환은 다양합니다. 전 서울대학교병원 임상진료교수이자 로봇인공관절 수술교육센터장인 장작 원장이,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무릎 치료에 대한 솔직한 견해를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