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보다 무서운 비만 ③] 어릴 때 비만 못잡으면 평생 '다이어트 숙제'

입력 2021.03.15 17:24

소아청소년 비만 급증… "병원에 살찐 아이들 정말 많이 와요"

치킨 먹는 어린이
세살 비만 여든까지 가며, 비만으로 생긴 각종 합병증은 평생 안고 살아야 한다. 지금 당장 아이들을 비만의 굴레에서 벗어나게 해야 한다./게티이미지뱅크

코로나는 아이들을 더 살찌게 만들었다. 등교를 안하고 학원 문을 닫는 등 일상이 송두리째 바뀌면서 벌어진 일이다. 부천순천향대병원 소아청소년과 홍용희 교수는 "병원에 살 찐 아이들이 정말 많이 온다"며 "1년에 10kg 찌는 것은 놀랄 일도 아니다”고 말했다. ‘어릴 때 비만은 다 키로 간다’고 믿는 부모들은 요즘 없을 것이다. 세살 비만 여든까지 가며, 비만으로 생긴 각종 합병증은 평생 안고 살아야 한다. 지금 당장 아이들을 비만의 굴레에서 벗어나게 해야 한다.

◇코로나, 소아청소년 비만에 기름 붓는 격
코로나 때문에 등교를 못하고 놀이터도 못 나가고, 태권도 등 체육 시설도 가지 못하면서 아이들의 활동량이 크게 줄었다. 반대로 집에서 스마트폰 하는 시간은 늘었고, 늦게 자고 야식을 먹는 경우는 늘었다. 홍용희 교수는 "코로나가 종합적으로 살이 찔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실제 서울성모병원 성장클리닉에 등록된 4~14세 소아청소년 226명을 조사한 결과, 등교 연기 조치가 처음 시행됐던 지난해 3월 2일을 기준으로 직전 1년(2019년 3월 2일~2020년 2월 1일)에 과체중군이나 비만군에 속했던 소아청소년은 전체 23.9%였는데, 코로나 19 직후 6개월 동안에는 이 비율이 31.4%로 급격하게 증가했다.

그렇잖아도 한국의 소아청소년 비만은 ‘빨간불’ 상태였다. 코로나 사태가 기름을 부은 격이다. 소아청소년의 과체중·비만율은 2015년 21.8%에서 매년 증가해 2019년에는 25.8%였다.(교육부,학생건강검사) 과체중은 체질량지수(BMI)를 성별·연령별·체질량지수 백분위수 도표에 대비해 85백분위수 이상 95백분위수 미만인 경우를 말하고, 비만은 95백분위수 이상인 경우를 말한다.

◇어릴 때 비만, 80~90%가 성인 비만으로
어릴 때 비만하면 80~90%가 성인 비만으로 간다. 평생 다이어트를 숙제처럼 안고 살아야 한다. 성인비만은 이미 만들어진 지방세포들의 크기가 점점 커지는 '비대형 비만'인데, 소아비만은 지방 세포 수 자체가 늘어나는 '증식형 비만'이다. 지방세포 크기는 운동, 식이요법 등으로 줄일 수 있지만, 지방세포의 수는 지방 흡입 같은 인공적인 수단이 아니며 해결 방법이 없다. 그래서 소아청소년 비만의 대다수가 성인비만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비만은 몸에 염증을 만들어 온갖 합병증을 불러온다. 이상지질혈증, 지방간, 당뇨병 같은 대사 이상 질환도 만든다. 어릴 때부터 뚱뚱하면 오랜 기간 나쁜 요소들이 ‘누적’돼 합병증 위험이 높아진다. 우울감, 과잉행동 등 다양한 심리적 문제뿐 아니라, 자기 외모에 대한 열등감과 자신감 결여가 발생해 사회생활에 지장을 줄 수도 있다. 고대안산병원 소아청소년과 이영준 교수(대한소아내분비학회 총무이사)는 "10대 걸리는 당뇨병과 50~60대 걸리는 당뇨병의 위험 정도는 다르다"며 "어린 나이에 비만으로 합병증 위험을 안고 살다보면 사회·경제적 활동을 제대로 못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래서 소아청소년 비만은 사회적 문제로 봐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주장한다.

운동하는 어린이
매일 1시간은 땀나는 운동을 해야 한다​. 학생들 ‘홈트레이닝’을 유도해 원격 수업 항목에 집에서 아동들이 따라할 수 있는 운동 동작을 포함시켜 의무적으로 이수해야 하는 필수 과목으로 지정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게티이미지 뱅크

◇특효약은 없다… 칼로리 제한 없이 식사 질 높여라
소아청소년 비만이 어려운 이유는 특효약이 없기 때문이다. 이영준 교수는 “아동·청소년에게 쓸 수 있는 비만 약이 거의 없다”며 “위를 자르는 대사 수술도 성장기인 소아청소년은 적용 대상이 아니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소아청소년 비만은 ‘식이요법’과 ‘운동’이 유일한 해결책이다. 그것도 ‘성장’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성인처럼 ‘칼로리 제한’이나 ‘체중 감량’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 이영준 교수는 “소아청소년 비만 개선에는 고차 방정식 같은 다양한 요소를 고려한 처방이 이뤄진다”고 말했다.

먼저 식이요법의 경우 칼로리를 줄이기 보다는 식사의 질을 높이는 방식으로 처방한다. 균형잡힌 식단을 구성하기 위해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의 비율을 5:3:2로 하며, 채소는 충분히 섭취하게 한다. 홍용희 교수는 "성인처럼 먹는 것을 줄여서 살을 빼서는 안된다"며 "기름을 덜 쓰고, 채소를 좀더 먹게 하는 등 조리법을 달리해서 식사의 질을 좋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라면이나 탄산음료를 즐기는 아이들은 거의 뚱뚱하다"며 “탄산음료와 라면 섭취는 안 할수록 좋다”고 말했다. 과일주스 대신 하루 한 번 신선한 과일을 먹도록 한다.

무엇보다 식사는 규칙적으로 해야 한다. 늦잠을 자면 아침을 거르고 점심을 과식하는 경우가 있다. 세끼를 일정한 시간에 맞춰 규칙적으로 먹어야 하며, 야식은 금물이다.

배달 음식을 시켜먹더라도 치킨·피자·햄버거·떡볶이가 아닌 월남쌈·비빔밥·백반 등 영양소 밸런스가 맞춰진 메뉴를 고르는 것이 좋다.

또한 매일 1시간은 땀나는 운동을 해야 한다. 일상에서 움직이는 것을 습관화하는 것도 좋다. 주말에는 밖으로 나가서 활동을 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게임·유튜브 등 스마트폰을 하는 시간은 하루 1시간으로 제한을 둬야 한다.

◇학교·지역사회 뒷받침 필요… ‘홈트레이닝’ 원격 수업으로
소아청소년 비만은 아이 혼자, 부모 혼자 해야하는 숙제가 아니다. 홍용희 교수는 “학교, 지역사회, 정부가 적극 참여해야 하며 무엇보다 국가적 제도와 정책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고려대안암병원 소아청소년과 이기형 교수는 “먼저 학교 체육이 변해야 한다”며 “학생들 ‘홈트레이닝’을 유도해 원격 수업 항목에 집에서 아동들이 따라할 수 있는 운동 동작을 포함시켜 의무적으로 이수해야 하는 필수 과목으로 지정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등교하는 날에는 일반 과목과 함께 야외에서 학생들이 체육 활동을 하는 적정 체육 시간을 유지하고 운동에 대한 흥미를 잃지 않도록 권해야 한다.

지역 사회와 정부의 지원도 필요하다. 이기형 교수는 “장기적으로 지자체에서 공공 체육시설을 늘리고 그에 따른 다양한 소아 청소년 체육 프로그램 운영도 병행해야 한다”며 “또 비만합병증 위험이 높은 고도 비만 아동을 관리하려면 영양 상담과 운동 치료에 대해 건강보험이 보조할 수 있도록 수가 체계도 개편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만 막는 건강한 생활 습관>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규칙적인 생활 방식을 유지한다.
▲아침 식사를 꼭 하도록 한다.
▲3대 영양소 비율인 탄수화물 50%, 단백질 20%, 지방 30%로 균형 잡힌 식단이 되도록 한다.
▲식사 시간은 최소 20분 정도 유지해 천천히 먹는다.
▲한꺼번에 폭식하지 않도록 하고, 제때 식사 시간을 맞춰서 조금씩 먹는 것이 좋다.
▲저녁 7시 이후에는 음식을 먹지 않도록 한다.
▲음식은 잡곡밥, 감자, 고구마, 통곡물, 과일, 채소 등 지방이 적고 섬유질이 많은 음식을 먹도록 한다.
▲색깔을 다양하게, 최소 5가지 이상의 채소, 과일을 섭취한다.
▲고지방, 특히 포화지방이 많은 음식은 적게 먹어야 한다. 매일 섭취하는 칼로리의 30% 미만을 지방으로 섭취해야 한다.
▲고염도 음식을 제한하고, 싱겁게 먹도록 노력한다.
▲양질의 단백질 식품 (고기, 생선, 두부, 달걀류)을 적당량을 섭취하되, 튀긴 음식을 피하고, 익혀야 한다면 굽거나 찌거나 삶는 형태로 조리하도록 한다.
▲군것질(과자, 초콜릿, 사탕, 젤리, 캐러멜 등), 패스트푸드, 가공식품, 음료수 섭취를 먹지 않아야 한다.
▲음료수가 아닌 물을 마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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