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담배 이후' 사라진 '금연 작심'… 병의원이 한가하다

입력 2021.01.18 14:50

공짜 진료·약 제공 불구, 치료 참여자 급감

금연
코로나19 유행으로 금연이 더욱 중요해진 가운데, 금연에 성공하면 치료비가 전액 지원되는 ‘병의원 금연치료 참여자 수’가 크게 줄고 있다./클립아트코리아 제공

코로나 유행기에는 금연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흡연을 하면 코로나19에 잘 걸리고, 흡연자가 코로나에 걸리면 중증·사망 위험이 크게 높아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금연에 성공하면 치료비가 전액 지원되는 ‘병의원 금연치료 참여자 수’가 크게 줄고 있다. 헬스조선이 보건복지부에 의뢰해 최근 5년 간 병의원 금연치료를 받은 참여자 수를 분석한 결과, 2017년 정점을 찍은 이후 급격하게 감소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금연치료 서비스가 처음 시작된  2015년 참여자수는 22만8792명에서 2016년 35만8715명, 2017년 40만8097명으로 급격히 증가했지만, 2018년 29만6020명, 2019년 28만9651명 2020년 8월 31일 기준 14만 7894명으로 크게 줄었다. 2020년은 8월까지만 집계가 가능한 상황으로, 코로나 3차 대유행 등을 고려했을 때 이 추세라면 22만명 안팎으로 예상된다. 정점을 찍었던 2017년 대비 참여자 수가 절반 가까이 줄어든 셈이다.

◇금연 약물 치료 효과 좋은데, 참여자 수 감소
금연에 가장 효과가 좋은 것은 ‘약물’이다. 흡연자는 니코틴에 중독된 상태이므로 의지만으로 금연을 하기 어렵다. 의지만 갖고 금연을 시도하면 성공률이 3~5%로 매우 낮지만 약물의 도움을 받으면 성공률이 최대 10배가 올라간다. 현재 국가금연지원서비스 사업에는 보건소 상담, 금연상담전화 등의 서비스가 있지만, 금연 약(챔픽스)을 처방해주는 곳은 주로 병의원이다. 한림대성심병원 가정의학과 백유진 교수(대한금연학회 회장)는 “금연 약의 효과는 이미 잘 알려져 있으며, 약 처방을 받으려면 결국 의사를 만나야 한다”며 “우리 연구팀 조사 결과, 의료진 상담과 함께 금연 약을 12주 동안 복용한 흡연자의 금연 성공률은 41%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정책 '약발' 다한 것"
2020년은 코로나로 인해 금연치료를 위해 병의원에 가기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해도, 2018년부터 참여자 수가 큰 감소세에 있었기 때문에 ‘코로나 탓’만은 할 수 없다. 전문가들은 현 정부가 ‘금연 사업’에 큰 관심을 두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백유진 회장은 “정부에서 열심히 금연 관련 홍보를 하는 등 흡연자를 독려해 금연에 드라이브를 걸어야 되는데, 금연이 정책 우선 순위에서 멀어진 것 같다”며 “2015년 담뱃값을 2000원 인상하는 강력한 가격 정책과 함께 병의원에서 금연 치료를 무료로 해주는 등의 비가격 정책을 동시에 진행해 효과를 봤지만, 2018년부터 정책 효과가 줄어든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국가금연지원서비스의 예산은 2015년 1475억에서 2021년 1205억원으로 약 20% 감소했다. 담뱃값도 2015년 2000원 오른 뒤로 가격(담뱃값 약 4500원)을 올리지 않고 있으며, 이는 OECD 평균인 8000원~1만 원에 한참 못 미친다.

◇"금연의지 있는 흡연자 신종 전자담배로 갈아타"
2017년에 신종 전자담배가 등장하면서 금연 의지가 있는 일부 흡연자가 신종 전자담배로 ‘갈아탄’ 것도 병의원 금연 치료 참여자 수가 줄어든 원인으로 꼽힌다. 신종 전자담배 역시 일반 담배 만큼 건강에 해악을 끼친다는 것은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그러나 정책 입안자들은 온도 차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더불어민주당 21대 총선 공약에는 담배 등 신체 유해 물질을 기존처럼 완전히 금지하는 것이 아니라, 전자담배 소비 등을 유도해 사용량을 단계적으로 줄여나가는 방식의 ‘유해성 저감 정책’에 대한 내용이 들어있었다. 백유진 회장은 “담배에 대한 정책 입안자들의 허술한 인식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당시 학회에서는 전자담배를 덜 해로운 담배로 용인하는 유해성 저감 정책 개념에 대해 즉각 폐기를 촉구하는 입장문을 냈다”고 말했다.

◇"금연 실패한 사람 재시도 안해"
삼성서울병원 가정의학과 신동욱 교수는 “처음 금연치료 사업을 했을 때는 챔픽스 같은 약을 무료로 지원받기 위해 많은 흡연자들이 병의원에 왔다”며 “시간이 지나면서 실패한 사람도 생겨나고, 정책 초반처럼 강력하게 홍보를 하지 않다보니 동력이 떨어진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또 약을 쓴다고 100% 금연에 성공하는 것은 아니고 6개월 쓰면 40% 정도 성공한다. 신동욱 교수는 “실패율이 절반이 넘는 셈인데, 한 번 금연에 실패를 한 사람은 다시 금연치료를 안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금연 약인 화이자의 ‘챔픽스(성분명:바레니클린)’의 경우 특허 만료 전에는 제약회사 차원에서 금연치료 교육이나 심포지움 같은 프로모션을 꽤 했다. 지난해 특허가 만료가 되면서 이러한 이벤트가 줄어든 것도 금연치료 동력이 떨어진 이유라고 신 교수는 말했다.

◇지금도 원하면 병원 금연치료 가능
지금도 흡연자가 원하면 동네 병의원에서 금연치료를 쉽게 받을 수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사이트 내에 ‘금연치료 의료기관 찾기’라는 항목에서 병의원을 검색한 뒤 방문해 등록을 하고 진료·처방전을 받으면 된다. 8~12주 동안 6회 이내의 진료 상담과 금연 약, 니코틴 보조제의 구입 비용을 지원받을 수 있다. 병의원 금연치료는 금연에 실패한 흡연자의 재도전을 위해 1년에 총 3회까지 비용을 지원하고 있다. 코로나 19 유행으로 보건소는 대면상담에서 전화상담으로 대체됐다. 금연상담전화(1544-90440)는 계속 이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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