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농 열풍의 이면이라 할까. 최근 유기농 채소를 포함해 생식(生食)을 즐기는 식습관 때문인지 요충·간흡충·장흡충 등 기생충 감염이 늘고 있다. 부주의한 생선회 섭취도 한 원인이다. 물론 인분 비료가 사라지면서 회충·구충 등의 '전통적' 기생충 감염은 감소했다. 국민 1인당 2종 이상의 기생충에 감염돼 '기생충 왕국'이라는 오명을 감내해야 했던 1970년대와는 다른 양상이지만, 기생충 감염은 여전히 주의해야 할 질환이다.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기생충 감염 한 해 약 3000명
2018년 질병관리본부 자료에 따르면 국내 기생충 감염증 환자 수는 한 해 2700명이 넘는다. 간흡충증·장흡충증·요충증이 많았다. 각각의 기생충은 여러 질환을 유발한다. 먼저 간흡충은 담관을 막아 염증을 유발한다. 담도암의 가장 명확한 원인이다. 소화불량, 복통, 설사, 변비가 생길 수 있다. 민물에 많이 분포해 민물고기를 회로 먹을 때 주로 감염된다. 민물고기 회 섭취를 피하고, 민물에서 자란 미나리도 충분히 익혀 먹어야 한다. 장흡충은 대장에서 기생하며, 보통 증상이 없지만 감염량이 많으면 복통이 생긴다. 민물고기 회로 주로 감염된다. 감염 후 2개월 정도 지나면 자연 치유되며 비교적 손상 위험이 적은 기생충이다. 요충은 대장에서 기생한다. 위장관에 특별한 증상을 유발하지 않지만, 요충이 항문 주위에 산란을 해 항문 주위 통증, 가려움을 느낄 수 있다. 꼼꼼히 샤워하고 손을 씻는 게 예방법이다. 최근 애완견을 키우는 인구가 늘면서 개회충증 환자도 늘고 있다. 개회충은 간·폐·눈·뇌 등 다양한 장기에 염증을 일으킬 수 있어 위험하다. 애완견 대변 검사로 회충 감염 여부를 확인하고 제거해야 한다.
◇식욕부진·항문 가려움 증상 의심
기생충에 감염되면 대부분 특별한 증상이 없어 스스로 확인이 어렵다.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 가정의학과 김진리 전문의는 "기생충의 종류에 따라 복통·식욕부진·항문 가려움·빈혈·설사·소화 장애·어지러움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며 "어린이의 경우 항문 주위가 가렵다고 호소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 집단 생활을 하면서 감염되는 요충의 경우에는 항문 주위에 알을 낳는다. 항문 주위를 확인해보면 실제로 실과 같이 생긴 요충을 확인할 수도 있다. 기생충 감염은 신체접촉이나 옷 등을 통해 주위 사람으로 전파되기 때문에 전문가들은 정기적으로 구충제를 복용해 치료하는 것을 권고하고 있다.
◇구충제, 인체 흡수되지 않고 기생충만 사멸
종근당 제공
구충제는 인체에 흡수되어 작용하지 않고 장내에 있는 기생충에 직접 작용해 기생충을 죽이는 약이다. 간흡충·장흡충을 사멸하는 약은 의사 처방을 받아야 한다. 요충·회충·편충 등의 기생충을 죽이는 구충제는 일반의약품으로 약국에서 사서 복용할 수 있다. 구충제는 장내에서 기생하는 기생충에 영양분이 흡수되는 것을 억제하고 기생충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당(Glucose)의 대사를 억제시켜 기생충을 자가분해시키는 작용을 한다. 기생충이 장내에서 분해돼 육안으로는 확인이 어렵지만 분변과 함께 배출된다. 구충제의 대표 성분은 알벤다졸과 플루벤다졸이 있다. 알벤다졸은 2세 이상부터 복용이 가능하지만, 플루벤다졸은 1세 이상부터 복용이 가능하다.
종근당의 젤콤은 플루벤다졸 성분의 구충제로, 회충·요충·편충·십이지장충의 감염 등 광범위한 치료 효과가 있어 '종합구충제'로 불린다. 이 제품은 알약과 현탁액의 두 가지 제형으로 출시돼 알약을 삼키기 어려운 어린이나 환자도 복용할 수 있다. 24개월 이상 유소아부터 복용이 가능하고 2회를 복용해야 하는 알벤다졸 성분 제품과 달리, 12개월 이상의 유소아부터 복용할 수 있으며 전 연령이 동일하게 1회 1정 혹은 1포 복용으로 치료가 가능하기 때문에 복용 편의성이 높다. 취침 전 공복에 복용하는 것이 가장 좋다. 장에 음식물이 없고, 기생충 활동도 뜸한 잠자기 1시간 전이 복용에 좋은 시간이지만, 필요 시에는 식사와 관계없이 복용할 수도 있다.
기생충은 가족 중 한 사람만 갖고 있어도 온 가족에게 옮기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같은 환경에서 생활하는 가족 또는 공동체 구성원들이 모두 함께 복용하는 것이 좋다. 김진리 전문의는 "감염 예방을 위해 음식은 충분히 가열하고, 껍질은 벗겨 먹고, 손은 자주 씻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