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과부하와 맞물려 나타난 레트로 소비 현상
피로 줄이지만 운동 등 건강한 취미생활만큼 효과 크지 않아

‘유행은 돌고 돈다’라는 말이 여실히 느껴지는 요즘이다. 레트로 소비 트렌드는 이제 디지털 카메라, 전자사전, MP3 등 구형 전자기기 구매까지 이르렀다. 일본 카메라영상기기공업회(CIPA)의 분석에 따르면, 2020년 전까지만 해도 스마트폰 산업의 급성장에 밀려 외면 당했던 디지털 카메라가 최근 들어 다시 주목받고 있다. 2022년도에는 디지털 카메라 판매량이 전년 대비 40% 증가하기도 했다. 지금은 스마트폰 하나로 인터넷 검색, 사진·동영상 촬영 및 편집 등을 전부 수행할 수 있는 소위 ‘올인원 디지털 시대’다. 불편함을 감수하면서까지 옛 전자기기들을 찾는 이유는 뭘까.
◇복합적인 발생 원인
주된 소비층은 MZ세대다. 중고거래 플랫폼 거래 활성화 및 전자기기 매장이 밀집한 종로·용산 등에 방문하는 인구가 늘고 있다. 트렌드코리아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이혜원 연구위원(서울대 소비자학 박사)은 “전자기기가 흔치 않던 시대의 사람들에게는 전자사전, 디지털 카메라 등이 과거로 여겨지지만 아날로그 시대를 접하지 못한 젊은 세대에게는 새롭게 등장한 신제품과 마찬가지”라며 “새로움이 호기심을 자극하는 등 소비로 이어지게 만든다”고 말했다. 영국 브랜드 전략 기획 전문가 스콧 바라델은 데일리메일과의 인터뷰를 통해 “스마트폰 사용이 익숙한 젊은 세대에게 구형 전자기기는 단순히 스크롤을 내리는 행위에서 벗어난 신선한 자극”이라며 “속도를 늦추고 행위 자체에 집중하는 경험만으로도 독특하면서 진정성 있는 무언가를 창조한다고 여기게 만든다”고 말했다.
◇복합적인 발생 원인
주된 소비층은 MZ세대다. 중고거래 플랫폼 거래 활성화 및 전자기기 매장이 밀집한 종로·용산 등에 방문하는 인구가 늘고 있다. 트렌드코리아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이혜원 연구위원(서울대 소비자학 박사)은 “전자기기가 흔치 않던 시대의 사람들에게는 전자사전, 디지털 카메라 등이 과거로 여겨지지만 아날로그 시대를 접하지 못한 젊은 세대에게는 새롭게 등장한 신제품과 마찬가지”라며 “새로움이 호기심을 자극하는 등 소비로 이어지게 만든다”고 말했다. 영국 브랜드 전략 기획 전문가 스콧 바라델은 데일리메일과의 인터뷰를 통해 “스마트폰 사용이 익숙한 젊은 세대에게 구형 전자기기는 단순히 스크롤을 내리는 행위에서 벗어난 신선한 자극”이라며 “속도를 늦추고 행위 자체에 집중하는 경험만으로도 독특하면서 진정성 있는 무언가를 창조한다고 여기게 만든다”고 말했다.

감각을 통해 직접 경험할 수 있다는 것도 매력으로 작용한다. 이혜원 박사는 “디지털이 기본인 요즘에는 대부분의 것들이 머릿속에서만 처리된다”며 “물리적 버튼이 있는 전자사전, 디지털카메라처럼 손으로 만지고 조작하는 과정에서 감각이 자극돼 매력요소로 받아들이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를 손에 잡히고 감각할 수 있는 대상의 성질, 즉 물성(物性)에 이끌리는 ‘물성 매력’이라고 일컫는다.
동조심리도 한 몫 한다. 연예인 등 각종 인플루언서가 소셜 미디어(SNS)에 디지털 카메라를 노출시키며 소비가 유행처럼 번졌다. 이를 ‘디토소비’라고 하는데 마찬가지라는 뜻의 단어 ‘ditto’에서 유래한 용어로 특정 인물이나 콘텐츠 제안에 따라 제품을 구매하는 것을 말한다.
◇폭넓은 연령층 아우르는 소비문화
젊은 층에서 시작된 구형 전자기기 소비 트렌드는 다양한 연령층이 함께 즐기는 문화다. 아날로그 감성을 좇는 MZ세대부터 자녀의 학업 집중력을 높이려는 목적의 부모 세대까지 폭넓은 연령층을 아우른다. 부모 세대가 사용하던 전자기기를 자녀가 물려받아 쓰는 등 세대를 넘나드는 공감대를 형성하기도 한다. 서울대 심리학과 곽금주 명예교수는 “인간에게는 이전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회귀본능이 내재돼 있다”며 “과거에서 편안함과 친근감을 느끼는 심리가 중장년층을 레트로 문화에 참여하게 이끄는 것”이라고 말했다.
◇디지털 피로 줄이지만 과한 의존은 금물
전문가들은 레트로 문화가 지속되는 가장 큰 이유로 ‘디지털 피로 증가’를 꼽는다. 이혜원 박사는 “디지털 공간의 끊임없고 자극적인 정보는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킴과 동시에 큰 피로감을 준다”며 “이에 심리적 안정이나 단순함을 갈망하게 되면서 레트로 문화에 빠지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곽금주 교수는 “지나치게 디지털화된 현대사회에서는 인공적인 완벽함에 대한 피로가 쌓이기 쉽다”며 “소위 ‘인간미가 있다’고 표현하는 불완전하지만 자연스러운 대상에서 안정감을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실제 디지털 피로 개선 효과는 어떨까? 곽금주 교수는 “레트로 문화를 경험하는 것은 심리적 안정감을 부여함으로써 디지털 피로를 줄이는 효과가 있다”며 “단, 다른 사람의 소비를 무작정 따라가는 무분별한 소비가 이어지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명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류진선 교수는 “평소 스마트폰 사용량이 많은 사람의 경우에는 구형 전자기기 사용이 스마트폰 사용을 줄이는 방법 중 하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류진선 교수는 “하지만 전자기기 사용 대신 규칙적인 운동을 하는 등 건강한 취미생활을 하는 것만큼의 효과는 내기 어렵다”라고 덧붙였다.
동조심리도 한 몫 한다. 연예인 등 각종 인플루언서가 소셜 미디어(SNS)에 디지털 카메라를 노출시키며 소비가 유행처럼 번졌다. 이를 ‘디토소비’라고 하는데 마찬가지라는 뜻의 단어 ‘ditto’에서 유래한 용어로 특정 인물이나 콘텐츠 제안에 따라 제품을 구매하는 것을 말한다.
◇폭넓은 연령층 아우르는 소비문화
젊은 층에서 시작된 구형 전자기기 소비 트렌드는 다양한 연령층이 함께 즐기는 문화다. 아날로그 감성을 좇는 MZ세대부터 자녀의 학업 집중력을 높이려는 목적의 부모 세대까지 폭넓은 연령층을 아우른다. 부모 세대가 사용하던 전자기기를 자녀가 물려받아 쓰는 등 세대를 넘나드는 공감대를 형성하기도 한다. 서울대 심리학과 곽금주 명예교수는 “인간에게는 이전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회귀본능이 내재돼 있다”며 “과거에서 편안함과 친근감을 느끼는 심리가 중장년층을 레트로 문화에 참여하게 이끄는 것”이라고 말했다.
◇디지털 피로 줄이지만 과한 의존은 금물
전문가들은 레트로 문화가 지속되는 가장 큰 이유로 ‘디지털 피로 증가’를 꼽는다. 이혜원 박사는 “디지털 공간의 끊임없고 자극적인 정보는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킴과 동시에 큰 피로감을 준다”며 “이에 심리적 안정이나 단순함을 갈망하게 되면서 레트로 문화에 빠지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곽금주 교수는 “지나치게 디지털화된 현대사회에서는 인공적인 완벽함에 대한 피로가 쌓이기 쉽다”며 “소위 ‘인간미가 있다’고 표현하는 불완전하지만 자연스러운 대상에서 안정감을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실제 디지털 피로 개선 효과는 어떨까? 곽금주 교수는 “레트로 문화를 경험하는 것은 심리적 안정감을 부여함으로써 디지털 피로를 줄이는 효과가 있다”며 “단, 다른 사람의 소비를 무작정 따라가는 무분별한 소비가 이어지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명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류진선 교수는 “평소 스마트폰 사용량이 많은 사람의 경우에는 구형 전자기기 사용이 스마트폰 사용을 줄이는 방법 중 하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류진선 교수는 “하지만 전자기기 사용 대신 규칙적인 운동을 하는 등 건강한 취미생활을 하는 것만큼의 효과는 내기 어렵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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