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 세계는 항생제 내성균으로 신음하고 있다. 플레밍이 페니실린을 발견한 지 70여 년이 지난 현재, 항생제와 박테리아의 전쟁은 매우 치열하다. 박테리아는 항생제에 내성을 키우며 진화하고, 진화한 박테리아를 죽일 수 있는 더 강력한 항생제가 개발되는 식이다. 플레밍이 1945년 노벨상 시상식에서 “페니실린을 남용하면 박테리아에 내성이 생길 것”이라는 예견이 정확히 들어맞은 것이다.
항생제 내성 문제는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 해마다 전 세계에서 5만 명이 항생제 내성균, 일명 ‘슈퍼 박테리아’ 때문에 사망할 정도다. 결국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해 2월 “슈퍼 박테리아의 출현은 인류 건강에 던져진 시한폭탄과도 같다”고 경고했다. 그럼에도 지난 25년간 새로운 계열의 항생제는 거의 개발되지 않는 상태다. 새로운 약을 개발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기도 하지만, 경제적 논리가 더욱 크게 작용해 제약회사를 주저하게 한다.
그런데 최근 오래된 항생제가 슈퍼 박테리아에 효과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이목을 끈다. 40년 전 개발된 포스포마이신(fosfomycin)이라는 항생제가 주인공이다. 네덜란드의 하그란든 의료원 의료미생물학과 안네 디크만 교수 연구팀은 지난 7일 이 항생제가 다제내성 박테리아를 없애는 데 초기 치료로 사용될 수 있다고 발표했다. 또, 적절한 용량에 대해서는 하루 6~12g을 3회에 나눠 구강 투약했을 때 가장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오래된 항생제가 박테리아의 세포벽 합성 초기 단계를 억제해 효과를 낸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 연구는 Pharmacology Research & Perspectives 저널에 발표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