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장 강력한 항생제를 써도 죽지 않는 '수퍼 박테리아'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발견됐다.
질병관리본부가 2011년 이후 국내에서 수집한 장내세균 9396개를 조사한 결과, 현재 가장 강력한 항생제로 꼽히는 '콜리스틴'에도 죽지 않는 '감염력 유전자(mcr-1)'를 가진 균 3개를 발견한 것이다. 두 개는 대장균에서, 하나는 엔테로박터 장내세균에서 발견됐다.
장내세균에는 보통 카바페넴 계열 항생제를 투여하고, 효과가 없을 때 더 강한 항생제인 콜리스틴 계열 항생제를 쓴다. 콜리스틴 계열 항생제가 균을 죽이는 단일 항생제 요법의 마지막 보루인 셈이다. 그런데 mcr-1은 콜리스틴 계열 항생제를 써도 죽지 않는다. 여러 개의 항생제를 같이 써볼 수 있는데, 이것이 균을 제거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라는 게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mcr-1은 올해 초 처음으로 사람에게서 발견됐다. 이에 세계보건기구(WHO)는 "인류가 항생제를 개발해 하용한 이후 최대 위기를 맞았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이후 지난 6월 미국과 유럽에서 mcr-1 내성균이 발견되면서 유럽 질병관리본부는 긴급 위기 경고 메시지를 발표했다.
mcr-1은 가축에서 처음 생겼다. 카바페넴 항생제를 가축 사육 중 대량 사용하면서 강력한 내성을 가진 균이 탄생한 것이다. 동물에서 검출된 mcr-1 내성균은 프랑스·독일·일본 등에서 발견됐고, 지난 8월 에는 국내에서도 발견됐다. 국내 가축에서 발견된 mcr-1 내성균은 2013~2015년 가축에서 분리한 장내세균에서 검출된 것이며, 소·닭 11마리에서 발견됐다.
문제는 이번에 국내에서 처음으로 발견된 인체 감염 mcr-1 내성균이 2012년 병원에서 수집한 균에서 검출됐다는 것이다. 그 후 4년 간 의료기관을 방문한 환자 사이에 광범위하게 퍼졌을 수 있다.
수퍼 박테리아 감염을 피하려면 손을 자주 씻고, 가능한 병원 방문을 하지 않아야 한다. 한편 가축이나 식품에 mcr-1 유전자가 있어도 충분히 열을 가하면 먹어도 전혀 문제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말이다. 질병관리본부는 mcr-1유전자 내성균이 병원에 얼마나 퍼졌는지 역학 조사에 나설 예정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