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스테로이드성, 오심·구토 유발 胃腸 약하면 중복 복용 주의해야 아세트아미노펜, 肝 독성 일으켜 펜잘·게보린, 15세 미만 복용 금지
해열진통소염제가 우리나라에서 가장 부작용이 많은 약으로 꼽혔다.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발표한 2016년 국내 의약품 부작용에 따르면, 총 22만8939건의 의약품 부작용 중 해열진통소염제 부작용이 3만1104건(13.6%)으로 2015년에 이어 2년 연속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는 항악성종양제(9.3%), 항생제(8.1%), X선 조영제(8%)으로 집계됐다. 부작용 증상은 속이 메스껍고 답답한 오심(惡心)이 17.4%로 가장 많았다.
우리나라에서 많이 쓰이는 해열진통소염제 주요 성분은 크게 해열·진통작용을 하는 아세트아미노펜 계열과 소염·진통작용을 하는 비스테로이드성 진통제(NSAIDs) 계열로 나뉜다. 아세트아미노펜을 대표하는 제품은 타이레놀인데, 아세트아미노펜이 단일성분으로 함유돼 있다. 여기에 카페인과 이소프로필안티피린 등을 첨가하면 아세트아미노펜 복합제제가 된다. 펜잘·판피린·게보린 등이 여기에 속한다. 비스테로이드성 진통제는 이부프로펜(상품명 부루펜), 나프록센(탁센·이지엔6스트롱), 아세틸살리실산(아스피린), 록소프로펜(록소나·록소닌), 케토프로펜(케토톱) 등이 있다.
해열진통소염제가 부작용이 가장 많은 약으로 조사됐다. 해열진통소염제 성분이 체내에서 약효를 내는 과정에서 위나 간에 영향을 줘 오심·구토 등의 부작용 증상이 주로 나타난다. /김지아 헬스조선 기자
◇비스테로이드성 진통제, 위장 증상 유발
왜 해열진통소염제는 유독 부작용 증상이 많을까? 전문가들은 워낙 많은 사람이 진통제를 복용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가톨릭대 약대 임성실 교수는 "진통제 복용 후 나타나는 부작용은 열을 내리거나 진통 완화, 염증 치료와 같은 약효를 내는 과정에서 나타난다"고 말했다.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는 오심·구토·위궤양 같은 위장 증상이 부작용으로 잘 나타난다. 이 약은 우리 몸에 '프로스타글란딘'이라는 생리활성 물질을 감소시켜서 통증·염증을 완화한다. 그런데 프로스타글란딘이 감소하면 위장을 보호하는 점막이 얇아지고 위산 분비가 늘어난다. 이런 이유로 오심·구토, 위염·위궤양 등이 나타난다.
미국에서는 비스테로이드성 진통제 복용 후 위장관계 부작용으로 인해 연간 7만명이 입원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비스테로이드성 진통제를 복용할 때는 식후 복용해야 위장관 부작용 위험을 줄일 수 있다. 헬스조선 약사자문위원 엄준철 약사(편한약국)는 "위장 기능이 저하돼 있는 고령층은 비스테로이성 진통제 복용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같은 비스테로이드성 진통제를 중복 복용할 경우 위장 출혈 등 부작용 위험이 증가한다. 임성실 교수는 "비스테로이드성 진통제를 복용할 땐 용량·용법의 준수가 중요하다"며 "장기간 임의복용은 금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세트아미노펜, 간 독성 위험
아세트아미노펜은 비스테로이드성 진통제처럼 프로스타글란딘 억제와 관련이 깊은 것으로 추정되며, 중추 신경계에만 작용하고, 소염 효과 없이 열과 진통을 조절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세트아미노펜은 간(肝)에서 대사되는 과정에서 'N-아세틸이미도퀴논'이라는 독성물질을 만든다. 하루에 아세트아미노펜을 4g 이상 복용하거나, 알코올을 자주 먹는 사람일 경우 독성물질이 많이 생성돼 급성 간부전에 걸릴 위험이 높다. 미국선 아세트아미노펜이 급성 간부전을 일으키는 원인 1위(42%)로 집계된 바 있다.
아세트아미노펜 복합제제를 복용할 땐 더욱 주의해야 한다. 펜잘은 아세트아미노펜에 카페인을 함께 넣었기 때문에 카페인에 민감한 사람은 복용을 금해야 한다. 아세트아미노펜과 카페인, 이소플로필안티피린 등 3가지 성분이 든 게보린과 사리돈에이는 발진·호흡곤란 같은 부작용 위험이 높다. 15세 미만은 복용이 금지돼 있다.
◇약 복용 후 부작용, 피해구제 가능
약 복용 후 부작용이 생겼다면, 피해구제 신청을 할 수 있다.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 홈페이지에서 '피해구제급여 지급 신청서'를 작성하고 부작용을 입증할 수 있는 자료를 제출하면 된다. 대한약사회 지역의약품안전센터 이모세 센터장은 "약 복용 후 평소와 다른 복통이나 구토감이 생겼다면 일단 복용을 중단하고 약국이나 병원을 찾아가 복용한 약과 증상을 알리고 적절한 처방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