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정도 진행될 때까진 대부분 증상 없는데다 암 부위 色변화 거의 없어 세심하게 관찰 안하면 놓쳐 '색소 내시경'해야 조기 발견 가능성 높아져
매년 건강검진을 하면서 위내시경을 받는 사람들 중에 식도암은 왜 조기 발견이 힘드냐고 묻곤 한다.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신성관 교수는 "식도암은 어느 정도 진행이 되지 않는 한 대부분 증상이 없는데다 조기 암의 경우 미묘한 색상 변화만 있어 일반 위내시경을 해도 아주 세심하게 관찰하지 않으면 놓치기 쉽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식도암은 보통 증상이 나타난 후에 진단되며, 그때는 이미 림프관을 통해 폐나 간 등으로 전이된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식도는 다른 소화기관과는 달리 바깥쪽을 싸고 있는 장막(腸膜)이 없고, 점막하층에 림프관이 매우 발달돼 있어 조기 암이라도 림프절을 통해 전이될 가능성이 높다.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정훈용 교수는 "80년대까지만 해도 의과대학 교과서에 '식도암은 대단히 예후가 나빠서 진단 후 적절한 치료를 받더라도 1년을 넘기지 못한다'고 언급돼 있을 정도로 악성도가 가장 심한 암 중의 하나였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식도암의 진단·치료법이 발전했지만, 여전히 국내에서 식도암의 5년 생존률은 10.7%로 전체 암 중에서 바닥권이다. 식도암 발생률은 남자(7.2명/10만명당)가 여자보다 10배 이상 많고, 전체 암 발생 중 6위를 차지하고 있다.
위 내시경 장면. 식도암은 위 내시경만으로는 조기 발견이 어려우며 색소(요오드)로 염색해야 암 발견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서울대병원 제공
◆식도암 전 단계를 관리하라
식도암의 가장 흔한 증상은 무언가 걸린 듯한 느낌이다. 처음에는 딱딱한 음식을 넘기기가 곤란하고, 나중에는 물조차 삼키기 힘들다.
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김주성 교수는 " 식도 근육은 신축성이 매우 뛰어나기 때문에 음식물을 삼키기 힘든 느낌이 든다면 이미 암이 상당히 진행된 상태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 가슴 통증이나 목소리가 쉬기도 한다.
식도암은 전 단계로 '식도이완불능증'이나 '바렛식도'를 거치는 경우가 있다. 식도이완불능증은 음식물 섭취 후 식도의 연동운동이 잘 되지 않아 음식이 식도에 오랜 시간 동안 머물러 만성염증 등의 문제가 생기는 것. 이 증상이 있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식도암 위험이 약 33배 높다.
최근에는 바렛식도 질환도 주목받고 있다. 바렛식도란 식도가 오랜 시간 위산에 노출돼 식도 점막이 위장의 상피세포처럼 변한 것이다. 이는 위 속의 음식물이 역류하는 위와 식도의 연결 부위에 많이 생긴다.
정훈용 교수는 "바렛식도는 서구에서 흔한 질환이지만 우리나라에서도 역류성 식도질환이 늘고 있어 국내에서도 10~20년 후에는 흔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바렛식도 역시 증상이 잘 나타나지 않는다. 춘천성심병원 소화기내과 김성중 교수팀의 연구에 따르면 위내시경 검사를 받은 1011명 중 69명(6.8%)이 바렛식도가 의심됐지만, 이 중 절반 이상(40명)은 별다른 증상을 느끼지 못했다.
◆'색소 내시경'을 받으세요
김성중 교수는 "위내시경을 할 때 색소(요오드)를 사용하면 식도암을 발견할 수 있는 가능성이 훨씬 높아진다"고 말했다. 색소를 이용하면 정상 식도 점막은 흑갈색으로 염색되지만 식도암이나 식도염이 있으면 황색, 적색으로 나타나거나 아예 염색되지 않는다.
김주성 교수는 "요오드를 사용하면 드물지만 요오드성 갑상선염 등이 올 수 있다. 따라서 바렛식도 질환이 있거나 내시경 검사 때 식도암이 의심 되는 환자에 한해 시도해 본다"고 말했다. 최근 식도 점막의 미묘한 색상 변화까지 볼 수 있는 확대 내시경 등도 이용되고 있다. 식도암의 위험은 담배는 6.2배, 술은 3.5배, 술과 담배를 같이 하면 10~20배 높아진다. 뜨거운 물이나 찬 물도 식도암 위험을 높인다는 보고도 있다. 고지방식이나 과식 등도 좋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