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봄이 되면 학생들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한다. 새로운 환경에 대한 적응은 학생들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 첫 출근, 이직을 경험하는 직장인들도 마찬가지다.
실제로 매년 봄이 되면 새로운 환경에서 주어진 목표를 잘 이뤄내지 못해 정신과 진료실을 찾는 환자들이 많다. 이들에게선 불안감과 초조감, 수면장애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이렇게 과도한 심리적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들의 성격유형을 보면 대체로 A형과 B형인 경우가 많다.
우선 A형의 경우는 목표 달성을 매우 중시하고 열정적이고, 추진력이 있다. 이러다 보니 급하고 짜증을 잘 내며 경쟁심도 강하다. 타인을 적대적으로 바라보게 되는 것도 A형에서 잘 나타난다. 그러나 외부에서는 이런 A형을 적응력이 강한 인물로 보게 된다. 이런 기질이 겉으로는 매우 의욕적으로 과제를 수행하고, 급하게 행동하는 것으로 비춰지기 때문이다. A형 내원객들은 새로운 환경에 가면 수면시간이 약간 줄어들고, 가슴이 약간 두근거리는 상태를 가끔 느끼며, 어느 순간에는 과제수행 효율이 뒤떨어져 업무에 뒤쳐지게 된다고 호소한다.
교감신경계가 과도하게 항진되면서 위염, 소화불량, 어깨통증, 호흡곤란, 발한 등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B형도 진료실을 많이 찾는다. 상담자의 입장에서 이들 대부분은 다른 사람의 평가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눈치를 과도하게 살피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타인에게 배려심이 많고, 다른 사람을 잘 이해하며, 도와주는 사람으로 평가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자신의 취약한 부분이 노출될까봐 걱정을 하게 되기 때문에 너무 많은 생각을 하게 돼 우유부단함을 보이는 성격이다. 이런 사람들은 새로운 대인관계 상황을 맞게 되면 실수를 할까봐 불안이 증가되고 대수롭지 않은 실수를 한참 동안 생각하게 되는 경향이 짙다.
A형 성격유형과 마찬가지로 B형도 모두 만성적인 긴장으로 인한 교감신경계 항진 증세를 보이게 된다. 결국 시간이 지나면 보이게 되는 신체적 불편감은 거의 동일하게 나타난다. 두 가지 유형모두 오랜 시간이 지나게 되면 혈압을 상승시키며 심장기능에 부담을 주게 되고 결국 과도한 혈관 내 압력으로 인해 혈관 내벽에 손상을 가하여 협심증 등 관상동맥질환이나 중풍, 뇌졸중 등의 뇌혈관 장애의 원인으로 발전된다.
심리적 스트레스를 감소시키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의 성격유형을 이해하고 자신이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것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그 중 하나는 하루 중의 30분은 해야 할 과제와 생각으로부터 벗어나서 ‘이완시간’으로 설정하는 것. 이 시간에는 가급적 생각을 비우고 자신을 위한 스트레스 경감시간으로 설정하고 뜨거운 목욕을 한다든지, 음악을 듣는 다든지, 감성을 느끼게 만드는 책을 읽으며 휴식과 재충전에 집중하는 것이 좋다.
두 번째 방법은 목표를 낮추어 잡아야 한다. 자신이 긴장으로 인한 신체증상을 느끼지 않는 정도의 스트레스를 받는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 그리고 설령 실수를 하거나 과제가 자신의 의도대로 추진이 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 때는 현재의 시점에서 자신이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있는 목록을 작성해보면서 긍정적 사고를 증진시키는 것이 이완에 커다란 도움이 된다.
세 번째 방법은 해야 할 과제들과 복잡한 생각들을 직접 적어보는 방법이 있다. 부담스럽게 느껴지는 해야 할 일들이 실제로 적고 중요한 정도에 따라 우선 순위를 정해보면 생각보다 수월하게 느껴지게 되고 무조건 일이 많다는 중압감을 줄이고, 일이나 공부의 양에 따른 처리도 효율적으로 하는데 도움이 된다.
주위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다른 사람보다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여 성공하겠다는 목표를 과도하게 중시하다 보면, 어느 순간, 자신의 의도와는 다르게 오히려 그 도달하고자 하는 목적지에서 점점 더 멀어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는 교훈을 한번쯤 생각해 보는 것이 진정으로 나 자신을 위로하는 지름길이다.
/한병진 선병원 정신과 과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