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가지 넘는 혈액암… 세분화 연구·처방 표준화로 극복 앞장

입력 2019.10.23 09:51

주목! 이 병원_ 가톨릭 혈액병원

혈액암은 만성질환처럼 꾸준한 관리 필요
서울·은평·여의도 의료진 순환, 동일 교육
꼭 필요치 않은 단계 생략해 환자에 집중해
'직업성 암' 판단 자료 만들고 치료 돕기도

서울성모병원 혈액병원 김희제 교수가 외래환자에게 치료 경과를 설명하고 있다.
서울성모병원 혈액병원 김희제 교수가 외래환자에게 치료 경과를 설명하고 있다. /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다양한 영화의 소재로도 쓰인 백혈병(혈액암)은 치료가 불가능한 질병으로 알려졌다. 과거 백혈병에 걸리면 평균 1년 내 약 20%가 사망했다. 하지만 2001년 표적항암제가 등장하며 만성골수성 백혈병은 치료 가능한 질병으로 변했고 1년 사망률이 1%로 급감했다.

그 중심에는 서울성모병원이 있었다. 가톨릭 혈액병원 김동욱 병원장은 "국내에 표적항암제를 최초로 도입하고, 다양한 임상시험에 참여하는 등 백혈병 극복에 앞장서고 있다"며 "현재도 다양한 임상시험에 참여하고 있어 가장 최신의 약을 사용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고 말했다. 수준 높은 의료진과 최신 치료에 힘입어 서울성모병원에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혈액암 환자들이 방문하고 있다.

◇만성골수성 백혈병… 생존율 85%까지 향상

백혈병은 혈액·골수에 있는 혈액세포가 비정상적으로 많이 증식해 정상적인 백혈구, 적혈구, 혈소판 생성이 억제되는 질병이다. 서울성모병원 혈액내과 김희제 교수는 "혈액암은 선천적인 경우를 제외하고 나이가 들수록 유병률이 증가하는데 실제로 70세가 넘어가면 발병률이 청년기보다 최대 5배 이상 증가한다"고 말했다. 이어 "치료제 등장으로 70~80%가 병이 진행되지 않을 정도로 개선됐지만, 치료를 중단하면 절반이 재발한다"며 "고혈압, 당뇨병과 같이 꾸준히 관리해야 하는 만성질환처럼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혈액암 중 대표적인 만성골수성백혈병은 현재 표적항암제의 개발로 10년 상대생존율이 85% 정도로 높아졌다. 김희제 교수는 "만성골수성백혈병은 사용할 수 있는 표적항암제를 2가지 이상 사용한 다음, 실패하면 조혈모세포이식을 시행한다"며 "급성골수성은 입원해 고강도 항암화학요법을 시행한 다음 조혈모세포이식을 진행한다"고 말했다.

◇하나 같은 3개 병원… 의료진 전문성도 강점

가톨릭 혈액병원은 서울·은평·여의도 성모병원 혈액질환 진료과를 한 개의 병원처럼 묶어 종합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김동욱 병원장은 "전체 가톨릭중앙의료원 8개 부속 병원의 혈액질환치료 컨트롤타워 역할도 맡고 있다"고 말했다.

혈액병원에서는 종류가 100가지가 넘은 혈액암 특성을 고려해 교수 한 명당 한 개 혈액암만 본다. 23명의 혈액병원 교수는 각각 다른 종류를 연구해 전문성을 높이고, 자연스레 더 높은 치료 성공률을 끌어내고 있다.

의료진 교육 프로그램을 통합해 '처방 표준화'에도 신경을 썼다. 김동욱 병원장은 "서울·은평·여의도 성모병원의 전문의와 간호사를 동일하게 교육하고 모든 처방을 통합해 효율성을 이끌어냈다"고 말했다. 표준화뿐 아니라 효용성이 적은 의사 처방을 최대한 줄인 '슬림화'도 시행했다.

◇환경물질 노출과 밀접한 혈액암… 직업환경의학과 연계

혈액암은 환경 노출과 밀접하다. 김동욱 병원장은 "매일 새롭게 만들어지는 혈액은 외부환경 변화에 민감도가 높아 변화가 가장 먼저 나타날 수 있다"며 "가족력이나 기저 질환 없이 혈액암에 걸리는 사람은 벤젠 같은 화학약품이나 방사선 노출 등 직업·환경적 노출이 주요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혈액병원은 직업 관련성 발병 여부를 평가하기 위해 직업환경의학과와 함께 전문 협진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김동욱 병원장은 "'직업성 질환'으로 판단될 수 있도록 자료를 만들고 치료까지 돕고 있다"며 "유해한 요인을 파악해 질병을 예방하는 것까지 목표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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