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고비, 대면 처방마저 ‘1분 컷’… 무분별한 처방 여전

입력 2025.04.07 16:38

위고비 처방 기준은 ‘BMI 30 이상’ 비만 환자
적응 기간 없이 용량 높이면 부작용 겪을 위험도

위고비
지난해 12월 위고비는 오남용 방지를 위해 대면 처방이 의무화됐지만, 여전히 ‘1초 컷’ 진료로 무분별하게 제공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여전히 위고비를 찾는 이들이 많다. 지난해 10월 출시 직후 품귀 현상을 빚은 비만 치료제 ‘위고비’는 무분별한 처방을 막고 다양한 형태의 불법 유통을 차단하기 위해 같은 해 12월, 비대면 처방이 금지된 약품이다. 대면 처방이 의무화됐지만, 여전히 처방 기준이 지켜지지 않는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기자가 직접 네 곳의 병원에 방문해 확인해봤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BMI 30kg/㎡ 이상인 성인 비만 환자이거나 ▲BMI 27kg/㎡ 이상~30kg/㎡미만이면서 고혈압, 당뇨병, 이상지질혈증, 심혈관질환 등이 있는 비만 환자에게만 위고비를 처방받도록 허가하고 있다.

서울시 종로구에 위치한 A의원은 제대로 진찰도 하지 않고 1분 만에 처방전을 내줬다. 의사는 위고비의 처방 기준인 BMI(체질량지수, 키·체중으로 계산)는 묻지 않았다. 기자에게 병력을 묻더니 바로 부작용을 설명했다. 그러더니 “원하는 용량이 있느냐”며 “원한다면 용량을 높여 줄 수 있다”고 먼저 제안했다. 위고비는 처음 4주간 1단계(0.25㎎)를 먼저 투여한 뒤, 그 다음 4주간 2단계(0.5㎎)를 쓰는 등 16주 동안의 적응 단계를 거쳐 최고 용량을 사용해야 한다. 처음부터 고용량을 투여하면 구토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의사는 “처음 투약하지만 높은 용량을 받고 싶다”는 기자의 말에 “원하면 가장 높은 단계를 주겠지만, 부작용에 대해서는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 다음 방문한 B의원에서도 1분여 만에 처방이 끝났다. 첫 병원과 마찬가지로 BMI는 확인하지 않았다. 그나마 기자가 “투약 용량을 늘리고 싶다”고 하자, 욕심”이라며 0.25㎎ 1 펜만을 처방해줬다.

세 번째로 찾은 C의원은 가장 짧은 45초 만에 진료가 끝났다. 병력은 자세히 물었지만, 비만 여부는 확인하지 않은 채 약을 처방했다.

유일하게 마지막 D의원만이 기자에게 키와 체중을 물었다. 의사는 “진료 후 부작용이 발생한다면, 이후부터는 위고비 전문 처방 병원을 찾을 것”을 고지하기도 했다. 이어 “높은 용량을 줄 수 없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첫 투여는 무조건 0.25㎎”이라며 처방 용량을 제한했다.

네 개의 병원 중 한 곳을 제외하고 모두 BMI를 확인하지 않은 채 위고비를 처방했다. 정부가 위고비 오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비대면 처방을 막았지만, 무분별한 처방은 대면 진료에서도 여전했다. 이런 경우 미용 목적으로 위고비를 오남용하는 일이 지속될 수 있을 뿐 아니라 비만 치료제인 위고비에 대한 인식이 왜곡될 우려도 있다.

‘1분 컷(1분 만에 끝나는)’ 진료도 문제다. 위고비는 뇌의 식욕 중추를 건드려 식욕을 억제하는 GLP-1 호르몬의 유사체로 효과와 안정성을 인정 받은 약제다. 하지만 용량을 제대로 조절하지 못하거나 잘못된 방법으로 투여하면 구토, 복부 팽만감, 담낭염, 흡인성 폐렴, 췌장염 등의 부작용을 겪을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이에 의사는 환자의 상태, 투약 경험, 과거 병력, 기타 만성질환 유무에 따라 용량을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

위고비의 오남용을 막으려면 대면 처방만 의무화할 것이 아니라, 처방 기준에 맞게 제공될 수 있도록 하는 진료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 더 나아가 환자가 안전하게 투여할 수 있도록 위고비의 올바른 사용법 홍보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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