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홍근의 푸드테라피] 현미, 백미, 찹쌀, 멥쌀의 건강학

쌀은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지만 벼의 씨앗이다. 벼는 벼과 식물에서 대나무 아과에 속하는 풀인데, 벼과에 속하는 다른 식물은 보리·호밀·밀·귀리·기장·피·옥수수·수수 등의 거의 모든 곡물이다. 쌀은 옥수수·밀과 함께 세계 3대 곡물로, 약 8000년 전에 중국의 양쯔강에서 재배되기 시작했다는 설과 인도에서 최초로 재배되기 시작했다는 설이 있다.


쌀

◇벼의 품종과 전파

벼는 야생벼와 재배벼를 통틀어 20여 종의 품종이 있는데, 우리가 먹는 벼는 그중 하나인 오리자 사티바(Oryza Sativa)이다. 그리고 오리자 사티바는 크게 두 종류가 있는데 여기서부터 좀 익숙한 단어가 나온다. 자포니카(Japonica)와 인디카(Indica)라는 이름이다. 벼에 이런 이름이 붙은 것은 1928년 당시 유명한 일본인 벼 연구자인 가토 교수 때문인데, 그는 일본에 압도적으로 많은 벼 품종을 자포니카라고 규정하였다. 중국에는 자포니카가 반 정도 있고 나머지 반은 다른 형이었는데, 인디아에서 온 것이 중국에서 반반씩 섞인 것이 아닌가 해서 그 품종을 인디카라고 이름 지었다고 한다.

벼는 약 4000년 전부터 동남아시아, 우리나라, 일본으로 전파된 것으로 추정된다. 고고학적 자료로 보면 우리나라에 벼가 들어온 시기는 기원전 2300년 이전으로 추정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땅에 살던 선조들이 오늘의 우리처럼 벼를 주요 곡물로 먹던 때는 생산력이 발달하기 시작한 통일신라 이후였고, 그 전에 대부분의 일반 서민들은 조나 기장 등의 잡곡으로 연명했다고 한다.

◇백미와 현미의 구조와 성분

벼의 씨앗인 쌀은 왕겨와 쌀겨(과치, 종피,호분)라는 껍데기 안에 쌀알이 들어 있는 구조이다. 쌀알은 쌀눈인 배아와 쌀눈을 제외한 녹말 덩어리인 배유로 되어 있다. 먹지 못하는 왕겨만 벗겨내고 나머지 부분이 온전히 남아 있는 것이 현미인데 껍질 때문에 어두운 색이 나서 ‘검을 현(玄)’자를 써서 현미라고 한다.

현미에서 쌀겨와 쌀눈을 제거하고 단지 하얀 녹말 덩어리인 배유만 남은 것이 바로 백미이다. 현미에서 백미를 만들려면 쌀 무게의 10%가 없어진다. 쌀로 술을 만들려면 더 깎아야 하는데 전체 무게의 40~60%가 없어진다. 현미를 기준으로 3대 영양소의 열량 비율은 탄수화물 86%, 단백질 7%, 지방 7%로 대부분 탄수화물이고, 탄수화물 대부분은 녹말이다. 100g당 칼로리는 현미, 백미 할 것 없이 약 370kcal이다. 현미가 백미보다 칼로리가 적어서 살이 안 찐다는 오해가 있는데 그렇지 않다.

그러나 현미에는 껍질과 쌀눈에 많은 영양소가 있다. 식이섬유소와 칼슘과 철분이 풍부하고 탄수화물대사에 중요한 비타민인 티아민(비타민B1)과 리보플라빈(비타민B2) 그리고 나이아신(비타민B3) 등이 포함되어 있다. 쌀눈에는 특히 오메가6 등의 불포화지방이 많이 들어 있다. 현미를 도정해서 백미로 만들면 먹기 부드럽고 소화가 잘 되지만, 지방과 영양소 그리고 섬유질은 거의 없는 소량의 단백질과 녹말 덩어리만 먹어 빈 칼로리(emptycalorie)라고 한다. 섬유질이 적어서 혈당도 빨리 올라가므로 특히 당뇨인은 백미 밥은 피하는 것이 좋다.

1000kcal 기준으로 현미에는 0.7mg의 티아민이 함유되어 있지만 백미에는 0.18mg밖에 남아 있지 않다. 티아민은 하루 0.5mg 이상을 섭취해야 건강에 이상이 없는데 단지 백미로만 식사하면 티아민 부족에 의한 병에 걸린다. 역사적으로 아주 유명한병인데, ‘베리베리(beriberi)’라고 한다. 북부 인도어로 베리베리는 ‘심한 무기력’을 의미한다. 백미를 주식으로 먹을 때 생기는 병으로 심부전, 부종,전신무력감, 호흡곤란, 신경장애 등의 증상이 동반된다.

요즘은 흔치 않은데 쌀에 티아민 등을 인공적으로 첨가하기도 하고, 또 쌀만 먹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백미만 먹으면 영양적인 면에서 불리하고 쌀도 아까우니 현미와 섞어 먹는 것이 좋다. 가끔 현미에는 독소가 있어 먹으면 안 된다는 주장도 있지만 과학적 근거가 희박하다. 도정기술이 발달하기 전 대부분의 서민들은 씨눈이 포함되어 있는 전곡류를 먹었고, 쌀을 먹을 때도 백미보다는 덜 도정된 현미나 5분도미를 먹었다. 그것은 불과 100~150년 전의 일이다.

◇찹쌀이 좋아요? 멥쌀이 좋아요?

아주 많이 듣는 질문인데 찹쌀은 쫀득하고 멥쌀은 퍼석하다. 찹쌀이 쫀득한 이유는 정상적인 녹말 성분이 결여되어 있기 때문이다. 곡류 녹말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아밀로즈(amylose)와 아밀로펙틴(amylopectin)인데 아밀로즈는 쉽게 물렁해지지 않는 반면에 아밀로펙틴은 열을 받으면 쉽게 찐득해진다. 이런 상태를 호화전분이라고 한다. 아밀로펙틴이 많을수록 쫀득하고 아밀로즈가 많을수록 퍽퍽하다. 멥쌀엔 아밀로즈가 약 25% 있지만 찹쌀엔 아밀로즈가 없고 아밀로펙틴만 있다. 찹쌀이 쫀득한 이유이다.

그런데 사실 찹쌀과 멥쌀은 같은 품종이다. 찹쌀은 멥쌀의 돌연변이 때문에 만들어지는데 자연 상태에서는 찹쌀과 멥쌀이 약 1대 3으로 나온다. 찹쌀은 아밀로즈를 만드는 4000개의 염기서열 중 두 번째 실행유전자(exon)에 문제가 생겨 아밀로즈가 안 만들어진 쌀이다. 찹쌀은 주로 동남아시아에서 많이 재배하는데, 동남아사람들은 멥쌀은 사람이 먹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여겨 주로 닭모이로 사용했다고 한다. 찹쌀은 소화가 잘 되어서 소화장애가 있거나 나이 든 분들에게 좋다. 그러나 당뇨인에게 찹쌀은 위험하다. 소화가 잘 되어 혈당이 빨리 올라가기 때문이다. 그만큼 혈당 폭주와 인슐린 폭주를 유발하기 때문에 좋지않다. 당뇨인은 차진 게 들어간 것은 피하는 것이 좋다.

◇밥을 식혀 먹으면 혈당이 떨어지나요?

일반적으로 밥을 식혀 먹으면 혈당이 조금 덜 올라간다. 소화가 잘 안 되는 역행전분retrograde starch)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밥을 식히면 녹말분자 배열이 십자사슬 모양으로 아주 촘촘해지는데, 소화효소 작용에 저항해 흡수가 늦게 되고 혈당도 적게 올라간다. 그러나 인생의 행복 중 하나에는 따뜻한 밥 먹는 것도 있는데 매일 찬밥을 먹는다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 같다. 그냥 따뜻한 현미 잡곡 혼합밥 드시기를 권한다.


조홍근(내과 전문의)

조홍근(내과 전문의)
당뇨와 혈관질환의 전문가로 예방과 치료에 전념하고 있는 내과 전문의. 주요 매체에 정기적 칼럼을 게재하며, 의사는 물론 일반인의 이해를 돕기 위해 블로그와 페이스북에 정기적으로 질환의 메커니즘을 쉽게 풀어 쓰는 글을 쓰고 있다. 《죽상동맥경화증과 지질대사》, 《대사증후군》, 《내몸 건강 설명서》등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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