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성 난청, 초기에 종합 진단 후 보청기 맞춰야

입력 2016.05.03 06:30

난청 있으면 치매 발병 위험 높여
김성근 전문의 "청력 재활 필수"

65세 전후에 '잔다' '안다' '간다'의 초성 소리를 구분하지 못하고 시끄러운 장소에서 대화하는 게 어렵다면 '노인성 난청'을 의심해야 한다. 노인성 난청은 치매 발병 위험을 높이는 요인이다. 2011년 미국 존스홉킨스대학 이비인후과 프랭크 린 교수는 볼티모어종단노화연구(BLSA)에서 치매가 없는 639명을 평균 11.9년간 추적하고 난청이 치매 발생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했다. 그 결과, 경도 난청을 가진 이들의 치매 발병 위험은 청력이 정상인 경우에 비해 약 2배 높았으며, 고도 난청에서는 약 5배 높았다. 또한 1997년부터 2008년까지 70~79세 노인 3075명을 검사한 미국 존스홉킨스병원 이비인후과 의료진의 논문에 따르면, 난청을 앓는 노인 1162명의 인지 능력 점수가 정상 청력(822명) 노인보다 크게 떨어졌다.

김성근
노인성 난청을 앓으면 치매에 걸릴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에 초기부터 제대로 치료하는 게 좋다. 김성근이비인후과 김성근 원장이 노인성 난청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노인성 난청 앓으면 치매 걸릴 확률 높아

전문가들은 난청 초기에 보청기 착용과 청력 재활훈련을 하면 난청 진행을 지연시켜 치매를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고 말한다. 김성근이비인후과 김성근 원장은 "많은 사람들이 잘 들리지 않는 현상을 단순히 귀의 문제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뇌에서 청각을 담당하는 신경계가 노화돼 생기는 것"이라며 "난청 초기에는 달팽이관이나 청신경 및 뇌 청각기능의 손상이 비교적 적어 보청기 효과가 크다"고 말했다. 그러나 보청기를 착용하면 곧바로 청력이 회복되거나 정상화된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김성근 원장은 "보청기는 뇌 청각신경계가 더 나빠져서 아예 기능을 하지 못하는 지경이 되지 않도록 진행을 늦추고, 예방하는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보청기 선택, 전문의와 상담 거쳐야

보청기를 구입, 착용할 때는 귀 전문의의 진단과 판단이 필수다. 단순 청력검사만으로는 난청의 종류와 원인, 보청기 효과 등을 파악하기 어렵다. 비슷한 수준의 난청이라도 개인별 청각기능과 난청의 특성, 소리에 대한 민감도가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귀 청력과 뇌의 청력기관의 상태를 확인하는 다양한 검사를 통해 보청기를 처방받아야 한다. 김성근이비인후과에서는 1차 순응 청력검사를 통해 단순 청력을 확인하고, 2차 WRS 검사로 보청기를 낀 상태에서 청력이 어느 정도인지 확인한다. 그런 후 3차로 '소음하 문장 이해도 검사(시끄러운 공간에서 대화 내용을 얼마나 인지하는지를 확인하는 검사)'와 '음원 공간 감각 검사(소리가 어디에서 나는지 알아보는 검사)'등 뇌 청각기능 검사를 통해 종합적인 청력를 파악한다. 김성근 원장은 "보청기 효과에 대한 현실적이고 정확한 기대치를 착용자가 이해한 후에 보청기를 이용한 난청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순서"라고 말했다.

김성근이비인후과에서는 노인성 난청 환자와 가족들에게 보청기 착용 후 생활습관을 교육하는 프로그램인 ACE(Active Communication Education Program)를 운영 중이다. 예를 들면 보청기를 꼈을 때는 크게 말하기 보다는 입모양을 더 정확하게 한다던지, 안 들린다고 보청기 볼륨을 높이기보다는 조용한 곳으로 자연스럽게 유도하는 법 등이다. 김성근 원장은 "노인성 난청 초기에 종합적인 진단을 통해 보청기를 착용하면 청력을 유지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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