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력에 좋대서”… ‘이 물고기’ 담즙 먹은 30대 男 응급실행… 무슨 사연?

입력 2024.12.31 13:50

[해외토픽]

민물고기인 잉어의 담즙을 먹고 쓰러져 응급실에 실려 간 중국 30대 남성(왼)과 잉어(오)의 모습
민물고기인 잉어의 담즙을 먹고 쓰러져 응급실에 실려 간 중국 30대 남성(왼)과 잉어(오)의 모습/사진=자딘 닷 베트남
물고기의 담낭(쓸개)이 몸에 좋다는 이유로 잉어 담즙(담낭에 저장된 녹황색의 끈끈한 액체)을 먹고 독성 물질에 중독돼 응급실에 실려 간 중국 30대 남성 사연이 공개됐다.

지난 27일(현지시각) 베트남 매체 자딘 닷 베트남에 따르면 중국 구이저우(貴州)에 사는 30세 남성 A씨는 친구들과 낚시 여행을 갔다. 그는 잉어의 담즙이 남성의 시력과 정력에 좋다는 이유로 잉어를 잡아 담즙을 먹었다. 담즙 섭취 후 한 시간이 지나자 A씨는 메스꺼움, 복통, 현기증, 피로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A씨는 밤에 잠들지 못했고 식은땀을 흘리다 쓰러져 응급실로 실려갔다. 그를 진료한 중국 절강대 제1 부속 병원 의료진은 “A씨가 잉어 담즙을 날 것으로 먹어 생긴 일”이라며 “담즙 섭취로 인해 간과 신장이 악화됐다”고 했다. 특히 간 효소 지수는 정상치의 수백 배를 넘어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이었다. 다행히 A씨는 신속히 병원을 찾아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었고 현재 입원 치료를 받는 중이다. 의료진은 “잉어의 담즙이 건강에 좋다는 이유로 섭취하는 사람이 많지만 매우 위험한 행동이다”며 “민물고기 담즙에 ‘C27’이라는 독소가 들어 있어 독소에 중독될 경우 목숨까지 잃을 수 있다”고 말했다.

민물고기의 담낭을 생으로 삼키거나, 담즙을 마시는 행위는 위험하다. 실제로 잉어‧붕어‧은어 등 민물고기의 담낭‧간‧췌장에는 담즙산이 들어있다. 담즙산은 동물의 콜레스테롤 대사 과정에서 생성되는 물질이다. 담즙산에는 ‘C27’이라는 독소가 들어 있는데 인체에 유입되면 혈액, 생식 기관, 장기 등으로 퍼질 수 있다. C27은 민물고기에게만 있으며 바닷물고기에서는 발견되지 않는다. 잉어 담즙을 마시고 2~3시간이 지난 후 복통, 구토, 설사 등으로 C27 중독 증상이 나타난다. 6시간 정도 지나면 급성 신부전으로 인한 배뇨 감소와 부종이 발생한다. 빨리 병원에 가지 않으면 소변을 보지 못하고 호흡 곤란, 혼수상태, 사망까지 이를 수 있다.

C27 독소에 중독되면 먼저 전해질 검사를 통해 ‘산-염기 불균형 상태’와 ‘수분 상태’를 확인 후 수액을 투여한다. 증상이 심한 경우 신장을 이루는 가늘고 긴 관인 ‘세뇨관’이 괴사할 수 있다. 이때 급성 신부전으로 이어지면 투석 치료를 해야 한다. 만약 나도 모르게 민물고기의 담낭, 간, 췌장을 먹었다면 섭취 즉시 토해낸 후 바로 병원을 찾는 것이 좋다.

한편, 민물고기는 절대로 익히지 않은 상태서 먹으면 안 된다. 민물고기를 회로 먹으면 기생충의 일종인 ‘간흡충’에 감염돼 담도·담낭에 이상이 생길 수 있다. 간흡충은 쓸개즙이 내려오는 담관에 기생하면서 여러 병을 유발한다. 간흡충에 감염되면 3~4주 잠복기를 거쳐 발열·복통, 소화불량, 황달, 식욕부진, 설사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이후 간흡충이 계속 담도 벽에 붙어 만성 염증을 일으키면 담도·담낭암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