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재의 음식시론

12세기, 중국 남송 3대 황제 광종의 애첩 황귀비가 아파 식음을 전폐한다. 황궁의 의원들이 갖은 수를 다 써보지만 차도가 없었으니 황제는 막대한 현상금을 걸고 전국에서 도움을 청한다. 이에 한 의원이 찾아와 황귀비를 진료하고 처방을 내린다. 산사나무 열매에 설탕을 입혀 식전 다섯에서 열 개를 먹이라는 내용이었다. 덕분에 황귀비가 곧 자리를 털고 일어났고 그렇게 탕후루가 탄생했다.
멀쩡하던 음식점이 하루 아침에 탕후루 가게로 바뀌는 걸 심심치 않게 보았다. 겨울이라 주춤해졌지만 탕후루의 인기가 전국을 강타했다. 탕후루는 꼬치에 꿴 과일에 끓인 설탕물을 히고 굳혀 만드는 매우 간단한 음식이다. 이때 설탕의 결정화를 막기 위해 물 이외에 물엿을 더하는 수준이다.
딸기나 샤인머스캣 등에 얇고 바삭한 막을 입혔으니 씹히는 질감의 대조가 재미있다. 한편 과일에 설탕의 단맛이 가세하면서 한결 더 유혹적으로 거듭난다. 심지어 황귀비가 먹었을 것 같은 산사나무 탕후루도 인터넷에서 쉽게 살 수 있다. 중국산 냉동 제품이 개당 3000원 이하, 산사나무 열매의 새콤달콤함이 설탕과 굉장히 잘 어우러진다.
‘맛있다!’는 반응이 척수반사적으로 나오는 탕후루지만 한편 피로도 딸려온다. 우리의 음식은 이미 너무 달다. 한식은 말할 것도 없고 파스타 같은 양식마저 단맛이 습관처럼 배어 있다. 그탓에 ‘달지 않아 맛있는’ 디저트 문화가 널리 퍼졌는데 설탕이 노골적으로 개입하는, 무시할 수 없는 단맛의 탕후루가 고개를 불쑥 들이밀면서 한층 더 혼란스러워진 느낌이다.
멀쩡하던 음식점이 하루 아침에 탕후루 가게로 바뀌는 걸 심심치 않게 보았다. 겨울이라 주춤해졌지만 탕후루의 인기가 전국을 강타했다. 탕후루는 꼬치에 꿴 과일에 끓인 설탕물을 히고 굳혀 만드는 매우 간단한 음식이다. 이때 설탕의 결정화를 막기 위해 물 이외에 물엿을 더하는 수준이다.
딸기나 샤인머스캣 등에 얇고 바삭한 막을 입혔으니 씹히는 질감의 대조가 재미있다. 한편 과일에 설탕의 단맛이 가세하면서 한결 더 유혹적으로 거듭난다. 심지어 황귀비가 먹었을 것 같은 산사나무 탕후루도 인터넷에서 쉽게 살 수 있다. 중국산 냉동 제품이 개당 3000원 이하, 산사나무 열매의 새콤달콤함이 설탕과 굉장히 잘 어우러진다.
‘맛있다!’는 반응이 척수반사적으로 나오는 탕후루지만 한편 피로도 딸려온다. 우리의 음식은 이미 너무 달다. 한식은 말할 것도 없고 파스타 같은 양식마저 단맛이 습관처럼 배어 있다. 그탓에 ‘달지 않아 맛있는’ 디저트 문화가 널리 퍼졌는데 설탕이 노골적으로 개입하는, 무시할 수 없는 단맛의 탕후루가 고개를 불쑥 들이밀면서 한층 더 혼란스러워진 느낌이다.
건강에 미치는 영향 또한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선두 업체의 분석에 의하면 탕후루 한 꼬치의 설탕 함유량은 9.9g(딸기)에서 24.7g(블랙사파이어 포도)에 이른다. 미국심장협회의 성인 설탕 일일 권장량이 30g 수준이므로 탕후루만으로 거의 전부를 섭취할 수 있다. 당 섭취를 줄이기 위해 0칼로리 대체 감미료의 ‘제로 음료’가 유행하는 현실을 감안하면 시대를 역행한다는 인상마저 풍긴다.
식문화의 차원에서도 탕후루의 출현 및 유행은 석연치 않다. 버블티부터 슈니발렌, 츄러스, 대왕 카스테라, 뚱카롱 등 지난 십여년 동안 유행을 탄 음식들은 일정 수준 이상의 조리 기술을 요했다. 가게를 내려면 숙련공이 진입장벽으로 작용했는데, 탕후루는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파는 과일에 설탕물을 입혀 굳히기만 하면 되므로 비숙련공도 만들 수 있고, 이는 더 쉬운 창업으로 직결된다.
그렇게 탕후루 가게가 우후죽순 생겨나고 많은 이들이 크나큰 의식 없이 설탕을 더 섭취할 위험에 노출됐다. 특히 탕후루의 주요 소비층인 어린이들의 안녕이 우려된다. 선풍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가운데 소아청소년 비만 및 당뇨병 예방에 나쁜 영향을 미칠 것이 명백하다. 일각에서는 어린이 기호식품으로 지정해 관리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고 동의하는 바이다.
마지막으로 탕후루의 유행 이후를 생각하는 것 또한 유쾌하지 않다. 또 얼마나 많은 이들이 사업 실패와 그로 인한 부채 등에 시달리게 될까? 쉬운 조리와 유혹하는 단맛으로 우후죽순격의 창업을 이끌어 낸다. 개개인의 건강은 물론 유행이 순식간에 꺼져 사회 및 경제에 부담을 크게 안길 가능성도 매우 높다. 이래저래 참으로 징후적인 탕후루의 몰락 뒤에는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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