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육'엔 고기가 없다는데… 정체는? [헬스컷]

입력 2023.04.11 18:06

[대체육이 뜬다]① 난무하는 대체식품 용어들

대체육
사진=셔터스톡
콩고기, 배양육, 대체육, 인조고기

이 중 동의어가 있을까요? 놀랍게도 모두 동의어는 아닙니다. 모두 대충 고기를 과학 기술로 대체한 식품을 뜻하는 말인 것 같긴 한데, 정확히 어떤 재료로 어떤 기술을 이용해 만들었다는 건진 용어만 봐선 알기 어렵습니다. 여러분만 그런 것은 아닙니다. 실제로 식품회사 대상에서 2022년 500명을 대상으로 식물성 고기, 대체육 등 대체 식품에 대한 용어를 들어봤냐고 물어보자 모든 용어에서 절반도 안 되는 사람만 '어느 정도 알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또 숙명여대 경영대학원 이동한 교수팀이 올해 넥스트리서치에 의뢰해 1000명을 대상으로 세포배양 식품에 관한 국민 인식 조사를 했더니 57.4%가 들어본 적이 있다고 했지만, 이중 잘 알고 있다고 답한 사람은 3.6%뿐이었습니다.

미래 대체 식품 연구는 전 세계적으로 '식품 혁명'이라고 부르며 열광하고 있는 분야입니다. 환경, 식량 부족 등 고질적인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래 대체 식품이 언젠가는 식탁 위에 올라와야 할 식품이라는 합의에 도달했기 때문이죠. 그러나 빠르게, 매우 다양한 재료로, 여러 기술이 집약돼 우후죽순 연구·홍보되다 보니, 각종 용어부터 난무하고 있습니다. 차후 이 식품을 구매해야 하는 소비자는 혼란스럽기만 하죠.

◇대체식품은 포괄하는 단어… 콩·곤충·해조류가 주 재료

사용되는 용어들을 차근차근 정리해보겠습니다. 가장 큰 포괄 단어는 대체식품이에요. 처음에는 고기에만 초점이 맞춰져 연구되다가, 고기뿐만 아니라 마요네즈, 계란, 우유, 너겟, 소시지 등 육류를 이용한 것부터 재배 중 환경에 악영향을 주는 커피 등까지 다양한 제품에 대한 미래 대체 식품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대체 고기가 아닌 ‘대체 식품’으로 불리게 됐습니다. 어떤 재료로 대체 식품을 만들었냐에 따라 용어가 또 달라집니다. 가장 잘 알려진 게 바로 식물성 대체식품이죠. 말 그대로 콩, 밀, 녹두 등 식물성 재료만 사용해 만든 모든 대체식품은 식물성대체식품입니다. 처음엔 콩을 주재료로 한 제품이 많이 나왔었기 때문에, 콩고기로 불리곤 했습니다. 고기의 단백질을 식물성 원재료에서 얻은 단백질로 대체한다는 걸 강조하기 위해 식물성단백 대체식품, 식물성단백 식품이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유명한 제품으로는 비욘드 미트의 햄버거 패티, 저스트 에그의 식물성 달걀, 마요네즈 등이 있습니다.

다음 유명한 대체 식품 재료가 바로 곤충이죠. 곤충 식품도 대체 식품에 포함되는 개념입니다. 최근에는 해조류로 육류를 대체해보려는 노력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 재료들을 대체 식품, 고기, 너겟, 소시지 등 앞에 붙여 부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곤충 고기, 해조류 너겟 등으로 부르는 식이죠.
사진=헬스조선DB
◇실험실에서 만들었다면 '배양' 붙이기도

주목해야 하는 또 다른 대체식품 용어가 세포농업식품입니다. 실험실에서 만드는 대체 식품을 지칭하는 말인데요. 크게 동물 줄기세포로 만드는 고기인 배양육과 곰팡이, 효모 등 미생물을 이용해 만드는 미생물 식품으로 나뉩니다. 배양육은 다른 물질로 대체하지 않고 실제 동물 세포를 사용해 만드는 것이라, 동물에서 얻을 수 있는 영양소와 맛을 똑같이 구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주목받고 있는데요. 배양육 말고도 세포 배양육, 세포배양인조고기, 세포배양 대체 단백질 식품 등 다양한 용어로 불립니다.

미생물을 이용할 땐 사용한 미생물 종, 곰팡이 등을 앞에 붙여 곰팡이 베이컨, 곰팡이 고기 등이라고 부릅니다. 또 미생물이 뿜어낸 공기 속에서 단백질을 추출한 제품일 땐 공기 고기, 공기 단백질, 공기 프로틴 등으로 지칭합니다.

◇용어 사용 혼재… 세계적 문제

비단 용어 문제는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외국도 똑같은 문제를 겪고 있습니다. cultivated meat(재배된 고기), artificial meat(인공육), fake meat(가짜고기), cellular meat(세포육), in-vitro meat(생체외 고기) 등 다양한 용어가 혼용되고 있고, 아직 통일된 기준은 없습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는 일단 이런 식품을 대체 식품으로 포괄해 정의한다는 기준(대체식품 정의, 제조·가공 기준)을 지난해 12월 행정예고 했습니다. 식약처 관계자는 "대체 식품이라는 용어는 500명을 대상으로 어떤 용어가 적절할지 조사해 결정된 것"이라며 "배양육 등 다양한 소구분 용어들의 구체적인 통일 기준은 여러 유관기관에서 협의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대체식품 병용됐다면 원재료 살펴야

일단 올해 하반기부터 대체식품이라는 용어로 시중 제품에 표기될 예정입니다. 식약처 관계자는 "알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기존 식품 유형에 대체식품이라고 병기하는 것"이라며 "해당 단어를 보면 소비자가 대체된 식품이라는 걸 인지하고, 원재료를 확인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이어 "원재료에는 기존처럼 식물, 곤충, 미생물 등이 표기될 것"이라며 "언제든 충분히 의견을 수렴해 개정할 여지는 있다"고 했습니다.

실제로 이 모든 용어가 '인조'가 강조되도록 바뀔 수도 있습니다. 소비자연대 등 일각에서는 해당 용어들이 소비자의 알권리를 반영하지 못한다고 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3일 더불어민주당 전혜숙 국회의원, 국민의 힘 최영희 국회의원 건강소비자연대 주관 제10차 K-바이오헬스 포럼에서 '세포배양식품의 문제와 해법'을 주제로 토론이 이뤄졌습니다. 이 포럼에서 해피맘 홍정연 사무총장은 "소비자에게 정확한 정보 전달할 수 있도록 대체식품 표시기준을 만들어야 한다"며 "고기라는 표현이 혼동을 줄 수 있으므로, 지양하고 세포, 배양, 식물성 등 명칭을 정확하게 구분해 표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서울대 농생명공학부 최윤재 명예교수는 "대체라는 단어는 범주에 속하는 모든 제품이 기존 축산식품을 온전하게 대신할 수 있다고 착각하게 만들 수 있다"며 "식물성인조고기, 세포배양인조고기 등 명확한 정보를 전달하는 용어로 바꿔야 한다"고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