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성 대체육은 진화 중… 고기 맛 어떻게 낼까? [주방 속 과학]

입력 2022.08.21 12:00
대체육
식물성 대체육의 맛이 진화하고 있다./사진=조선일보DB
‘뭔가 부족한 고기 맛.’ ‘열심히 고기를 흉내 낸 맛.’

지금까지 식물성 대체육에 따라붙던 수식어들이다. 그러나 최근 그 맛이 달라졌다. 많은 사람이 식물성 대체육을 한 입 베어 물곤 놀란다. 의식하고 먹지 않으면 알아채기 힘들 만큼 비슷하거나 더 맛있는 ‘맛’ 때문이다. 동물성 성분이 하나도 안 들어갔는데 식물성 대체육은 도대체 어떻게 고기 맛이 나는 걸까?

◇단백질로 씹는 맛, 지방으로 풍미 잡아
고기는 역시 씹는 맛이다. 초반 식물성 대체육은 완두콩, 대두콩 등 콩 단백질을 단순히 압착시켜 고기의 조직감을 냈다. 물론 고기와는 완전히 달랐다. 이후 고기의 쫄깃한 식감을 살리기 위해 버섯, 밀, 감자, 호박, 효모, 메틸셀룰로스 등 섬유소, 곤약, 해조류 등 식감을 살릴 수 있는 각종 다양한 성분을 추가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단백질을 가공하는 방법이 달라졌다. 단백질은 온도와 압력에 따라 구조가 바뀌어 조직감이 달라진다. 일례로 농심에서는 HMMA(고수분 대체육 제조 기술) 공법을 독자 개발해 쫄깃한 식감에 수분감까지 느껴지도록 했다. 그러자 비건 제품 만족도 조사에서 긍정 응답이 90% 이상으로 나타났다.

고기의 풍미는 ‘지방’이 결정한다. 끈끈한 단백질을 지방이 감싸 부드럽게 만들기 때문이다. 소위 마블링(근내 지방)이 많은 소고기가 더 맛있다고 알려진 이유다. 식물성 대체육에도 끈끈하게 구성한 단백질 조직감을 부드럽게 하기 위해 식물성 오일을 추가한다. 보통 실온에서 고체인 코코넛 오일을 이용하고, 올리브 오일, 카놀라유 등도 사용한다. 육즙과 같은 효과를 내기도 한다. 너무 많은 포화지방이 들어가 오히려 건강에 안 좋은 식물성 대체육 제품이 있을 수 있으므로 건강한 대체육 제품을 고르려면 100g당 1일 기준 나트륨 함량이 30% 미만, 포화지방은 27% 미만인 제품을 고르는 게 좋다.

회사마다 분자 단위로 진짜 고기의 구성을 분석해 원료 배합, 온도 설정 등을 조정한 레시피도 만들고 있다. 가톨릭대 생명공학과 김필 교수는 “처음에는 고기 맛이 아니지만 마이야르 반응 등 제조 과정에서 화학 작용하면서 고기 맛이 날 수 있다”며 “이를 리액션 플레이버라고 하는데, 이 반응을 이용한 대표적인 제품이 비욘드 미트이며 특허를 걸어놔 어떻게 만드는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말했다.

◇금속 맛은 ‘헴’ 성분으로 살려
이런 노력으로도 식물성 대체육은 진짜 고기와는 ‘무엇’인가 달랐다. 2019년 1월 미국 스타트업 임파서블푸드가 세계 최대 박람회인 ‘국제전자제품박람회’에 ‘무엇’을 소개해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다. 바로 혈액 속 헤모글로빈에 들어 있는 ‘헴(heme)’이다. 헤모글로빈은 산소를 나르는 물질로, 여기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게 바로 헴 성분이다. 김필 교수는 “사람이나 동물이 움직일 때 사용하는 에너지는 전자 전달 시스템으로 형성되는데, 헴이 전자 전달 주요 성분으로 가운데 철을 가지고 있다”며 “식물성 대체육에 헴 성분을 넣으면 육류 특유의 금속성 풍미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햄
튜브를 열자 꼬릿하고 비릿한 헴 성분의 냄새가 확 올라왔다./사진=헬스조선 DB
임파서블푸드는 콩과식물 뿌리혹박테리아가 만들어내는 레그헤모글로빈을 이용했다. 이 과정에서 유전자변형 콩을 사용해 논란이 됐다. 그러나 최근 국내 연구팀이 아예 미생물 변이체를 이용해 생산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유전자변형 콩을 사용하지 않아도 헴을 추출할 수 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