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상식의 虛와實] 후각장애

입력 2003.12.16 11:02

MRI등 이용 원인 규명… 치료 가능








색깔을 구별하지 못하면 ‘색맹’, 맛을 잘 못 느끼면 ‘미맹’이라고 한다. 그러면 냄새를 못맡으면 ‘후맹(喉盲)’이라고 할까. 답은 그냥 ‘후각장애’이다.

후각은 동물들에게는 생명을 유지하는데 필수적인 감각이다. 먹이를 찾고, 적을 피하며, 짝짓기를 하는데,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인간에게는 후각이 동물들보다는 덜 중요하다. 하지만 인간도 후각 기능에 이상이 있으면, 때로는 치명적인 손해를 입을 수 있다.

가스 누출이나 화재 때 냄새를 맡지 못하면 위험에 빠질 수 있다. 음식이 상했을 때 나는 냄새를 맡지 못해 식중독에 걸리기도 한다. 또 맛있는 음식의 좋은 냄새를 맡지 못하면 음식 먹는 즐거움이 형편 없어진다. 연인의 향수냄새를 맡지 못하면 연애의 묘미가 있을까.

후각장애의 원인은 여러 가지다. 미국의 연구결과를 보면 후각장애의 가장 큰 원인은 축농증 등 콧병(20~33%)이고, 다음이 감기 후에 생긴 것(12~32%), 머리 손상(9~32%) 등이다. 당뇨병, 고혈압, 신장병, 빈혈 등도 후각장애의 원인이 된다. 미국에는 후각 및 미각장애를 가진 사람이 200여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돼 있다.

후각장애는 그동안 진단법이 마땅치 않아 진단과 치료에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CT, MRI 등을 이용해 코에서 감지된 냄새감각이 뇌로 전달되는 과정이 밝혀지고 있다. 또 후각검사법도 개발돼 있다. 이런 진단 과정에서 원인이 드러나면 그에 맞게 치료를 받아야 한다.

(홍석찬·분당차병원 이비인후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