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냄새 감별 못하면 뇌 측두엽 이상
가장 흔한 사례는 뇌 측두엽 부위가 줄어드는 알츠하이머(노인성 치매)나 파킨슨병이 진행되고 있는 경우다. 이 병의 초기 단계에선 냄새를 잘 감별하지 못하며, 병이 진행되면 실제로 없는 냄새를 느끼거나, 향기를 악취로 느끼는 증상이 종종 나타난다. 미국 러시 대학병원 로버트 윌슨 박사가 600명을 대상으로 후각기능과 인지기능 테스트를 실시한 결과, 바나나 냄새를 구분하지 못하는 등 후각기능이 상당히 저하된 사람이 후각기능에 이상이 없는 사람에 비해 알츠하이머 전(前) 단계인 인지기능장애가 나타날 위험이 50%나 높았다.
측두엽 이상으로 정신분열증, 우울증, 외상 후 스트레스 질환, (측두엽성) 간질 등을 겪는 환자들도 후각이상 증세를 겪는다. 그러나 이들의 후각이상 증상은 알츠하이머나 파킨슨병 환자보다는 약하다.
또 측두엽 부위에 종양이 있을 때도 냄새를 감별하는 데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더러는 뇌수술 후 그런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고대안암병원 이비인후과 이상학 교수는 “뇌의 측두엽이 위축되거나 변성이 생겨 여러 정신질환을 겪는 사람은 후각장애를 호소하고, 실제로 이들의 후각세포가 죽어 있는 경우가 많이 발견된다”고 말했다.
◆노인의 후각기능은 인지 능력과 관련
미국 UC 샌디에이고 대학 클레어 머피 박사가 18~45세 남녀 103명과 55~97세 남녀 98명을 대상으로 후각기능 테스트와 지능검사를 실시한 결과 55~97세 연령층에선 후각기능이 지능, 기억력, 추리력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18~45세 연령층에선 별다른 상관관계가 없었다.
따라서 후각기능을 검사하면 뇌 기능의 이상 여부를 알아볼 수 있다. 실제로 ▲미세캡슐에 넣은 수십 가지 냄새를 이용해 냄새를 인지하는 데 걸리는 시간, 지속적으로 느끼는 시간 등을 파악해 환자의 인지능력을 측정하거나 ▲후각신경세포를 채취해 세포가 활성화되어 있는지 알아봄으로써 뇌 기능 이상을 감지하는 방법도 시도되고 있다.
반대로 냄새를 통해 뇌 기능을 개선하는 향기치료(아로마세러피)도 일부에서 시행된다. 이때 사용되는 향은 부교감신경을 자극해 신경을 안정시키고, 불안반응을 억제해 집중력을 향상시켜 기억력을 높이고, 기분을 좋게 한다고 알려져 있다.
경북대병원 치과대학 문제일 교수는 “뇌에서 냄새를 인식하는 부위는 감정을 조절하는 부위(변연계)와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냄새는 감정에 영향을 주고, 기분에 영향을 주는 신경전달물질의 분비를 촉진시키거나 악화시키기도 한다”고 말했다.
/ 홍세정 헬스조선 기자 hsj@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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