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아까워 '멀티태스킹' 한다? 뇌 쪼그라들어 위험…

입력 2024.02.02 12:30
멀티태스킹을 하는 사람
멀티태스킹을 하면 뇌 주요 부위가 쪼그라들어 뇌 기능이 떨어진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직장인 A씨는 최근 출퇴근 시간 대중교통에서 멍하니 보내는 게 아깝다는 생각에 귀로는 경제 신문을 읽어주는 라디오를 듣고, 눈으로는 SNS 피드를 넘겨보면서 최신 트렌드를 파악했다. 동시에 실시간으로 오는 메시지에 답장하고, 내려야 할 정류장을 놓치고 있진 않은지 확인했다. A씨처럼 멀티태스킹을 하면 한정된 시간 안에 여러 일을 처리할 수 있다는 성취감을 느끼곤 한다. 하지만 멀티태스킹은 오히려 집중력을 떨어뜨려 여러 일 중 어떤 것도 제대로 해낼 수 없게 한다. 또 뇌 건강에 나쁜 영향을 끼쳐 장기적으로도 좋지 않다.

멀티태스킹을 하면 뇌의 주요 부위가 쪼그라들어 뇌 기능이 떨어질 수 있다. 영국 서섹스대 연구에 따르면, TV 보면서 문자 메시지 보내기, 음악 감상, 이메일 확인, 전화 걸기 등 멀티태스킹을 자주, 오래 한 사람일수록 뇌 전방대상피질 크기가 줄어들었다. 전방대상피질은 편도체로부터 정보를 받아 필요한 반응을 지시하고, 감정이나 고통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이 부위가 줄어들면 주의가 쉽게 산만해져 집중력이 떨어진다. 또 우울, 분노와 같은 감정을 더 느끼게 된다. 미국 미시간대 연구에 따르면 멀티태스킹을 하면 동시 업무량이 늘어 본인 스스로 주의력을 통제하지 못하게 된다. 이에 제대로 일을 하지 못해 우울감이나 사회적 불안감을 느낄 가능성이 커진다. 또 부정적인 감정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더 깊은 우울감에 빠질 수 있다.

실제로 뇌는 여러 일을 동시에 처리하지 못한다. 프랑스 국립보건의학연구소에 따르면 인간의 뇌가 한꺼번에 처리할 수 있는 일은 '두 가지'가 최대다. 연구팀은 19세부터 32세까지 남녀 16명씩을 대상으로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하게 한 후 자기공명영상(fMRI)으로 이들의 뇌를 찍어 관찰했다. 이들에게 두 가지 일을 시키자, 좌뇌와 우뇌의 전두엽 피질이 각각 하나씩 일을 맡아 처리하는 현상이 벌어졌다. 그런데 세 가지 일을 시키자, 지원자 대부분 그중 하나를 잊어버리고 하지 않는 빈도가 늘었다. 전두엽이 좌뇌와 우뇌 두 개로만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동시에 세 가지 이상의 일은 할 수 없다고 연구팀은 분석했다. 결국 지원자들이 일을 다시 처리해야 하는 경우가 생겨 오히려 효율성이 떨어졌다. 이 연구 결과는 '사이언스' 저널에 2010년 게재됐다.

두뇌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려면 한 가지 일에 집중하는 '모노태스킹'을 하는 게 좋다. 특히 일정한 시간 간격으로 작업과 휴식을 번갈아 하는 '뽀모도로 테크닉'을 활용해 보자. 뽀모도로 테크닉은 프란체스코 시릴로가 제안한 시간 관리법이다. 25분간 집중해서 일하고 5분간 쉬는 걸 반복하면 된다. 이 방식은 일 처리 효율을 올리는 동시에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