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적은 인레빅·비라토비 급여 논의 지연
폐암약 타그리소· 유방암약 엔허투는 복지위 논의 앞둬

우리나라는 유독 '약이 있기는 한데 쓸 수는 없는' 경우가 많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엄격한 안전성·유효성 검토를 거쳐 허가를 받았어도 건강보험급여가 적용되지 않으면, 약값이 너무 비싸기 때문이다. 고가의약품에 속하는 항암제는 더욱 그렇다. 급여가 적용되지 않으면 한 알이 수백, 수천만원에 달한다. 그나마 급여를 해줄 만한 가치가 있다고 인정받은 급여 적정성 평가 통과 약은 사정이 낫다지만, 이 약들도 '그림의 떡'인 건 마찬가지다. 급여적정성 평가만을 통과하거나 급여적정성 논의 예정인 상태로 환자를 애태우는 약이 너무 많다.
◇필요한 사람 이렇게 많은데… 타그리소·엔허투
대표적인 '그림의 떡'으로는 아스트라제네카의 3세대 폐암 치료제 '타그리소(성분명 오시머티닙)'가 있다. 타그리소는 현재 우리나라에서 EGFR 엑손19 결손 또는 엑손21 변이가 있는 비소세포폐암의 1차 치료제로 승인받은 유일한 약이지만, 보험급여가 적용되지 않는다. 2019년부터 4년째 1차 치료제로 급여 범위 확대를 시도하고 있으나 아직 1차 치료제 급여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타그리소는 이전에 EGFR-TKI로 치료받은 적이 있는 EGFR T790M 변이 양성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치료, 즉 2차 치료제로 사용할 때만 보험급여가 적용된다.
타그리소는 1차 치료제로 사용했을 때 뇌전이 폐암 환자에게 특히 효과가 좋다. 기존 표준치료 요법인 백금 기반 항암화학요법보다 무진행 생존기간(PFS)이 2배 이상 길어, 전 세계 40여 개국에서 1차 치료제로 보험 급여 인정을 받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아니다. 보험급여가 되지 않는 타그리소를 1차 치료제로 사용하려면 4주에 600만원, 1년이면 약값으로만 7000만원이 든다. 환자단체에 따르면, 비싼 약값 때문에 1차 급여 확대를 무작정 기다리는 환자, 타그리소를 사용을 중단하고 효과가 적은 다른 치료제로 버티는 환자, 최소 처방단위의 약만 받아가는 환자가 넘친다. 실제 지난 2월에는 타그리소의 1차 치료제 급여 적용을 요구하는 국회 국민동의청원에 한 달 만에 5만명이 동참,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회부됐다. 국민동의청원은 30일 내에 5만명의 동의를 받아야 소관 상임위에 회부, 국회 차원에서 논의가 가능해진다.
환자의 속을 태우는 또다른 약으로는 다이이찌산쿄와 아스트라제네카가 공동 개발한 '엔허투(성분명 트라스투주맙데룩스테칸)'가 있다. 엔허투는 지난해 9월 ▲이전에 2개 이상의 항 HER2 기반의 요법을 투여받은 절제 불가능한 또는 전이성 HER2 양성 유방암 환자의 치료 ▲이전에 항 HER2 치료를 포함해 2개 이상의 요법을 투여받은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HER2 양성 위 또는 위식도접합부 선암종 치료에 허가를 받았다. 유방암 환자의 70%, 위암환자의 15%를 차지하지만 마땅한 없던 4기 전이성 위암환자의 유일한 약이 등장한 것이다.
하지만 엔허투도 급여가 되지 않아 마음 놓고 쓸 수 있는 환자는 손에 꼽는다. 엔허투는 1회 투약에 500~800만원이 든다. 그나마도 HER2 양성 저발현 적응증은 국내 허가가 나지 않아 사용할 수도 없다. 그러다보니 엔허투의 건강보험 사용을 촉구하는 국회 국민청원엔 5만명이 동의했고, 저발현 환자 사용을 위한 허가 확대 국민청원도 진행 중이다.
엔허투는 유방암 기준, 기존 약보다 효과가 약 4배 좋아 환자만큼 의료진도 기다리는 약이다. 엔허투의 효과는 작년 6월 미국 임상종양학회(ASCO)에서 HR 양성 또는 음성인 HER2 저발현 전이성 유방암 환자에서 항암화학요법보다 질병 진행 또는 사망 위험을 50% 줄인 임상결과를 공개해 기립박수를 받았을 정도이다.
세브란스병원 종양내과 김민환 교수는 "엔허투는 임상시험(DESTINY-Breast03)에서 기존 유방암 치료제 '캐싸일라' 보다 질병 진행확률을 1/4로 줄였다"며, "기존 약보다 효과가 4배 좋은 엔허투를 쓰지 않을 이유가 없을 정도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국내엔 워낙 유방암 환자가 많고, HER2 양성 전이성 유방암은 전이 속도가 빨라 초기에 효과가 좋은 약을 쓰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며, "엔허투는 대신할만큼 효과가 좋은 약은 없기에, 대체약이 있다는 이유로 급여가 어렵다는 건 말이 안 되는 정도"라고 말했다.
◇겨우 신약 나왔지만 소외된 희귀·소수암 환자들
그나마 타그리소와 엔허투는 사정이 낫다. 환자가 많아 급여촉구에 힘을 보탤 이들이 많다. 반면, 환자 수가 적어 국민청원을 통한 국회 논의는 어렵고, 약은 비싸 급여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항암제들이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BMS의 골수섬유증 치료제 '인레빅(성분명 페드라티닙)'이다. 이 약은 올해 2월 약제급여평가위원회(약평위)에서 급여적정성을 인정받았다. 인레빅은 룩소리티닙 이후 골수섬유증 치료 분야에 10년 만에 등장한 신약이다. 골수섬유증 성인 환자에서 비장비대 또는 증상 치료에 허가받았다.
골수섬유증은 골수의 과도한 섬유성 증식과 정상적인 조혈기능이 저하되는 희귀혈액암으로 국내엔 약 2000명의 환자가 존재한다. 1차 치료제로 룩소리티닙이 사용되고 있으나, 효과가 충분치 않거나 재발하면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인레빅이 등장한 것이다. 희귀암이라 더 빠르게 급여권에 진입할 것이라 예상했으나, 인레빅은 급여적정성도 겨우 인정받았다.
서울성모병원 혈액내과 이성은 교수는 "골수섬유증은 위중도가 굉장히 높은데다 아직까진 완치가 불가능한 희귀질환이라 증상 개선을 위한 치료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상황에서 10년 만에 증상 개선 효과가 매우 뛰어난 인레빅이 등장해 환자들은 급여가 매우 절실한 상황이다"고 밝혔다. 이 교수에 따르면, 인레빅은 환자의 삶을 바꾸는 수준의 효과가 있다. 말기 골수섬유증 환자 A씨의 경우, 하루의 절반 이상을 누워만 있어야 하는 중증 환자였으나 인레빅 사용 후 가벼운 실내 활동이 가능한 정도까지 증상이 개선됐다.
대장암 치료제인 한국오노약품공업의 '비라토비(성분명 엔코라페닙)'도 환자가 적어 급여에 어려움을 겪는 소외 약물 중 하나이다. 대장암 환자 자체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고, 치료법이 매우 빠르게 발전하고 있어, 신약급여가 급하다는데 의문을 가질 수 있으나 비라토비는 조금 특별하다. 비라토비는 대장암 환자의 5% 미만을 차지하는 BRAF V600E 변이 전이성 직결장암 환자에 사용하는 약이다.
BRAF V600E 변이 전이성 직결장암은 재발이 잦고, 기존 치료제는 효과도 거의 없어 환자의 기대수명은 1년 미만이다. 치료가 시간싸움인 질환이라 환자도 의사도 빠른 급여 적용을 전망했으나 비라토비 급여논의는 지지부진하다. 비라토비는 2021년 8월 국내 허가를 받고, 2022년 1월 비라토비는 약제의 임상적 타당성을 평가하는 암질환심의위원회를 통과했으나 아직까지 급여 적정성을 평가하는 약평위에는 상정도 되지 못했다.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김승태 교수는 "미국과 유럽에선 비라토비를 사용한 치료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진료지침을 마련했을 정도로 BRAF V600E 변이 전이성 직결장암 환자에게 비라토비의 효과는 크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이들은 기존 치료제가 사실상 아무런 효과가 없는 정도라 비라토비가 너무 절실해 비라토비를 비급여로 사용한다"며, "그러나 약이 너무 비싸 치료를 중도포기하거나 효과가 없는 다른 치료제로 교체했다가 건강이 빠르게 악화해 치료가 의미가 없는 상태가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고 말했다. 비라토비를 비급여로 사용하면 한 달에 800~1000만원이 든다.
유방암에선 아군이 많은 엔허투도 위암에선 소수자에 속한다. 위암 환자 중 HER2 양성 유전자를 가진 환자는 10~15%뿐이다. HER2 변이가 있으면 일반 암보다 진행이 빠르고 공격적이라 예후가 좋지 않은데, 전이성 HER2 양성 위암은 기존 치료제 반응률도 8% 수준으로 낮아 신약에 대한 수요가 높다. 엔허투는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HER2 양성 위 또는 위식도접합부 선암종에서 반응률이 60%에 임박한다.
김승태 교수는 "엔허투는 전이성 위암에서도 획기적이라고 평가할 만큼 효과가 좋은 약이나 유방암만큼 환자 수가 많지 않다보니 급여 논의에서 소외되는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위암 환자 중에도 엔허투가 아니면 더는 희망이 없는 환자가 많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한 치 앞 알 수 없는 급여, 국회도 관심 집중
각자의 사정이 안타깝고 절실하지만, 타그리소 급여확대나 엔허투, 엔레빅, 비라토비 등의 급여권 진입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모두 고가의 약제이다보니 건강보험 재정에 미치는 영향이 커, 급여 문턱을 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달 22일 개최 예정인 암질환심의위원회에선 타그리소 급여 확대 논의 등이 계획돼 있으나 결과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다만, 국회에서 주요 항암제의 보험급여 문제를 심도 있게 살피고 있어 긍정적인 신호가 감지된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인 서정숙 의원실 관계자는 "현재 국민동원청원을 통해 타그리소와 엔허투가 보건복지위에 회부, 국회 차원의 논의를 앞두고 있다"며, "환자들의 사정이 얼마나 안타까운지 알고 있기 때문에 국회에서도 각별한 관심을 갖고 주요 항암제의 급여 문제를 살피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여야가 3월 임시회 의사일정에 합의했기에 조만간 복지위에 회부된 타그리소와 엔허투의 급여 문제를 논의할 소위 일정도 확정될 예정이다"고 말했다.
◇필요한 사람 이렇게 많은데… 타그리소·엔허투
대표적인 '그림의 떡'으로는 아스트라제네카의 3세대 폐암 치료제 '타그리소(성분명 오시머티닙)'가 있다. 타그리소는 현재 우리나라에서 EGFR 엑손19 결손 또는 엑손21 변이가 있는 비소세포폐암의 1차 치료제로 승인받은 유일한 약이지만, 보험급여가 적용되지 않는다. 2019년부터 4년째 1차 치료제로 급여 범위 확대를 시도하고 있으나 아직 1차 치료제 급여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타그리소는 이전에 EGFR-TKI로 치료받은 적이 있는 EGFR T790M 변이 양성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치료, 즉 2차 치료제로 사용할 때만 보험급여가 적용된다.
타그리소는 1차 치료제로 사용했을 때 뇌전이 폐암 환자에게 특히 효과가 좋다. 기존 표준치료 요법인 백금 기반 항암화학요법보다 무진행 생존기간(PFS)이 2배 이상 길어, 전 세계 40여 개국에서 1차 치료제로 보험 급여 인정을 받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아니다. 보험급여가 되지 않는 타그리소를 1차 치료제로 사용하려면 4주에 600만원, 1년이면 약값으로만 7000만원이 든다. 환자단체에 따르면, 비싼 약값 때문에 1차 급여 확대를 무작정 기다리는 환자, 타그리소를 사용을 중단하고 효과가 적은 다른 치료제로 버티는 환자, 최소 처방단위의 약만 받아가는 환자가 넘친다. 실제 지난 2월에는 타그리소의 1차 치료제 급여 적용을 요구하는 국회 국민동의청원에 한 달 만에 5만명이 동참,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회부됐다. 국민동의청원은 30일 내에 5만명의 동의를 받아야 소관 상임위에 회부, 국회 차원에서 논의가 가능해진다.
환자의 속을 태우는 또다른 약으로는 다이이찌산쿄와 아스트라제네카가 공동 개발한 '엔허투(성분명 트라스투주맙데룩스테칸)'가 있다. 엔허투는 지난해 9월 ▲이전에 2개 이상의 항 HER2 기반의 요법을 투여받은 절제 불가능한 또는 전이성 HER2 양성 유방암 환자의 치료 ▲이전에 항 HER2 치료를 포함해 2개 이상의 요법을 투여받은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HER2 양성 위 또는 위식도접합부 선암종 치료에 허가를 받았다. 유방암 환자의 70%, 위암환자의 15%를 차지하지만 마땅한 없던 4기 전이성 위암환자의 유일한 약이 등장한 것이다.
하지만 엔허투도 급여가 되지 않아 마음 놓고 쓸 수 있는 환자는 손에 꼽는다. 엔허투는 1회 투약에 500~800만원이 든다. 그나마도 HER2 양성 저발현 적응증은 국내 허가가 나지 않아 사용할 수도 없다. 그러다보니 엔허투의 건강보험 사용을 촉구하는 국회 국민청원엔 5만명이 동의했고, 저발현 환자 사용을 위한 허가 확대 국민청원도 진행 중이다.
엔허투는 유방암 기준, 기존 약보다 효과가 약 4배 좋아 환자만큼 의료진도 기다리는 약이다. 엔허투의 효과는 작년 6월 미국 임상종양학회(ASCO)에서 HR 양성 또는 음성인 HER2 저발현 전이성 유방암 환자에서 항암화학요법보다 질병 진행 또는 사망 위험을 50% 줄인 임상결과를 공개해 기립박수를 받았을 정도이다.
세브란스병원 종양내과 김민환 교수는 "엔허투는 임상시험(DESTINY-Breast03)에서 기존 유방암 치료제 '캐싸일라' 보다 질병 진행확률을 1/4로 줄였다"며, "기존 약보다 효과가 4배 좋은 엔허투를 쓰지 않을 이유가 없을 정도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국내엔 워낙 유방암 환자가 많고, HER2 양성 전이성 유방암은 전이 속도가 빨라 초기에 효과가 좋은 약을 쓰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며, "엔허투는 대신할만큼 효과가 좋은 약은 없기에, 대체약이 있다는 이유로 급여가 어렵다는 건 말이 안 되는 정도"라고 말했다.
◇겨우 신약 나왔지만 소외된 희귀·소수암 환자들
그나마 타그리소와 엔허투는 사정이 낫다. 환자가 많아 급여촉구에 힘을 보탤 이들이 많다. 반면, 환자 수가 적어 국민청원을 통한 국회 논의는 어렵고, 약은 비싸 급여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항암제들이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BMS의 골수섬유증 치료제 '인레빅(성분명 페드라티닙)'이다. 이 약은 올해 2월 약제급여평가위원회(약평위)에서 급여적정성을 인정받았다. 인레빅은 룩소리티닙 이후 골수섬유증 치료 분야에 10년 만에 등장한 신약이다. 골수섬유증 성인 환자에서 비장비대 또는 증상 치료에 허가받았다.
골수섬유증은 골수의 과도한 섬유성 증식과 정상적인 조혈기능이 저하되는 희귀혈액암으로 국내엔 약 2000명의 환자가 존재한다. 1차 치료제로 룩소리티닙이 사용되고 있으나, 효과가 충분치 않거나 재발하면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인레빅이 등장한 것이다. 희귀암이라 더 빠르게 급여권에 진입할 것이라 예상했으나, 인레빅은 급여적정성도 겨우 인정받았다.
서울성모병원 혈액내과 이성은 교수는 "골수섬유증은 위중도가 굉장히 높은데다 아직까진 완치가 불가능한 희귀질환이라 증상 개선을 위한 치료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상황에서 10년 만에 증상 개선 효과가 매우 뛰어난 인레빅이 등장해 환자들은 급여가 매우 절실한 상황이다"고 밝혔다. 이 교수에 따르면, 인레빅은 환자의 삶을 바꾸는 수준의 효과가 있다. 말기 골수섬유증 환자 A씨의 경우, 하루의 절반 이상을 누워만 있어야 하는 중증 환자였으나 인레빅 사용 후 가벼운 실내 활동이 가능한 정도까지 증상이 개선됐다.
대장암 치료제인 한국오노약품공업의 '비라토비(성분명 엔코라페닙)'도 환자가 적어 급여에 어려움을 겪는 소외 약물 중 하나이다. 대장암 환자 자체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고, 치료법이 매우 빠르게 발전하고 있어, 신약급여가 급하다는데 의문을 가질 수 있으나 비라토비는 조금 특별하다. 비라토비는 대장암 환자의 5% 미만을 차지하는 BRAF V600E 변이 전이성 직결장암 환자에 사용하는 약이다.
BRAF V600E 변이 전이성 직결장암은 재발이 잦고, 기존 치료제는 효과도 거의 없어 환자의 기대수명은 1년 미만이다. 치료가 시간싸움인 질환이라 환자도 의사도 빠른 급여 적용을 전망했으나 비라토비 급여논의는 지지부진하다. 비라토비는 2021년 8월 국내 허가를 받고, 2022년 1월 비라토비는 약제의 임상적 타당성을 평가하는 암질환심의위원회를 통과했으나 아직까지 급여 적정성을 평가하는 약평위에는 상정도 되지 못했다.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김승태 교수는 "미국과 유럽에선 비라토비를 사용한 치료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진료지침을 마련했을 정도로 BRAF V600E 변이 전이성 직결장암 환자에게 비라토비의 효과는 크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이들은 기존 치료제가 사실상 아무런 효과가 없는 정도라 비라토비가 너무 절실해 비라토비를 비급여로 사용한다"며, "그러나 약이 너무 비싸 치료를 중도포기하거나 효과가 없는 다른 치료제로 교체했다가 건강이 빠르게 악화해 치료가 의미가 없는 상태가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고 말했다. 비라토비를 비급여로 사용하면 한 달에 800~1000만원이 든다.
유방암에선 아군이 많은 엔허투도 위암에선 소수자에 속한다. 위암 환자 중 HER2 양성 유전자를 가진 환자는 10~15%뿐이다. HER2 변이가 있으면 일반 암보다 진행이 빠르고 공격적이라 예후가 좋지 않은데, 전이성 HER2 양성 위암은 기존 치료제 반응률도 8% 수준으로 낮아 신약에 대한 수요가 높다. 엔허투는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HER2 양성 위 또는 위식도접합부 선암종에서 반응률이 60%에 임박한다.
김승태 교수는 "엔허투는 전이성 위암에서도 획기적이라고 평가할 만큼 효과가 좋은 약이나 유방암만큼 환자 수가 많지 않다보니 급여 논의에서 소외되는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위암 환자 중에도 엔허투가 아니면 더는 희망이 없는 환자가 많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한 치 앞 알 수 없는 급여, 국회도 관심 집중
각자의 사정이 안타깝고 절실하지만, 타그리소 급여확대나 엔허투, 엔레빅, 비라토비 등의 급여권 진입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모두 고가의 약제이다보니 건강보험 재정에 미치는 영향이 커, 급여 문턱을 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달 22일 개최 예정인 암질환심의위원회에선 타그리소 급여 확대 논의 등이 계획돼 있으나 결과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다만, 국회에서 주요 항암제의 보험급여 문제를 심도 있게 살피고 있어 긍정적인 신호가 감지된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인 서정숙 의원실 관계자는 "현재 국민동원청원을 통해 타그리소와 엔허투가 보건복지위에 회부, 국회 차원의 논의를 앞두고 있다"며, "환자들의 사정이 얼마나 안타까운지 알고 있기 때문에 국회에서도 각별한 관심을 갖고 주요 항암제의 급여 문제를 살피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여야가 3월 임시회 의사일정에 합의했기에 조만간 복지위에 회부된 타그리소와 엔허투의 급여 문제를 논의할 소위 일정도 확정될 예정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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