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갈망 이겨내야… "중독자들 모여 '단약 의지' 다집니다"

입력 2022.09.23 07:00

[마약의 늪] ② 마약 중독자들을 만나다

약물 중독자 자조 모임 사진
상담사(중앙)와 중독 환자들이 약물 중독자 자조 모임에 참여한 모습이다./사진=강수연 기자
지난 17일 오전 10시 인천 서구의 마약 중독 치료 전문병원인 인천참사랑병원 신관 2층 참사랑홀, 열댓 명 되는 사람들이 원형으로 빙 둘러 모여 앉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은 더 늘어났다. 어느덧 스무 명 되는 중독자들이 모여 강당 안을 가득 채웠다. 이들이 이른 시각 한 곳에 모인 이유는 약물 중독자 자조 모임 때문이다.

중독자들은 각자 근황과 함께 고민을 자유롭게 털어놓았다. 상담사는 한 명 한 명의 이름을 부르며 안부를 물었다. 주된 이야기는 재발(다시 마약을 시작하게 됐음을 의미)에 대한 고민, 단약(斷藥) 결심이 쉽지 않다는 점에 공감하는 이야기였다. 약에 중독됐을 때 보인 망상이 단약 중인 지금도 계속돼 힘들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최근 재발했지만, 다시 단약 의지를 다졌다고 말하는 한 중독자의 이야기에 박수 갈채가 쏟아졌다.

모임의 특이한 점은 참석에 강제성을 띠지 않는다는 점이다. 참석 기간, 시기도 의무가 아닌 자율방식으로 진행된다. 모임 도중 자리를 나가거나 뒤늦게 들어오는 중독자도 있을 정도로 중독자들은 자유롭게 모임에 참가했다. 재발한 사람에게 비난하거나 무조건적으로 단약을 강요하는 이야기도 들리지 않았다. 약물 중독자 자조 모임을 통해 중독자들을 상담하고 있는 인천참사랑병원 중독상담실 최진묵 실장은 “‘무조건하지 말라’라고 해도 할 사람은 결국 마약을 하게 돼 있다”며 “마약을 시작하게 된 계기에 귀 기울이고 그 원인을 찾아 없애는 과정이 더욱 중요하다”고 말했다. 2시간가량 동안 진행되던 모임의 끝 무렵, 병원 직원은 케이크를 들고나와 한 중독자를 축하해줬다. 단약 100일 기념 깜짝 축하파티였다. 중독자는 눈물을 흘리며 촛불을 껐다.

약물 중독자 자조 모임은 단약하는 과정에서 각자 겪는 어려움을 서로 털어놓음으로써 공감하고 조언을 구할 수 있다는 데서 큰 의미를 가진다. 최진묵 실장은 “마약을 몇십 년간 투약하며 나 또한 중독자로 살았던 만큼 지난 경험을 공유하며 고민을 들어주고 있다”며 “상담프로그램을 진행하며 가장 기억에 남는 중독 환자는 몇십 번 넘게 재발해도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모임에 참석하고 있는 환자, 교도소에서 극단적 선택 시도를 할 정도로 힘들어했지만, 지금은 2년간 단약하며 모임에 참여하고 있는 환자다”고 말했다. 이번 약물 중독자 자조 모임에 참여한 20대 A씨는 6년 동안 마약을 하다 최근 단약을 시도했다. A씨는 “마약 치료 기관의 존재도 몰랐던 때, 지인 소개로 이곳을 알게 됐다”며 “재발과 단약을 반복하다 이 병원을 방문해 치료받고 중독자 자조 모임 등 관련 활동에 참여하면서 단약의지를 굳건히 다지게 됐다”고 말했다.

약물 중독자 자조 모임은 중독 치료의 일환이다. 동일한 상황에 처해 있는 중독자들과의 교류로 현재 상태를 인지하고 더 나은 쪽으로 자신을 바꾸려 한다. 타인을 통해 자신을 객관화하다는 이른바 ‘거울치료’인 셈이다. 정서적 지지를 얻으며 회복 과정에 도움을 주기도 한다. 자조 모임 외 약물 중독 치료 방법으로는 외래 및 입원 치료, 약물 치료 등 다양하다. 약물 투약 이후 나타난 증상이 심하거나 사회적으로 우려가 될 때 병원은 입원 치료를 권한다. 대개 병원에 입원하면 먼저 해독 치료를 진행하고 초기동기강화(약물 중독자인 것을 스스로 받아들이고 단약 결심을 가지게끔 하는 활동)와 상담 등 기본적인 교육을 받게 한 후 퇴원 수속을 밟는다.

약물치료도 진행한다. 약물 투약 이후 나타나는 우울감, 환청, 수면장애 등 다양한 증상을 경험하게 되는데 이를 약물로써 조절할 수 있다. 중독자의 가족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도 치료와 병행한다. 중독 질환에서 회복하기 위해선 개인뿐만 아니라 가족의 적극적인 도움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치료의 성공 여부는 퇴원 이후에 달려있다. 병원 문을 나서는 순간부터 재발해 마약 투약을 다시 하는 이들이 많다. 인천참사랑병원 천영훈 병원장은 “‘백일전투’라는 말이 생겨날 정도로 병원 퇴원 이후 단약 백일을 못 버티고 재발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보다 더 중요한 건 1년 단약으로 1년 단약을 버티면 그 이후의 단약은 더 수월해진다”고 말했다. ‘약을 끊었다’의 말도, 그 기준도 없다. 마약 중독자는 평생 단약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단약 기간이 길어질수록 갈망은 줄어든다. 천영훈 병원장은 “10년 단약을 하다 다시 재발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때 10년 치를 한꺼번에 투약해 극단적 선택을 하는 등 사고가 발생하기도 한다”며 “분명한 건 단약 기간이 늘수록 마약 갈망의 강도나 빈도는 줄어들고 전두엽 기능이 회복돼 갈망을 견딜 힘이 생긴다”고 말했다.

약물 중독 치료는 개인이 혼자 해결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현재 중독 환자들이 치료 받을 기회는 적다. 천영훈 병원장은 “관련 의료기관이 적고, 치료를 거절하는 기관도 많아 많은 환자가 치료받기 힘든 상황이다”며 “약물 중독 환자에 대한 정부 지원과 사회적 관심이 절실한 때”라고 말했다. 
중독 가족 모임 사진
중독자 가족이 중독 가족을 위한 프로그램에 참여한 모습이다./사진=인천참사랑병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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