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수장애인의 배뇨관리, 위생과 안전이 ‘최우선’

입력 2020.11.02 15:40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이규환 교수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이규환 교수

배뇨관리는 척수장애인에게 가장 중요한 건강습관 중 하나다. 방광은 소변의 저장과 배출을 담당하는 근육 기관인데, 우리 몸에 거미줄처럼 연결된 신경에 의해 조절된다.

척수장애인의 경우 중추신경인 척수신경이 손상돼 운동 및 감각기능이 원활하지 않으므로 자의적으로 소변 배출이 어려워 방광에 문제가 발생하기 쉽다.

소변이 제대로 배출되지 않고 방광에 잔뇨가 계속 남아있을 경우 방광 내에서 염증을 일으킬 수 있어 매일 반복되는 일상적 생리현상임에도 척수장애인들은 모든 순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잘못될 경우 방광염을 넘어 신장까지 손상을 입으면 신장 투석을 받아야 하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필자가 치과 전문의임에도 배뇨 관리에 대해 논하는 이유는 본인도 20년 이상을 척수장애인으로, 대학병원에서 근무하며 다양한 방법과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거의 모든 자가도뇨 기구를 접해보았기 때문이다.

다행스러운 점은, 의료기술의 발전에 따라 척수장애인들의 배뇨를 돕는 자가도뇨 방법이 조금씩 향상돼 왔다는 것이다. 1990년대 이전에는 배를 두드리거나 힘을 주거나, 자연 배출 같은 방법을 사용해 소변을 배출해야 했다. 그러나 이러한 방법들은 염증 및 방광이 손상을 입을 수 있고 실금의 조절도 어려우며, 잔뇨 문제도 완전히 해결되는 것이 아니어서 문제가 제기돼 왔다.

이후에는 사용 후 씻어서 재사용할 수 있는 자가도뇨 카테터도 등장했으나, 최근 일회용으로 사용하는 자가도뇨 카테터가 가장 위생적이며 안전한 방법으로 자리 잡게 됐다. 일회용 자가도뇨 카테터는 현존하는 방법 중 가장 우수한 방법으로, 잔뇨량이 거의 없어 염증이 덜 생길 뿐 아니라 카테터의 휴대 및 사용법이 간편해 척수장애인들의 배뇨 문제를 상당 부분 개선했다. 이를 통해 척수장애인들의 삶의 질과 자립 문제가 한 단계 진보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자가도뇨의 방법이 과거에 비해 개선되었으나 조금 더 욕심을 내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짚어보고자 한다. 척수장애인들에게 배뇨관리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으며, 매일 5~6번 반복해야 하는 건강관리의 첫걸음이기 때문이다.

매일 수시로 하는 배뇨 관리에 척수장애인들 스스로 위생과 안전에 소홀해지거나 무심코 잘못 사용할 수 있는데, 가장 중요한 점은 위생과 안전이라는 것을 잊지 말자. 일회용 카테터를 사용하는 경우 염증이 발생하는 위험은 낮아졌지만, 사용법을 숙지하고 제대로 쓰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자가도뇨 전에는 반드시 손을 깨끗하게 소독한 후 가능하면 멸균장갑을 착용하도록 하고, 일회용 카테터를 개봉하여 두면 오염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뜯으면 곧바로 사용할 것을 권한다. 또 카테터에서 몸속으로 들어가는 부분은 외부에 오염되지 않도록 각별히 더 주의해야 한다.

아울러, 자가도뇨 카테터는 척수장애인들의 몸속 깊이 방광까지 들어가야 하는 만큼, 인체에 최대한 무해한 소재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시중에는 실리콘과 PVC, 라텍스 등 다양한 소재를 활용한 자가도뇨 카테터가 출시돼 있다. 카테터 소재 중 실리콘은 인체에 가장 무해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아쉽게도 제품의 폭이 넓지 않다. 현재 국내에는 바드코리아의 매직3 제품 등에 대표적으로 실리콘 소재가 적용되고 있다.

다음으로 척수장애인들이 배뇨라는 기본적인 생리현상을 좀 더 부담 없이 해결할 수 있도록 사회에서 관심을 가져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척수장애인들은 평생 하루 5~6회가량 안전하고 위생적인 자가도뇨를 위해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2017년부터 일부 건강보험의 적용이 확대됐으나, 권장사항인 하루 5~6개 사용 기준으로 본다면 라텍스 소재의 제품으로만 사용이 가능하고 실리콘이나 PVC 등의 제품군에는 추가 부담금을 지불해야 한다. 보다 안전한 소재의 제품을 부담 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사회의 관심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배뇨 관리가 귀찮고 수고스러운 과정이겠지만 건강을 위해 하루 2L의 물을 마시는 습관을 들이자. 생리 현상을 줄여보려 수분 섭취를 줄이다 보면 더 큰 건강 문제로 돌아올 수 있다. 더불어 일 년에 한 번은 방광과 신장 검진을 실천해 질환을 예방하자. 건강한 삶을 위해 우리 척수장애인들은 누구보다도 더 부지런하게 활동하고 공부해, 몸 관리에 있어 전문가가 되어야 함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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