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시설 퇴소 후 지역사회로'… 정부 로드맵에 장애계 반발

입력 2021.08.10 07:15

정부의 실질적 지원 방안 빠져… 중증 장애인들 반대

휠체어에 앉은 모습
지난 4월 대구시청 앞에서 ‘420 장애인 차별철폐 대구투쟁연대’ 주최로 열린 장애인차별철폐 대구대회에서 참석자들이 탈시설 자립생활 권리보장을 촉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DB

최근 발표된 정부의 탈시설 정책을 두고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탈시설’이란 장애인들이 다양한 정책 지원을 기반으로 거주시설을 나와 지역사회에 안착하고 자립생활을 보장받는 과정을 이른다. 그동안 탈시설 정책에 반대해온 중증발달장애인 가족들은 물론, 탈시설 필요성에 공감해온 측에서도 보완을 요구하고 나섰다. 장애인들의 자립과 자율을 위해 탈시설이 필요하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지만, 새로 발표된 정책으로는 실질적인 탈시설이 불가능하며 오히려 더욱 고립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 ‘탈시설 로드맵’ 발표… 2041년까지 지역사회 전환
정부는 지난 2일 ‘탈시설 장애인 지역사회 자립지원 로드맵’을 발표했다. 발표된 내용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부터 2024년까지 3년간 시범사업을 통해 관련 법령을 개정하고 인프라를 구축하는 등 장애인 탈시설·자립 기반을 구축할 예정이다. 이후 2025년부터 매년 장애인 740여명의 지역사회 정착을 지원해 2041년까지 시설 장애인들의 지역사회 전환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전국 장애인 시설은 총 1539개에 달하며, 시설에 거주 중인 인원은 약 2만9000여명으로 파악된다.

구체적으로 사전 준비단계에서는 ▲시설 장애인 연 1회 자립지원 조사 의무화 ▲‘체험홈(탈시설 희망 장애인들의 중간단계 거주공간)’ 운영 ▲자립지원사 배치·주거환경 개선·건강검진비용 지원 등 자립지원 시범사업을 진행한다. 이와 함께 장애인 독립생활 지원을 위해 장애인 편의시설이 설치된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고 장애인 일자리 또한 확충할 방침이다. 거주시설의 경우 의료집중 전문서비스 제공기관 등을 제외한 신규 설치를 금지하며, 시설 이용자 기준을 ‘24시간 전문서비스가 필요한 장애인’으로 제한한다. 정부는 이번 정책 수립 배경에 대해 “장애인 부모와 당사자의 노령화로 인해 사회적 돌봄이 필요한 장애인 수는 점차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그러나 거주시설은 경직적 운영으로 인해 장애인 개개인 서비스 요구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어렵고, 지역사회와 단절에 따른 인권침해 문제, 코로나19 등 집단 감염에 취약한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장애계 “실질적인 지원 계획 빠져… 전면 보완해야”
탈시설 정책은 장애계의 오랜 ‘숙원’과도 같다. 그동안 장애계를 비롯한 여러 시민사회단체들은 장애인들의 자율·자립과 완전한 지역사회 정착을 위해 시설 폐지와 함께 실질적인 지원 방안을 요구해왔다. 이번 정부 또한 이 같은 점을 고려해 정권 초기부터 탈시설 정책을 추진해왔고 최근 구체적인 계획을 발표했다.

오랜 준비 끝에 로드맵이 공개됐지만 장애계에서는 여전히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뒤늦게라도 탈시설 로드맵을 마련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지만, 공개된 로드맵에는 장애인이 실제 시설을 나와 지역사회에 안착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실질적인 지원계획들이 대부분 생략됐다는 지적이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최용걸 정책국장은 “정부의 탈시설 로드맵은 거주시설에 생활하는 장애인의 주거 공간을 지역사회로 이전하고 주거유지서비스를 도입·제공한 다는 점에서 분명 의미가 있다”면서도 “그러나 부양의무제 완전 폐지,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체계 구축 등 실질적인 탈시설이 이뤄지기 위해 전제돼야 할 내용들은 여전히 빠져있다”고 꼬집었다.

시설을 완전 폐지하지 않고 의료 등 24시간 전문서비스가 필요한 장애인을 위해 ‘주거서비스 제공기관’으로 개편·유지하는 점에 대해서도 비판이 제기된다. 표면적으로는 탈시설을 지향하지만, 이름만 바꿨을 뿐 사실상 시설 운영이 유지되는 것과 다름없다는 주장이다. 최용걸 국장은 “탈시설 문제는 장애 정도의 문제가 아니라 서비스 지원체계의 문제”라며 “의료적 지원 등 24시간 전문지원이 필요한 장애인도 지역사회 지원체계가 구축된다면 거주시설이 아니라 지역사회에서 살 수 있다”고 말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또한 “이름만 바꾼다고 본질이 변하는 것은 아니다”며 “이는 탈시설이 아니라 ‘시설 소규모화’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중증발달장애인 부모 “시설퇴소는 ‘사형선고’… 다양성 반영해달라”
기존에도 탈시설 정책에 반대해온 중증발달장애인 가족들 또한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24시간 돌봄이 필요한 중증발달장애인의 경우 시설 도움 없이 살아가는 데 분명한 한계가 있음에도, 이 같은 다양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정책이 추진되고 있다는 의견이다. 정책이 그대로 추진될 경우 장애인 자립을 위한 정책이 고립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는 ‘시설퇴소는 우리에게 사형선고’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중증발달장애를 가진 30세 아들과 살고 있는 청원인은 “거주시설의 입소 정원이 축소되는 과정에서 보호가 필요한 장애인들이 보호를 받지 못하는 상황들이 발생하고 있다”며 “중증발달 장애인에게 더 좋은 환경을 제공하고 사람답게 살게 해주겠다는 탈시설 정책이 그 가족까지 죽음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어 “정부는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중증발달장애인과 부모의 입장은 반영하지 않은 채, 반쪽짜리 정책을 내놓고 밀어붙이고 있다”며 “시설거주 발달장애인들의 부모들은 거의 대부분 시설이 존치되기를 원하며, 시설의 장점은 유지하고 단점은 보완해 더 나은 주거환경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정부는 이 같은 우려와 관련 “탈시설 정책 추진 과정에서 장애인 가족들이 걱정하지 않도록, 지역사회 서비스 안전망 확대와 함께 시설 인권보호를 강화하는 등 단계적으로 추진해 나가겠다”며 “정책단계별로 장애인 단체와의 소통, 관계부처 간 긴밀한 연계체계를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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