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추측만증, 대부분 일상생활에 지장 없어... 수술 필요한 경우 드물다” [헬스조선 명의]

입력 2020.03.16 08:00   수정 2022.11.29 15:32

'헬스조선 명의톡톡' 명의 인터뷰
'척추측만증 명의' 서울부민병원 척추센터 김용정 진료원장

서울부민병원 척추센터 김용정 진료원장
서울부민병원 척추센터 김용정 진료원장/서울부민병원 제공

척추가 휘는 '척추측만증'은 치료를 해야 할 지 말아야 할 지 항상 논란이 많다. 휜 척추를 절단해 교정한다는 수술은 이야기만 들어도 겁나고 부담스럽다. 척추측만증은 치료에 앞서 환자에게 무엇이 '문제'인 지부터 파악해야 한다. 척추가 휘어서 통증이 생겼는지,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는지, 외모에 대한 스트레스인지...

척추측만증 수술 명의 서울부민병원 척추센터 김용정 진료원장은 미국, 한국, 중국, 베트남, 미얀마 등 전세계에서 고난도 척추측만증 수술을 400례 이상 시행한 베테랑 의사지만, 수술은 보수적으로 접근하라고 말한다. 그에게 척추측만증에 대해 들었다.

-척추측만증은 어떤 병인가

척추가 휜 상태를 척추측만증이라고 한다. 척추 뼈가 회전하면서 휘기 때문에 3차원적인 변화가 일어난 상태다. 초기 검사로 보통은 윗몸을 앞으로 90도 정도 구부려서 좌우측 갈비뼈가 대칭이 아닌 것으로 확인한다. 척추측만증은 단순 엑스레이 검사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왜 생기나, 유전인가

측만증은 원인을 잘 모르는 경우가 90~95%이다. 집 안에 측만증이 있으면 후손에 생길 수 있지만 유전이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몇 개의 유전자가 가능성이 있다고 알려져 있지만, 확실한 '범인' 유전자가 없다. 아이가 척추측만증이면 부모가 죄의식이 심한데, 그럴 필요가 없다.

척추측만증은 원인에 따라 구조적 측만증과 비구조적 측만증으로 나뉜다. 구조적 측만증은 척추 자체의 이상 변화 때문에 척추가 휜 상태를 말한다. 비구조적 측만증은 척추의 구조적 문제가 아닌 다른 이유, 예를 들어 다리 길이 차이, 허리디스크 등에 의한 통증으로 인해 척추가 일시적으로 휜 상태를 말한다. 이 때는 원인을 해결하면 측만증이 사라진다. 구조적 측만증 중에 가장 흔한 것이 원인을 잘 모르는 '특발성 측만증'이다. 특발성 측만증은 전체 측만증의 90~95% 를 차지한다.

-척추측만증, 원인이 있는 경우는

척추측만증 환자의 5~10%는 원인이 있다. 그 원인은 100가지 이상으로 많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선천성 측만증이다. 엄마 뱃속에서 척추 뼈가 잘못 생겨서 나타나는 측만증이다. 근무력증, 뇌성마비 등의 환자는 근육이 척추를 제대로 잡아주지 못해 척추가 한쪽으로 휘게 돼 측만증이 생기는 데, 이는 신경근육성 측만증이라고 한다. 신경종 등에 의해 생기는 신드럼성 특만증, 젊을 때는 문제가 없었지만 노년이 돼 척추가 옆으로 휘는 퇴행성 측만증 등이 있다.

김용정 진료원장은 매년 의료 봉사를 통해 아프리카, 베트남, 미얀마 등에 사는 척추측만증 환자를 수술해주고 있다.
김용정 진료원장은 매년 의료 봉사를 통해 아프리카, 베트남, 미얀마 등에 사는 척추측만증 환자를 수술해주고 있다. 2년 전에는 척추가 168도로 심하게 휜 18세 소년을 수술했다. /서울부민병원 제공

-척추측만증은 성장기에 생기나

대부분 그렇다. 여자 아이는 초등학교 4학년에서 중학교 1학년 사이에 초경이 있고 초경 전후 1년 사이에 성장이 가장 많이 일어난다. 남자 아이는 이보다 성장이 2년 정도 늦다. 이 기간을 '최고 성장 속도 기간'이라고 한다. 성장이 최고 속도로 이뤄질 때 척추의 성장도 가장 많이 일어나고 이 나이에 측만증이 많이 생긴다. 재활의학과 의사들은 척추측만증을 뼈가 자라는 속도가 근육이 자라는 속도와 일치하지 않기 때문에 발생한다고 말한다. 키는 훅 자라는데 근육은 이보다 자라는 속도가 늦어, 성장 불균형이 척추측만증을 유발한다는 것이다. 척추측만증을 예방하려면 청소년기에 야외 활동을 많이 해야 한다. 그래야 뼈와 근육이 자라는 속도의 균형이 맞는다.

-척추측만증의 기준은

척추에서도 가장 휜 부분인 '만곡'을 기준으로, 휘기 시작하는 척추 관절과 끝나는 척추 관절을 직선으로 그어서 각도를 잰 다음 평가한다. 척추 만곡이 10도가 초과될 때부터 척추측만증이라고 한다. 10도 이하의 만곡은 10명 중 1명꼴로 흔하게 나타낸다. 이때는 척추측만증이라고 하지 않고 '척추 비대증' 이라고 한다.

척추 만곡이 11~20도가 되는 경우는 50명에 1명꼴로 나타난다. 특별한 치료는 필요 없지만 성장 중인 아이라면 정기적인 의사 관찰이 필요하다.

척추 만곡이 21~45도인 경우는 500명 중 1명꼴로 나타난다. 이때는 갑옷 같이 생긴 보조기를 착용하는 치료를 해야 진행을 막는다. 보조기는 하루 13시간은 착용해야 하고, 18시간 착용하면 더 좋다. 그러나 이를 지키는 것은 쉽지 않다. 한 연구에 따르면 보조기를 12시간 이상 차는 척추측만증 환자는 30%가 채 되지 않는다.

45~50도로 척추가 휜 경우는 5000명 중 1명꼴이며, 대부분 여자아이다. 이 경우 성장이 많이 남았으면 수술을 고려해야 한다. 나이가 들수록 만곡이 진행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1년에 1도씩 진행된다고 알려져 있다.

-척추측만증이 있으면 어떤 불편함이 있나

일상생활에서 크게 불편한 점은 없다. 척추측만증은 대부분 10대에 생기기 때문에 통증이 없고 운동 능력도 떨어지지 않는다. 다만 나이가 들면서 척추에 퇴행성 관절염이 오면 그게 문제가 된다.

-척추측만증으로 치료를 받아야 할 때는 언제인가

척추 만곡이 심해도 척추측만증은 생명에 지장을 주는 병이 아니기 때문에, 통증이 심할 때, 일상생활에 불편이 심할 때, 척추측만증으로 인해 외모 열등감, 우울증이 심할 때, 측만증 진행이 계속될 때 수술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지금까지 내가 진료한 척추측만증 환자를 보면 척추가 휘어 기능에 이상이 생겨 수술을 하기보다 대부분 자기 이미지 때문에 수술을 한다. 미국 아이오하대학에서 나온 척추측만증 환자를 50년간 추적 관찰한 논문을 보면 청소년기에 척추측만증 수술 적응증에 해당돼 수술을 권유받았지만 수술을 안 한 환자를 50년이 지나 살펴봤더니 많은 사람들이 일상생활에 큰 지장이 없었다. 수술을 결정할 때는 한 사람의 의견만 듣는 것보다 여러 전문가의 의견을 참조해야 한다.

서울부민병원 척추센터 김용정 진료원장
서울부민병원 척추센터 김용정 진료원장/서울부민병원 제공

-척추측만증 수술 원칙은

척추측만증은 크게 휜 부분인 '주만곡'과 주만곡의 보상으로 휜 '보조만곡'이 있다. 주만곡을 치료하면 보조만곡은 자연스럽게 개선된다. 수술 범위를 잘 선택해야 숙달된 의사다. 또한 척추측만증은 단순히 휜 척추를 펴는 것뿐만 아니라 사람을 치료한다고 생각해야 한다. 아이나 부모가 심리적인 문제가 없는지 살피고, 지식과 경험에 의거해 수술을 결정해야 한다. 수술을 결정했다면 주만곡과 보조만곡이 어디인지 살피고 수술 범위를 정한다. 수술은 당연히 많이 해본 사람이 잘한다. 그렇다고 과잉수술을 하는 의사를 찾아가면 안 된다.

-수술은 어떻게 하나

척추 관절을 모두 절단하는 것이 아니라 후관절만 일부 절단하고 움직이게 한 뒤 각도를 맞춘다. 그 다음에 자른 뼈를 필요한 부위에 이식을 하고 뼈가 붙게 고정을 한다. 금속고정술은 수술 부위 척추 관절을 움직이지 않게 한다. 척추 기형으로 폐 압박이 심한 경우에 시행한다.

로프를 이용하면 척추 관절의 움직임이 가능하다. 이 수술은 성장이 많이 남은 아이들에게 적용이 된다. 휜 척추를 교정하는 것과 관절 가동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방법으로 알려져 있지만 장기간의 추적 검사가 필요하다. 아이보다 성인 측만증을 교정하는 수술이 더 어렵다. 성인은 퇴행성으로 디스크가 관절에 달라붙고 굳어있어서 척추 뼈 절단을 크게 해야 한다. 척추에는 척수 신경이 지나가기 때문에 신경 모니터링을 잘 하면서 수술을 해야 한다.

한편, 척추 만곡이 120도가 넘어가는 심한 척추측만증은 50%정도 밖에 교정이 안 된다.

김용정 진료원장은

서울의대를 졸업 후 분당차병원 정형외과 과장을 거쳐 2000~2006년 미국 워싱턴대 의대 척추측만증/척추변형 연구원, 2006~2008년 미국 최고의 정형외과병원으로 손꼽히는 HSS(Hospital for Special Surgery) 척추 임상강사를 거쳐 2008년부터 12년간 미국 컬럼비아대 정형외과 교수를 역임했다. 올해 마지막 남은 의사 생활을 한국에서 하기 위해 서울부민병원에 부임했다.

김용정 진료원장은 고난도 척추 수술의 대가이다. 2000년 처음 연수를 간 워싱턴대 의대는 고난도 척추 수술 분야에서 전 세계 톱 수준으로 평가 받는 병원인데, 이곳에서 척추측만증, 척추 변형 수술을 배웠다. 현재까지 출판된 척추 변형 논문 2만여 편 중 김용정 진료원장이 발표한 논문 3편은 가장 많이 인용된 100편의 논문에 선정됐다. 특히 청소년기 척추측만증 수술에 관한 2편의 논문은 소아정형외과 분야에서 가장 많이 인용된 100편의 논문 중 하나.

매년 의료 봉사를 통해 아프리카, 베트남, 미얀마 등에 사는 척추측만증 환자를 수술해주고 있다. 2년 전에는 척추가 168도로 심하게 휜 18세 소년을 수술했다. 수술 후 키가 9cm나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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