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상형 전자담배, 폐 깊숙이 염증 일으켜… '폐섬유화증', 폐 굳어 사망까지 유발

입력 2019.11.01 09:07

원인 없이 발병하면 경과 더 나빠

최근 액상형 전자담배 유해성 논란에 핵심이 된 질환이 폐섬유화증이다. 보건복지부는 액상형 전자담배를 피우면 폐가 딱딱하게 굳는 폐섬유화증이 생길 수 있으니 아예 피우지 말라고 강력 권고했다.

폐섬유화증이란 어떤 병일까? 폐 조직이 굳고 딱딱해져, 호흡이 제대로 안되면서 결국 사망하는 질환이다. 폐를 구성하고 있는 수억개의 폐포는 체내로 들어온 산소를 혈관으로 보내는데, 폐포가 파괴되고 조직이 점차 딱딱해지면 산소 교환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해 저산소증이 온다.

폐섬유화증은 발생 원인이 명확한 경우와 원인을 모르는 경우(특발성)로 나뉜다. 액상형 전자담배나 가습기 살균제처럼 독성 화학물질을 장기간 흡입하거나 폐렴·류마티스질환 등의 합병증으로 생긴 폐섬유화증은 원인이 명확한 경우다. 이때는 폐에 염증이 생기는 과정에서 폐섬유화증이 온다. 스테로이드제로 치료한다. 경희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최혜숙 교수는 "미국 연구에 따르면 액상형 전자담배로 폐섬유화를 포함한 폐손상이 온 1400여 명 중 26명(2%)은 사망하고 나머지는 스테로이드제 투여로 회복이 됐다"며 "액상형 전자담배는 유해물질 입자가 일반 담배보다 작아 폐 깊숙이 도달해 폐 손상과 사망을 일으키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별한 이유 없이 생기는 폐섬유화증은 병의 경과가 더 안 좋다. 환자의 절반이 5년 안에 사망한다. 의심 증상은 기침, 호흡곤란, 체중 감소, 손가락 끝이 뭉뚝해지는 곤봉지 등이 있지만, 이런 증상이 나타난 뒤에는 이미 폐섬유화가 많이 진행된 상태다. 다행히 최근 조기 발견이 많아졌다. 순천향대 부천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박성우 교수는 "건강검진에서 저선량 흉부CT촬영을 하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특별한 증상이 없고 폐기능이 정상이지만 폐섬유화 소견을 보이는 환자가 늘었다"고 말했다.

폐섬유화증은 병을 낫게 하는 치료제는 없지만 진행을 더디게 하는 항섬유화제가 수년 전에 출시됐고 현재 건강보험도 적용된다. 최혜숙 교수는 "항섬유화제 투여로 환자의 생존기간이 9년까지 늘고 있다"며 "기침, 호흡곤란 등 증상이 없어도 폐섬유화증이 있으면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치료해 진행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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