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혈증 사망자 5년새 2배로 증가…사망 느는 이유는?

입력 2017.12.22 08:00

노인·만성질환자 감염 후 쉽게 악화돼

입원한 사람
패혈증에 감염된 후 사망하는 사례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사진-조선일보DB

패혈증으로 인한 사망 사례가 늘고 있다. 패혈증이란 미생물에 감염돼 온몸에 염증 반응이 나타나는 상태를 말한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패혈증 사망 인원은 2011년 1835명에서 2016년 3596명으로 두 배로 늘었다. 반면 패혈증 진료 인원은 최근 감소하는 추세다. 2012년엔 6만9000여 명이었는데 지난해엔 6만 5000여 명이었다(건강보험심사평가원). 패혈증에 걸리는 사람은 주는데 패혈증 때문에 사망하는 사람이 느는 이유는 무엇일까. 분당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김의석 교수는 “개인 위생의 중요성이 부각돼 패혈증에 걸릴 가능성 자체는 줄지만, 노인·만성질환자 등 패혈증이 일단 생기면 쉽게 악화되고 잘 치료되지 않는 사람은 늘고 있는 게 원인일 것”이라고 말했다.

◇면역력 저하자가 걸리면 치료 시기 잘 놓쳐
패혈증 사망 인원이 늘면서, 패혈증과 관련된 의료분쟁 조정 신청 접수 건수도 매년 증가하고 있다.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 자료에 따르면 2012년에는 패혈증과 관련된 사건이 11건 접수됐는데, 지난해에는 34건 접수됐다. 올해 3월까지 집계된 것만 해도 15건이다. 한양대구리병원 감염내과 김지은 교수는 “패혈증은 증상만으로 알아채는 게 쉽지 않아서 치료 시기를 놓치거나 다른 질환으로 오해할 수 있다”며 “그래서 환자가 패혈증 때문에 합병증이 생기거나 사망하면 의료분쟁으로 이어지곤 한다”고 말했다. 특히 노인·투석 환자·에이즈 환자·당뇨병 환자·면역억제제 복용 환자 등이 패혈증에 걸리면 치료가 더 어렵다. 패혈증은 보통 발열·기침·호흡 과다·맥박수 증가 같은 증상이 나타나다가 콩팥·간·뇌 등이 손상되고 쇼크가 오는 식으로 진행된다. 그런데 면역력이 떨어진 사람은 패혈증 초기 증상 없이 바로 쇼크로 이어진다. 이때는 이미 장기가 손상돼 항생제 치료가 무의미하다.

고대안산병원 감염내과 박대원 교수는 “역설적이지만, 의학이 발전한 것이 패혈증 사망에 영향을 끼쳤다”고 말했다. 과거보다 질병 치료법이 발달했는데, 장기이식·카테터·인공호흡기 같은 침습적인 치료를 많이 시행하게 된 것이 합병증으로 인한 패혈증 빈도를 높였다는 것이다. 박대원 교수는 “신종감염병이 출몰하고, 항생제 내성이 많아진 것도 패혈증으로 인한 사망 위험을 증가시켰다”고 말했다. 패혈증은 증상이 다양하고 진행이 빨라서 입원 환자의 경우 의심될 때마다 검사해서 치료를 빨리 시작해야 하는데, 여의치 않다. 패혈증을 진단하기 위해 시행하는 백혈구 수치 검사·염증 수치 검사가 1주일에 1회만 건강 보험이 적용되는 것도 패혈증 사망 증가에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 분석된다.

◇증상 나타난지 1~3시간 안에 치료 시작해야
그래서 의학계는 패혈증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적극적으로 검사하고 최대한 빨리 치료하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지난해 미국에서는 호흡수가 분당 22회 미만 의식 변화 수축기혈압 100mmHg 이하 중 두 가지 이상에 해당하면 패혈증으로 진단하도록 했다(일반 병동·응급실 환자 대상). 박대원 교수는 “패혈증 환자를 놓치지 않기 위해 진단 기준을 넓힌 것”이라고 말했다. 패혈증은 증상이 나타나고 1~3시간 안에 수액, 항생제 치료를 시작하면 사망률이 10%로 낮아진다. 혈압, 산소포화도 등은 여섯 시간 안에 정상 수준으로 되돌려놔야 한다. 치료 시간을 놓치면 사망률이 40% 이상이다.

◇노인이 발열·피로 등 지속되면 의심
패혈증은 심근경색이나 뇌졸중보다 발생률과 한 달 이내 사망률이 모두 높다. 10만명 당 발생 건수는 심근경색 105건, 뇌졸중 206건, 패혈증 347건이고, 한 달 이내 사망률은 심근경색 2.7~9.6%, 뇌졸중 9.3%, 패혈증20~30%다. 그만큼 위험한 질환이지만 인지도는 가장 낮다(심근경색 80%, 뇌졸중 95%, 패혈증 35%). 일반인은 패혈증에 대해 잘 몰라서 증상이 나타나도 단순한 감기쯤으로 여긴다. 김지은 교수는 “주요 증상이 열이 나고, 호흡이 가빠지고, 맥박이 빨리 뛰고, 피로감이 느껴지는 것”이라며 “노인 등 면역력이 떨어져 있는 사람에게 이런 증상이 나타나면 패혈증을 의심하라”고 말했다. 패혈증 증상이 있으면 진단검사의학과가 있는 병원에 가야 한다. 검사 결과를 즉시 알아서 적절한 항생제를 빨리 써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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