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가 줄어들면, 과민해진 장(腸)도 잠잠해집니다”

‘헬스조선 명의톡톡’ 명의 인터뷰
건국대병원 소화기내과 성인경 교수

과민성장증후군은 ‘현대인의 병’이라고 불린다. 스트레스를 받거나 긴장할 때, 혹은 식사 후에 아무런 이유 없이 복통·복부 팽만감·설사·변비 등이 나타나 삶의 질을 떨어뜨린다. 우리나라에서는 대략 7~10%가 과민성장증후군을 앓는 것으로 알려진다. 대부분 30~40대 젊은 층에서 많다. 과민성장증후군은 아직까지 확실한 치료법이 없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과민성장증후군 환자는 증상을 잘 다스리는 게 중요하다. 과민성장증후군 명의인 건국대병원 소화기내과 성인경 교수에게 과민성장증후군의 원인과 치료, 생활 관리법에 대해 알아봤다.

성인경 건국대병원 소화기내과장

Q. 현대인의 질병이라 불리는 과민성장증후군은 어떤 질환인가요?
A. 과민성장증후군은 의사들 사이에서 특별한 병으로 불립니다. 어찌 보면 정신질환과 비슷한 질환이라고 볼 수 있어서 입니다. 분명히 증상이 있고 아프고 괴로운데 암이나 다른 어떤 질환들처럼 세포에 문제가 생겼다거나 망가졌다거나 하는 실체가 없습니다. 지금까지 CT 등으로 환자의 장을 봐도 장에 어떤 문제가 발견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 질환을 앓는 환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굉장히 안타깝습니다. 그래서 한 연구에서는 혈액투석을 받는 신장질환자보다 삶의 질이 더 안 좋은 환자들이 과민성장증후군이라고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이 질환을 보는 의료진들은 지금은 병변이 보이지는 않지만, 분명 어딘가에 문제가 생겼을 거라고 추측하고 있습니다.

Q. 환자들의 삶의 질이 굉장히 낮다고 하셨는데요. 어떤 이유로 그런가요?
A. 일단 과민성장증후군은 증상이 굉장히 다양합니다. 기본적으로 복통이나 설사, 변비, 복부팽만감이 나타납니다. 이런 증상은 언제 어떻게 나타날지 모릅니다. 그러다보니 언제 어떻게 배가 아플지 모른다는 불안함이 늘 있습니다. 그런데 주변에서는 이런 불안함이나 고통을 잘 모릅니다. 저한테 진료를 받은 한 여성이 있었는데, 제가 “아이고 얼마나 힘드세요”라고 하니 울더라고요. 왜 그러냐고 했더니 지금까지 가족들도 그렇고 주변에서 본인의 문제에 대해 너무 몰라줬다면서, 이제 가족들에게 내가 얼마나 힘든지를 말할 수 있게 됐다고 하더라고요. 이런 일들도 사실 과민성장증후군 환자들에겐 굉장히 스트레스를 주는 일 중 하나입니다.

Q. 장(腸)에는 아무 문제가 없는데, 환자들은 증상을 호소하는지 궁금합니다.
A.
한 연구에서 과민성장증후군 환자가 복통을 호소할 때 뇌파 변화를 MRI로 찍었습니다. 그랬더니 뇌에서 통증을 느끼는 부위에서 명확한 변화가 나타났습니다. 그런데 통증을 느끼는 뇌 부위는 감정을 느끼는 뇌 부위와 굉장히 인접해 있습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통증을 느끼는 부위와 감정을 느끼는 부위가 동시에 빨간불이 켜지면서 증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또한 장(腸)에는 신경세포가 굉장히 많습니다. 장을 ‘리틀브레인(little brain)’으로 부르는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그래서 스스로 움직이고 각종 분비물을 조절합니다. 예를 들어 장 점막은 스스로 지금 들어오는 물질이 액체인지, 공기인지를 판단해서 그에 맞게 움직임을 조절하는 식입니다. 또 어릴 때 어떤 음식을 먹고 배탈이 심하게 났거나, 식중독을 앓았다면 장이 계속 예민해진 채로 머무는 식입니다. 그만큼 장은 똑똑합니다. 똑똑하다는 건, 다시 말해 굉장히 예민하고 스트레스에도 반응을 쉽게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Q. 과민성장증후군 환자들은 음식 섭취를 주의해야 한다고 들었습니다. 왜 그런가요?
A. 증상을 더욱 악화시키는 식품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를 포드맵 식품이라고 하는데요, 포드맵이라는 건 장에 잘 흡수되지 않는 당 성분을 일컫는 말입니다. 포드맵에 해당되는 식품들은 잘 분해되지 않아 대부분 소장에 남고, 그 후 장내 세균에 의해 발효됩니다. 발효된 포드맵은 설사를 유발하고 가스를 과도하게 만들고 장을 팽창시킵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건, 포드맵 식품들은 장 건강에 좋다고 알려진 식품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과민성장증후군 환자들이 인터넷 등에서 ‘장에 좋은 식품’ 혹은 ‘대장암을 막는 식품’을 검색해서 그 식품들을 먹는데, 이는 증상을 더욱 악화시킵니다. 그런 식품들은 장이 건강한 사람들에게 정말 도움이 식품이고, 과민성장증후군 환자들처럼 장이 예민해진 상태에서는 더욱 증상을 유발합니다. 사실 과민성장증후군 환자들은 뭐든지 먹어도 되는데, 몇몇 음식들은 증상을 악화시키기 때문에 피하는 게 상책입니다. 식단일기를 쓰면 도움이 됩니다. 장에 좋은 식품은 장이 건강한 사람들에게 좋습니다.

Q. 과민성장증후군을 방치한다고 해서 심각한 질환(암)으로 이어지는 건 아니지요?
A. 네, 아직까지 과민성장증후군과 암 같은 질환과의 연관성은 없습니다. 하지만 중년 이후에 과민성장증후군의 증상인 복부팽만감, 복통, 설사 등이 자주 나타나면 이는 단순히 장이 과민해져서 나타나는 증상이 아닐 수 있습니다. 이 경우엔 병원에 내원에서 내시경 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Q. 과민성장증후군은 어떻게 치료하는 게 좋을까요?
A. 아직까지 이 질환을 치료하는 치료제는 없는 상황입니다. 다만 설사를 보이는 과민성장증후군이나 변비를 보이는 과민성장증후군에게 효과적인 치료제를 쓰고는 있습니다. 무엇보다 의사에게 정확한 증상에 따라 어떤 질환인지를 확인하고 그에 맞는 적절한 약을 쓰는 게 좋겠습니다. 기본적으로 스트레스에 증상이 악화되기 때문에 기분전환을 하려고 노력하고 운동이나 여행을 가는 방법도 좋습니다. 

/성인경
성인경 교수는 조기 위암과 조기 대장암에서의 내시경 절제술 및 위·장관 질환 전문의로 건국대병원 소화기내과장을 맡고 있다. 연구부원장과 임상의학연구소장, 소화기병센터장을 역임했다. 현재 대한소화관기능성질환 및 운동학회 섭외 홍보이사이자 대한장연구학회 정회원, 대한소화기학회 정회원 등 활발한 학술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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