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사(急死)의 대다수는 심장 혈관이 막히고, 동시에 심장이 불규칙하게 뛰는 부정맥이 온 뒤 심장 마비가 생기면서 일어난다. 심장 혈관이 막힌 급성 심근경색 환자에게 스텐트를 넣어 막힌 혈관을 뚫어주는 시술을 하더라도, 가끔 시술 중 치명적인 부정맥이 생겨 사망에 이를 수 있다. 고려대 안암병원은 이런 치명적인 부정맥을 최대한 신속하게 치료하는 팀을 운영하고 있다. 고려대 안암병원 부정맥센터 김영훈 센터장은 "우리 병원은 부정맥 치료를 위한 든든한 지원군이 있어 심장 스텐트 시술 등 심장 치료를 더 안전하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고려대 안암병원은 국내 최초로 심장 스텐트 시술 시 발생할 수 있는 악성 부정맥을 긴급하게 치료하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심혈관센터 임도선 교수팀이 심장 스텐트 시술을 하는 모습. / 고려대 안암병원 제공
◇부정맥 치료 위해 24시간 응급 시술
고려대 안암병원은 2013년 7월부터 심장마비를 유발하는 악성 부정맥을 진단하고, 즉시 시술하는 '24시간 응급 심장마비 부정맥 시술'을 국내 최초로 시행하고 있다. 이 시술을 위해 심장내과·심장외과 전문의 2명 이상, 영상의학과 전문의, 응급의학과 전문의, 부정맥 전문 간호사 2명 이상으로 팀을 짜 24시간 순환근무를 하고 있다. 김영훈 센터장에 따르면 응급 부정맥 시술이 필요한 사람은 크게 두 부류다. 첫째는 심장 스텐트 시술을 받는 도중 부정맥이 발생하는 경우고, 두번째는 부정맥 때문에 몸 속에 전기 충격 장치를 단 사람 중 부정맥이 급격히 잦아지는 사람이다.
이런 환자는 응급 부정맥 시술이 필요한데, 정맥에 직접 산소를 주입하는 에크모(ECMO·체외막 산소화 장치)로 심장을 멈추게 한 뒤, 부정맥 발생 부위(심장에서 비정상적인 전기신호를 보내는 곳)를 찾고 대퇴정맥을 통해 4㎜의 가느다란 카테터를 넣어 해당 부위를 고주파 열에너지로 지지는 것이다. 이를 '전극도자절제술'이라고 한다. 김영훈 센터장은 "악성 부정맥 환자는 가슴 압박이나 전기충격과 같은 소극적인 응급 처치가 효과를 보지 못해 사망에 이를 수 있다"며 "이 시술은 환자의 생명을 좌우하는 중요한 시술"이라고 말했다. 이 시술은 분초를 다투는 시간 싸움이기 때문에 의료진의 경험과 팀워크가 매우 중요하다. 응급 부정맥 시술을 전담하는 팀이 세계적으로도 많지 않은 것은 그 때문이다. 김영훈 센터장은 뚜렷한 부정맥 치료법이 없었던 시기에 국내 최초로 전극도자절제술을 도입한 세계적인 명의이다. 1998년부터 부정맥의 일종인 심방세동 환자에게 전극도자절제술을 시행해 지금까지 2500명 이상의 환자를 완치시켰으며, 최근에는 심장 안쪽과 바깥쪽을 모두 고주파로 지지는 '심내막·심외막 혼합법' 등 신치료법을 개발, 완치율을 85%까지 높였다.
◇흉통 원인 조기진단 위해 당일 검사
고려대 안암병원은 심장이 보내는 응급신호인 흉통의 원인을 빨리 찾기 위해 내원 당일 환자에게 필요한 검사를 실시하며, 정밀 검사(관상동맥조영술)가 필요한 환자는 당일 검사와 시술·퇴원까지 할 수 있는 '심혈관 일일 입원실'을 운영하고 있다. 병원 도착 후 90분 내 치료를 해야 하는 급성 심근경색의 경우, 환자가 응급실에 도착하면 응급 당직의가 환자의 심전도 결과를 스마트폰으로 심혈관센터 담당 의료진에게 전송해 시술 여부를 빠르게 결정하고 응급 시술을 실시하고 있다. 고려대 안암병원 심혈관센터 홍순준 센터장은 "급성 심근경색 환자의 권장 치료 시간을 국내 최단 시간인 60분 이내로 줄이는 것도 가능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