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장질환의 원로’ 서울K내과 김성권 원장

입력 2014.08.28 13:10

신장질환 조기 진단 위해 환자 곁에 다가서다

신장은 아주 악화될 때까지 증상이 거의 드러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많은 환자가 치료시기를 놓친다. 신장기능부전으로 진단받은 환자의 80% 이상이 3기 이상이라는 통계가 이를 뒷받침한다. 문제는 한번 악화된 신장은 다시 정상으로 제 기능을 회복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환자가 신장 이상 자각 증상을 느끼기 전에 이를 가까운 곳에서 제대로 체크·진단해 줄 수 있는 의료진과 병원이 꼭 필요하다.

김성권 원장은 투석하는 환자들을 직접 꼼꼼하게 살핀다. 환자를 가까이서 보고 이야기 할 수 있는 직접 볼 수 있는 요즘이 정말 행복하다고 한다.
김성권 원장은 투석하는 환자들을 직접 꼼꼼하게 살핀다. 환자를 가까이서 보고 이야기 할 수 있는 직접 볼 수 있는 요즘이 정말 행복하다고 한다.(사진=김범경 St.HELLo)
하지만 그동안 신장내과는 대학병원이나 종합병원 위주라 환자 접근성이 낮다는 문제점이 있었다. 최근 만성신부전증 환자가 크게 증가하면서, 개원 신장내과가 우리 주변에 많이 늘어났다. 고무적인 일이라는 평가다. 게다가 이 대열에 “우리나라 신장질환 환자의 20% 이상이 이 사람 손을 거쳐갔다”는 말이 있을 정도의 ‘신장질환 원로’인 김성권 서울대의대 명예교수가 합류했다.

의원 이름은 자신의 이름 앞 글자 이니셜 K와, 신장(Kidney)의 영문 이니셜 K를 따서 ‘서울K내과’라고 지었다. 김성권 원장의 서울K내과에선 투석기 39대를 들여놓고 만성신부전증 환자를 돌보고 있다.

서울K내과의 투석실 모습. 39대의 투석기가 있고, 전문의 2명과 투석전문간호사 5명이 환자의 투석 전후를 체크한다.
서울K내과의 투석실 모습. 39대의 투석기가 있고, 전문의 2명과 투석전문간호사 5명이 환자의 투석 전후를 체크한다.(사진=김범경 St.HELLo)

초기 콩팥질환 의심 환자 진단율을 높인다

김성권 원장이 서울대병원에 재직하던 시절의 얘기다. 신장이 많이 망가진 환자가 인천의 한 병원에서 전원돼 왔다. ‘신장자간염’이었다. 이 정도면 아무리 자각증상이 없는 신장이라고 해도 통증이 꽤 심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 환자는 제대로 된 진단과 치료를 못 받은 상태였다. 심한 복통을 맹장염으로 진단해 맹장수술까지 받은 후였다.

이렇게 제대로 된 진단을 못 받고, 치료시기를 놓치고 난 후에야 뒤늦게 큰 병원을 찾아오는 환자들을 보면 김 원장은 항상 안타까웠다. 그들 곁에서 직접 대화하고, 상담하고 싶었다. 김 원장은 “치료시기를 놓치고 병원에 오는 환자를 볼 때마다 ‘신장이 망가지기 시작하는 초기부터 찾아낼 수 있는 의사가 환자 곁에 가깝게 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라는 생각을 늘 했다”고 말했다.

자신이 얼마나 짜게 먹는지 모르는 사람을 위한 소금과자. 총 11단계까지 있는데, 5등급의 과자를 짜다고 느껴야 정상이다.
자신이 얼마나 짜게 먹는지 모르는 사람을 위한 소금과자. 총 11단계까지 있는데, 5등급의 과자를 짜다고 느껴야 정상이다.(사진=김범경 St.HELLo)
그래서 서울대병원 정년퇴임을 앞두고 받은 여러 큰 병원의 러브콜을 뒤로하고 직접 ‘동네의원’을 열었다. 그리고 수익과 무관하게 환자 한 명당 평균 20분 넘게 진료하고 있다. “사는 이야기부터 가볍게 시작해서 증상, 불편한 점 등을 두런두런 이야기 하다 보면 잘못된 생활습관이나 인식 등을 찾아낼 수 있다”고 말했다.

보통 신장내과 진료가 투석 위주인 것과 달리, 서울K내과는 초진 환자의증상을 체크하는 데 초점을 둔다. 김 원장은 “신장질환은 초기에 잡아내면 정상적으로 일생을 사는 데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이를 위해 초진 환자를 대상으로 문진을 주의 깊게 하고, 다양한 검사를 하는 데 많은 관심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신장질환을 조기에 검진할 수 있는 혈액검사, 소변검사 등의 검사 인프라는 기본이다. 국제적 권위를 인정받는 아시아태평양신장학회의 ‘로스베일리’ 공로상을 국내에서 처음으로 수상할 정도로 명성이 높은 김원장의 실력 역시 조기 진단에 큰 몫을하고 있다.

김 원장은 매주 ‘싱겁게 운동’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많은 사람들에게 싱겁게 먹어야 하는 이유, 방법 등을 가르친다.
김 원장은 매주 ‘싱겁게 운동’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많은 사람들에게 싱겁게 먹어야 하는 이유, 방법 등을 가르친다.(사진=김범경 St.HELLo)

싱겁게 먹기 어려운 환자들을 위한 맛 진단

신장질환은 치료도 중요하지만, 먹는 습관을 교정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짜게 먹는 식습관이 독인 줄 환자 누구나 알지만, 잘 지키지 못한다. 김 원장은 “많은 환자들이 투석하러 올 때 몇 킬로그램씩 부기를 달고 오는데도, 어느 한 명 짜게 먹었다고 말하는 사람이 없다”며 “이런 환자에게 식단을 구체적으로 물어보면 젓갈, 조미김 등 짠 음식 투성이”라고 말했다.

김 원장은 이런 환자를 서울대병원 신장내과에서 40년간 수도 없이 많이 봤고, 강경책도 써봤다. 짜게 먹어서 몸이 부어 올 것 같으면 아예 오지 말라고 강하게 말한 적도있었다. 하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김원장은 “환자가 스스로 ‘짜게 먹지 않는다’고 합리화하기 때문”이라며 “혈액검사나 소변검사의 수치를 들이대도 환자가 잘 체감하지 못해서인지 큰 개선 효과가 없다”고 말했다.

환자가 소변검사를 하면 나트륨, 칼륨 수치를 알 수 있다. 이를 토대로 얼마나 음식을 짜게 먹는지를 알려주며, 싱겁게 먹기를 실천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환자가 소변검사를 하면 나트륨, 칼륨 수치를 알 수 있다. 이를 토대로 얼마나 음식을 짜게 먹는지를 알려주며, 싱겁게 먹기를 실천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사진=김범경 St.HELLo)

이런 문제 해결을 위해 서울K내과는 ‘소금과자’를 활용한다. 환자가 얼마나 짜게 먹고 있는지 스스로 인식하게 하는 도구다. 나트륨 함량에 따라 짠 맛을 11단계로 등급화한 과자다. 1단계 0g부터 11단계 5g까지 등급이 매겨 있다. 보통 5등급의 과자를 먹었을 때 짜다고 느끼면 정상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7단계 이상의 소금과자를 먹어도 짜다고 느끼지 못한다. 김 원장은 “실제로 자신이 괜찮다고 생각하고 먹은 과자의 등급과 나트륨 함량을 확인하고 나면 놀라서 싱겁게 먹기로 결심한다. 다음번 검사에는 나트륨 수치가 내려가는 효과를 본다”고 말했다.

안전성 높이고 응급시스템 갖춰

신장 기능이 나빠져서 혈액 속 노폐물여과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질병이 신부전증이다. 신장 기능이 90% 이상 손상된 5단계부터는 혈액 속 노폐물 제거를 기계가 대신해 주는 혈액 투석을 받아야 한다. 일주일에 2~3번 이상 4시간씩 투석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다니는 병·의원이 집에서 가까울수록 좋다.

40여년 교수생활 동안 김 원장은 200여편의 SCI논문을 포함해 500여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40여년 교수생활 동안 김 원장은 200여편의 SCI논문을 포함해 500여편의 논문을 발표했다.(사진=김범경 St.HELLo)
이와 함께 환자의 요독 수치와 칼륨 수치 등을 확인하면서 세심하게 관리해 줄 신장질환 전문 의료진은 필수다. 신부전증 말기 환자는 쇼크로 심근경색 등을 당하기도 쉽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이런 기준을 철저하게 맞추는 개원 신장내과는 찾기 쉽지 않다. 그래서 대한신장학회는 얼마 전 개원 신장내과의 질 관리에 대한 자정활동을 펼치기도 했다. 이런 측면에서 김원장은 최고의 전문성과 접근성을 갖췄다.

전문의 2명과 투석전문간호사 13명이 환자의 투석 전·후 상황을 꼼꼼하게 체크한다. 김 원장이 재직한 서울대병원과 가까운 위치에 있는 것도 장점이다. 진료나 투석 중 응급상황이 발생하면 곧바로 서울대병원으로 이송하는 응급콜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보통 신장내과 진료가 투석 위주인 것과 달리, 서울K내과는 초진 환자의 증상을 체크하는 데 초점을 둔다. 신장질환은 나빠지기 전에 빠르게 손을 써야 하기 때문이다."


월간헬스조선 8월호(106페이지)에 실린 기사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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