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자로 걸어라?

입력 2007.07.31 09:58

흔히 허리를 뒤로 젖히고 다리를 바깥으로 향하고 걷는 팔자걸음을 ‘이상한 걸음’으로 생각한다. 우스꽝스러운 인상을 풍길 뿐 아니라 무릎관절을 마모시키고 척추, 무릎, 발목, 발 관절에 염증 등을 생기기도 한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발레리나 중에서는 다리를 길고 쭉 뻗어 보이게 하기 위해 심한 팔자걸음으로 걷다가 발목과 발가락에 무지외반증이나 발바닥 만곡증이 오는 경우도 허다하다.

팔자걸음이 꼭 관절 건강에 해로운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일부 전문의들은 15~20도 정도 바깥쪽으로 벌어진 팔자걸음을 일반 사람들에게 추천하기도 한다.

특히 출산 후 골반이 벌어지거나 임신으로 배가 나오거나 과체중인 사람들은 무게중심이 앞으로 쏠리기 때문에 힘을 분산하기 위해 오히려 팔자로 걷는 것이 좋다고 한다. 이런 사람들에게 직선 걸음만을 요구하다 보면 통증이 나타나 생활이 불편해질 수 있다. 세란병원 정형외과 오덕순 부원장은 “출산경험이 있거나 골반이 뒤틀린 사람이 약간의 팔자걸음으로 걷게 되면 다리가 곧게 펴지고 신체의 중심이 잡힌다”며 “환자분들에게 약간의 팔자걸음을 권유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말한다.

요통에도 도움이 된다. 디스크 환자의 경우 골반이 안쪽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 발을 바깥쪽으로 벌려 걷는 팔자 걸음은 통증을 완화시킨다. 고도일 신경외과 원장은 “누워서 발등을 쳐다볼 때 발등이 안쪽으로 돌아갔다면 골반이 뒤틀렸다는 증거이므로 팔자로 일부로 걸어 골반을 교정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팔자걸음을 걸으면서도 다른 사람이 지적하기 전까지는 모르는 경우도 많다. 팔자걸음을 체크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본인의 걸음걸이를 다른 사람에게 봐달라고 하는 것. 신발 굽 뒤축의 바깥쪽이 가장 먼저 닳아도 팔자걸음일 가능성이 높다.


/홍세정 헬스조선 기자 hsj@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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