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낳고 나니, 생리통이 없어졌어요” 이런 사람 많다는데… 왜?

입력 2025.03.27 18:45
아기와 엄마
자궁내막증 환자의 경우 출산 후 생리통이 좋아지는 차이가 잠깐 있을 수 있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신기하게 출산하고 나서 생리통이 사라졌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아이를 낳기 전에는 병원에 갈 정도로 극심했던 생리통이 첫 아이를 낳고 싹 사라졌다는 것이다. 이에 공감하는 누리꾼도 많았다. 해당 글에는 "생리전증후군, 배란통, 생리통 다 있었는데 출산 후 80% 이상 사라졌다" "우리 엄마도 출산하고 생리통 사라졌다고 했다" "출산하고 생리통부터 체질, 입맛까지 다 바뀌었다" "나는 반대로 없었던 생리통이 출산하고 생겼다. 사람마다 다른 것 같다" 등의 댓글이 달렸다.

'출산을 하면 몸이 리셋(reset)된다'는 말은 근거가 있는 걸까. 어떻게 아기를 낳은 뒤에 생리통이 사라지거나 혹은 심해지는 걸까.

우선, 출산하면 꼭 몸이 변한다거나 생리통이 사라진다고 볼 수는 없다. 사람마다 몸, 체질, 환경, 질환 등이 너무나 다르기 때문이다. 강동경희대병원 산부인과 설현주 교수는 "이를 일반화하기는 어렵고, 생리통의 경우 원인이 되는 자궁이나 난소 쪽 병변, 질환에 따라서 아기를 낳고 좋아지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자궁내막증 환자가 출산 후 생리통의 변화를 겪는 일이 흔하다. 자궁내막증은 자궁 내막 조직이 자궁 이외의 조직에 부착해 증식하는 질환인데, 심한 생리통을 유발한다고 알려졌다. 중앙대병원 산부인과 정다은 교수는 "자궁내막증 환자에 국한해서만 출산 후 생리통이 좋아지는 차이가 잠깐 있을 수 있다"며 "자궁내막증은 월경 주기에 따른 여성호르몬 변화에 반응해 발생하기 때문에, 생리가 멈추는 임신 기간에는 병의 진행을 10달 동안 늦추는 거라서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자궁내막증의 한 종류인 자궁선근증 환자 역시 임신 전 생리통이 극심했다면, 임신 후에 통증이 완화되는 경향을 보일 수 있다.

자궁내막증은 가임기 여성 10명 중 1~2명에게 발견될 정도로 흔한 질환이다. 실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자궁내막증 환자는 2018년 13만5107명에서 2023년 20만1952명으로 5년 사이 약 49% 증가했다. 특히 자궁내막증은 불임과 연관성이 높고, 난소암 위험도 높이기 때문에 정기검진과 치료가 필요하다. 정다은 교수에 따르면, 자궁내막증 치료는 병적인 부위를 제거하는 수술과 월경을 멈추게 하는 약물치료도 있지만, 임신을 하는 것 자체도 큰 치료의 카테고리 중 하나다. 실제로 의학계에서는 1921년 자궁내막증 병변이 임신 기간 동안 줄어드는 현상이 처음 보고 된 이후, 자궁내막증의 치료 및 재발 방지를 위해 임신이 도움이 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자궁내막증 환자의 생리통이 평생 사라지는 것은 또 아니다. 정다은 교수는 "일시적으로는 좋아지지만 출산 후 몇 년이 지나면 생리통이 다시 돌아온다"며 "생리를 시작하거나, 자궁내막증에 대한 치료를 하지 않았을 때, 그리고 난소나 자궁 질환의 심각한 정도에 따라 이는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평소 생리통이 심하거나 임신 준비 중이라면 부인과 초음파, 혈액 검사, 'CA125'라는 난소암 표지 수치 등을 미리 점검하는 게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