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노폐물 배출 도우면 치매 걱정 더는데, ‘이 방법’ 통했다

입력 2025.03.26 19:30
뇌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아직 우리는 치매를 정복하지 못했다. 그중 큰 이유는 약물이 뇌에 도달하려면 혈액뇌장벽(BBB)을 통과해야 하는데, 이게 어렵기 때문이다. 최근 BBB를 통과할 필요 없이, 다른 방법으로 인지 기능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 제시됐다. 뇌 노폐물이 척수액을 통해 뇌막 림프관으로 배출되는데, 이 혈관을 청소해 노폐물 배출을 도우면 된다는 것이다. 이 관은 뇌를 둘러싼 혈관 망에 속해, BBB와 관련이 없다. 그저 아이디어에 그친 게 아니라, 동물 실험으로 증명도 됐다.

미국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 의대 조나단 키프니스 교수 연구팀은 신체가 노화할수록 노폐물을 정화하는 능력을 잃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노폐물이 축적되면서 알츠하이머병, 파킨슨병 등 신경퇴행성 질환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봤다. 실제 이전 연구에서 인간은 50세부터 뇌·척수액 흐름이 감소하며, 배수 시스템 기능이 떨어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고령 쥐를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쥐를 두 그룹으로 나눈 후, 두 그룹 모두 동일한 검은색 막대를 우리 안에 20분 동안 넣어 탐구하도록 했다. 한 그룹은 림프관 기능을 향상해 뇌에서 노폐물이 많이 배출되도록 했고, 한 그룹은 그대로 뒀다. 이후 다음 날 같은 검은색 막대와 새로운 은색 직사각형 프리즘을 넣었다. 기억력이 떨어진 쥐는 다시 검은 막대에 관심을 보이고, 인지 기능이 높은 쥐는 새로운 프리즘에 관심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 두 그룹 중 뇌 림프관이 재생된 그룹에서 더 오래 새로운 물체에 큰 관심을 보였다.

염증 수치로도 확인됐다. 림프관이 매우 손상돼 뇌에 노폐물이 쌓이면, 뇌 면역 세포인 미세아교세포가 과부하로 염증 수치를 높이는 신호를 보낸다. 이때 인터류킨-6 수치가 올라가, 인지 기능 저하를 촉진한다. 연구팀이 두 그룹의 염증 수치를 확인한 결과, 림프관을 청소한 그룹에서만 인터류킨-6 등 염증 수치가 크게 감소해 뇌 통신 기능이 회복됐다.

연구팀은 "림프계 기능은 뇌 건강과 인지 기능 향상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뇌 외부에 있는 림프관을 표적으로 강화하면, 인지 기능을 개선하거나 인지 저하를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비침습적인 치료법도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Cell' 온라인판에 최근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