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사들, 치매 약 개발 줄줄이 고배… 논문 조작 논란까지

입력 2024.11.28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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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츠하이머병 신약 개발에 나선 제약사들이 최근 연이어 임상에서 실패했다./사진=카사바 사이언스, 세이지 테라퓨틱스, 애브비 제공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개발에 나선 제약사들이 임상 단계에서 연이어 고배를 마셨다. 최근 알려진 대표적 개발 실패 사례는 미국 제약사 카사바 사이언스의 경증~중등도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후보물질 '시무필람'이다. 이외에 세이지 테라퓨틱스나 애브비 또한 개발에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전해졌다.

◇'논문 조작 논란' 카사바 사이언스, 임상 3상 실패
지난 25일(현지시간) 카사바 사이언스는 경증~중등도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후보물질 '시무필람'의 임상 3상 시험 'ReThink-ALZ'에서 위약 대비 효능을 입증하는 데 실패했다고 발표했다.

시무필람은 '필라민A' 단백질에 작용한다. 필라민A는 알츠하이머병의 주요 원인에 해당하는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질 덩어리의 생성을 차단하는 데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무필람은 약물 분자의 크기가 작아 뇌-혈관장벽(BBB) 통과에 강점을 가지는 것으로 평가됐다. 실제 이전에 레켐비보다 인지 기능 개선 효과가 높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으나, 임상 3상에서 효능을 입증하지 못했다.

회사에 따르면, 시무필람은 공동 1·2차 평가변수를 모두 충족하지 못했다. 임상 52주차에 환자들의 인지장애지표(ADAS-COG12)와 기능장애지표(ADCS-ADL)를 측정한 결과, 시무필람 투여군과 위약군 사이에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 카사바는 3상 임상 시험과 추가 연장 연구를 모두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카사바는 최근 실적을 공개하는 자리에서 시무필람 임상시험 관련 질문을 일절 받지 않은 것으로도 알려졌다. 국내에서 진행 중인 시무필람 임상시험 두 건 역시 조기 종료될 전망이다.

카사바는 시무필람의 개발 과정에서 논문 조작을 비롯한 여러 논란을 빚기도 했다. 이 논란은 2021년 처음 제기됐으며, 지난 6월에는 시무필람 개발을 주도한 미국 뉴욕시립대 호아우얀 왕 교수가 연구 자료를 허위로 제출해 불법 보조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왕 교수는 개발에 핵심적인 데이터를 조작해 보조금 지급서를 작성함으로써 미국 국립보건원(NIH)으로부터 1600만달러(한화 약 223억2000만원)의 보조금을 부당 취득한 혐의를 받는다. 다만 회사 측에 따르면 왕 교수는 임상 3상 시험에 참여하지 않았다. 해당 논란 외에도 카사바는 지난 9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로부터 임상 2b상에서 오해의 소지가 있는 내용들을 주장한 혐의로 고발당해 4000만달러의 벌금이 부과됐다.

◇세이지 '달자넴도르'·애브비 '엠라클리딘' 개발 중단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개발에 실패한 제약사는 카사바뿐만이 아니다. 미국 제약사 세이지 테라퓨틱스는 지난 10월 자사 신경 퇴행성 질환 신약 후보물질 '달자넴도르'를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로 개발하는 데 실패했다. 달자넴도르는 동종 계열 내 최초의 NMDA 수용체(뇌세포간 신호 전달을 조절하는 신경 수용체) 양성 알로스테릭 조절제다. 알로스테릭 조절제란 특정 약물과 동일한 수용체에 결합해 효과를 강·약화하는 약물을 말한다.

달자넴도르는 임상 2상 시험 'LIGHTWAVE'에서 효과를 입증하지 못했다. 달자넴도르 투여군은 위약군과 비교할 때 임상 시작 시점 대비 유의미한 개선 효과가 나타나지 않아 1차 평가변수를 달성하지 못했다. 세이지는 연구 결과에 따라 달자넴도르를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로 추가 임상·개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세이지의 경우 달자넴도르를 헌팅턴병 치료제로 개발하려다 실패했다. 임상 2상 시험 'DIMENSION'에서 치료 84일차 기준 헌팅턴병 환자의 인지 기능 개선 효과를 입증하지 못했다.

시간을 더 거슬러 올라가면, 지난 7월에는 애브비가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ABBV-916'의 개발 중단을 선언했다. ABBV-916은 애브비가 단독요법으로 개발하던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후보물질로, 키쑨라와 유사한 기전을 가졌다. 키쑨라와 애브비는 지난 7월 말 임상 1/2상 시험에서 ABBV-916의 효능·안전성이 키쑨라와 유사하다는 것을 확인하면서 임상에 성공한 것처럼 보였으나, 이미 시장에 진입한 키쑨라 대비 경쟁력이 높지 않다고 판단해 개발 중단을 결정했다. 키쑨라와 차별화된 효과가 나타나지 않아 경쟁에서 이기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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