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 특진실] 분당차병원 폐식도센터
다양한 치료제, 폐·식도암 생존율 향상
'다학제 진료' 환자 맞춤형 치료 큰 도움
항암·수술 병행, 단독 치료보다 생존 유리

까다로운 폐암·식도암도 '맞춤 치료'로 생존율 향상
폐암과 식도암 치료가 까다로운 데에는 이유가 있다. 둘 다 초기 증상이 별로 없다. 심영목 교수는 "폐암과 식도암이 있어도 보통은 일반인과 다름없는 일상생활이 가능하다"며 "몸이 이상하게 아파져서 병원에 올 때면 이미 말기"라고 말했다. 말기에 발견하니 가뜩이나 치료가 어려운데, 이후 생존도 녹록지 않다. 특히 식도암이 그렇다. 수술로 암을 절제하면 식도가 사라진다. 창자로 인공 식도를 만들어야 한다. 폐암 수술을 7000여 건 이상, 식도암 수술은 3000여 건 이상 집도한 심 교수조차 "아무리 정교하게 만든 인공 식도도 원래 있던 식도보단 기능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두 암 모두 환자 생존율이 높아졌다. 폐암 생존율은 2000년대 초반 10%에 불과했지만, 최근 30∼40%까지 개선됐다. 식도암 역시 2000년대 중반에는 5년 생존율이 20%를 넘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엔 40%대까지 올라왔다. 생존율이 향상된 이유 중 하나는 '치료제 발전'이다. 폐암은 다양한 신약이 나와 있다. 옛날엔 모든 환자에게 암세포를 직접 공격하는 세포 독성 항암제를 써서 치료했지만, 이젠 환자의 암세포에 있는 유전자 변이에 잘 들어맞는 표적 항암제나 면역 항암제로 맞춤형 치료를 한다. 종양 살상 아데노바이러스를 개발하는 등 폐암 치료법 개발을 주도해온 김주항 교수는 "10년 전까지만 해도 암에서 '완치'란 있을 수 없는 개념이었다"며 "그러나 치료제가 많아, 암이 상당히 진행된 환자도 완치를 바라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식도암은 환자 수가 한국 전체 암 환자 1%에 불과할 정도로 적어, 폐암만큼 신약 개발이 활발하지는 않다. 다만 김주항 교수에 따르면 이제는 면역 항암제만으로 치료해서 암이 완치되는 환자가 있고, 과거보다 약제 접근성이 좋다. 김 교수는 "식도암 환자에게 치료 효과가 뛰어난 면역 항암제가 4월부터 급여화될 예정"이라며 "환자들의 생존 기간을 늘리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폐암과 식도암 생존율이 높아진 데에는 '다학제 진료' 움직임도 한몫했다. 암 자체는 폐와 식도에 생긴 것이어도 수술 후 회복은 온몸으로 한다. 특히 식도암 환자의 수술 후 생존 가능성을 키우는 데에는 식도보다도 폐가 중요하다. 식도는 식도암 수술 시에 이미 잘려나가고 없지만, 폐활량이 떨어져 있으면 수술 후 회복이 더디기 때문이다. 이에 요즘은 다양한 진료과가 협동하는 '다학제 진료'가 암 치료의 표준이 되고 있다.
일례로 분당차병원은 ▲폐식도센터(심영목·정희석·임공민 교수) ▲혈액종양내과(김주항·상윤범 교수) ▲호흡기알레르기내과(이지현·박지수·이세희 교수 ) ▲핵의학과(장수진·방지인 교수)가 폐암·식도암 치료에 함께 참여한다. 다학제 진료실에 모여 환자 데이터를 큰 모니터에 띄우고, 환자에게 어떤 치료법이 최선일지 의견을 낸다. 심 교수와 김 교수는 한목소리로 "폐암·식도암은 한 사람의 의사가 완치시킬 수 있는 병이 아니다"며 "흉부외과, 혈액종양내과, 영상의학과, 호흡기알레르기내과, 소화기내과, 핵의학과, 영양팀이 달려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항암 치료와 수술 함께 하면 생존율 극대화
물론 협진의 핵심이 되는 것은 '항암 치료' 의사와 '암 수술' 의사다. 수술만으로 암 조직을 다 제거하기 어려울 때가 있다. 이럴 때 환자에게 잘 맞는 항암 치료제를 쓰면 완치에 가까워진다. 또 암이 2∼3기에서 진단되면, 수술하려 해도 절제 범위가 커져서 환자에게 부담된다. 이럴 때 표적 항암제나 면역 항암제로 암 크기를 줄여놓은 다음 수술하면 생존율이 훨씬 높아진다.
항암 치료제 가짓수가 적어, 치료 난도가 높은 식도암이야말로 협진이 관건이다. 항암 치료를 맡은 김주항 교수는 "암 때문에 손가락 굵기 내시경이 들어가지 않을 정도로 식도가 좁아진 식도암 환자가, 실제로 항암 치료와 방사선 치료를 받고 상당히 회복됐다"며 "이들 치료가 성공적이었음에도 암이 남아 있어 안타까웠는데, 다행히 흉부외과 의사에게 수술을 의뢰해 약으로 없애지 못한 암까지 해결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수술을 맡은 심영목 교수는 "식도암은 폐암보다 치료제 가짓수가 적어 수술이 치료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만, 선행 항암 치료를 잘 받고 올수록 수술 경과가 좋아지는 것은 분명하다"며 "치료 방법이 제한된 암일수록 항암 치료 담당의와 수술 담당의가 최적의 치료 전략을 잘 의논해야 한다"고 말했다.
"완치 아녀도, 암과 함께 살 수 있어"
한국에서는 아직도 암이 '죽을 병'이라는 인식이 있다. 특히 폐암·식도암처럼 생소하고, 주로 말기에 진단되는 암이면 더 그렇다. 그러나 의사들은 폐암·식도암도 당뇨병이나 고혈압처럼 '관리하는 병'으로 변하고 있다고 본다. 암 말기일 때 심영목 교수에게 수술받은 한 환자는 수술받고 약 2년 후에 암이 재발해, 암이 악화됐다가 억제되길 반복하고 있다. 악화될 때마다 항암 치료를 하면서 살아온 세월이 이미 10여 년이다. 심영목 교수는 "이 환자는 또다시 항암 치료 중인데, 얼마 전에 전화해서 잘 지내느냐고 물으니, 요새 일이 많아 바쁘다고 하더라"며 "10년째 치료를 이어오고 있지만, 암 환자로서만 지낸 게 아니라 우리와 다름없는 일상을 살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에게도 암에 발목을 붙잡히지 않고 살아가는 환자가 있다. 트럼펫을 잘 불던 환자인데, 폐암이 생겼다. 폐활량이 줄어들면 더는 트럼펫을 못 부나 싶었지만, 표적 항암제 치료 후 잘 지내고 있다. 김 교수는 "본인 말로는 '요새도 나팔 잘 불고 다녀요' 한다"며 "완치 판정을 받으면 6개월에서 1년 주기로 병원을 찾아 건강을 점검하고, 그러다 재발하면 또 치료하면 될 일"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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