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화제 먹어도 그때뿐인 만성 소화불량, ‘이렇게’ 해결할 수도

입력 2024.08.18 16:00
소화불량 환자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 복부 팽만감, 더부룩함, 복통 등 소화기 증상을 겪기 쉽다. 이러한 소화기 증상은 특별한 원인 없이 나타나기도 하는데 만성적이고 반복적이라면 ‘기능성 소화불량’을 의심해볼 수 있다. 검사를 해도 이상 없는 경우가 많고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기 때문에 치료 대신 소화제만 반복적으로 복용하는 사람이 많다. 한의학에서는 기능성 소화불량을 어떻게 치료하는지 알아봤다. 

◇식후 포만감·조기 만복감 등 나타나면 의심
기능성 소화불량의 원인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스트레스와 연관성이 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뇌와 위는 자율신경으로 연결돼 있는데 스트레스를 받으면 뇌에서 각종 호르몬이 분비되고 위의 운동이 방해를 받아 소화불량 증상이 나타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기능성 소화불량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 수는 2016년 60만2998명에서 2019년 70만2652명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위장관 질환 진단 기준인 ‘로마 기준’에서는 기능성 소화불량의 대표적 증상을 네 가지로 분류하고 있다. ▲식사를 한 후 위가 꽉 차는 것과 같은 불편감(식후 포만감) ▲조기에 포만감을 느껴 정상적인 식사를 다 마치지 못하는 증상(조기 만복감) ▲상복부가 불에 타는 듯한 화끈거림(상복부 속쓰림) ▲상복부의 통증 중 하나라도 반복되면 기능성 소화불량으로 진단할 수 있다. 기능성 소화불량은 생명과 관련된 치명적 질환은 아니지만 삶의 질을 저하시키는 심각한 질환이므로 소화제로도 해소되지 않는 소화불량이 지속될 경우 병원을 찾는 것이 좋다.

◇한약 복용한 기능성 소화불량 환자, 93% 증상 완화
한의학에서는 기능성 소화불량을 크게 3가지 유형으로 진단한다. ▲위장 기능이 허약한 비허(脾虛) 타입 ▲음식물이 소화가 되지 않고 쌓여 음식으로 증상이 유발되는 식적(食積) 타입 ▲평소 스트레스가 많고 예민하며 긴장으로 증상이 쉽게 유발되는 간울(肝鬱) 타입 등이다.

한의학에서도 기능성 소화불량의 원인에 따라 다양한 치료를 시작한다. 위장의 과민성을 줄여주는 치료, 위장 점막을 보호하는 치료, 위 운동성을 정상화시키는 치료, 위장을 움직이는 신경계인 자율신경계의 균형을 맞추는 치료가 대표적이다. 강동경희대병원 한방내과 고석재 교수는 “침, 뜸, 한약 등 개인별 맞춤 치료를 적용하기도 한다”며 “소화불량에 효과가 있는 한약으로는 육군자탕, 반하사심탕, 소요산, 시호소간산, 내소화중탕 등이 있다”고 말했다.

이중 반하사심탕은 흔히 ‘담적’이라 알려진 심하비(心下痞, 상복부의 답답하고 더부룩한 증상) 완화에 사용된다. 그 효과는 과학적으로 확인되기도 했다. 강동경희대병원 한방내과 고석재 교수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반하사심탕을 투여한 기능성 소화불량 환자 5525명 중 93%가 증상 호전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반하사심탕을 단독 혹은 양방과 병용 치료한 경우 단일 치료에 비해 약 15%의 치료 효과가 증대되고, 재발율은 약 50% 감소시키는 것을 확인했다. 해당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Frontiers in Pharmacology’에 지난 5월 게재된 바 있다.

◇맵고 짠 음식 피하고 스트레스 관리 중요
기능성 소화불량은 일상 생활 습관이 특히 중요한데 기름진 음식과 폭식, 야식은 소화에 부담을 주므로 피하는 것이 좋다. 맵고 짠 음식도 식도, 위 점막을 자극해 위에 부담이 되므로, 가급적 적게 먹는 것이 좋다. 또한 스트레스도 기능성 소화불량의 큰 원인이 되므로 스트레스 관리도 중요하다.

고석재 교수는 “생활 습관을 개선해도 만성적인 소화불량 증상이 지속된다면 한방 병원에 내원해 한의학적 원인에 맞는 치료를 받아보는 게 좋다”며 “최근 기능성 소화불량에 대한 첩약 의료보험도 실시돼 환자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