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중 잠자리... 뱃속 아기는 괜찮을까요?"

입력 2023.12.15 14:30

본지 독자 궁금증 취재

임신부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제공
"아내가 임신 중인데 부부관계를 하면 태아에게 나쁜 영향을 준다는 이야기가 있어서 몇 달째 관계를 못하고 있습니다. 적절한 부부관계는 임신부 정서에는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도 있던데, 부부관계를 해도 괜찮을까요?"

임신 중 부부관계에 대한 독자 궁금증 문의가 왔다. 보통 임신 중 성관계는 태아에게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자궁을 수축시켜 태아에게 나쁜 영향을 줄까 봐서다. 그러나 특정 상황을 제외한다면 임신 중 성관계는 괜찮다. 태아를 둘러싼 양수가 완충 역할을 하고, 삽입의 방향과 태아가 놓인 자궁이 ‘ㄱ’자로 위치해 압력이 직접 전달되지 않기 때문이다. 적절한 부부관계는 오히려 임신부 정서에도 좋다. 임신한 여성은 초기에는 입덧과 피로감, 체내 호르몬 변화 등으로 성욕 저하를 보이지만, 임신 중기로 접어들면 성욕이 회복되거나 오히려 증가한다. 임신 중에는 평소보다 골반부로 향하는 혈류량이 증가해 성기능을 더 활발하게 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여성은 임신하면 평소보다 친밀감에 대한 욕구가 더욱 높아지기 때문에 적절한 부부관계가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주의해야 할 시기도 있다. 임신 기간은 보통 3등분 된다. ▲초기는 마지막 월경 시작일로부터 13주까지 ▲중기는 14주부터 28주까지 ▲말기는 29주부터 출산 전까지다. 산부인과 전문의에 따르면 임신 초기는 성관계 여부와 상관없이 누구든지 유산 가능성이 있는 시기라 조심해야 한다. 또 말기엔 자궁이 커져 있어 물리적인 압박이 태아에 가해질 수 있으며 자궁수축에 의한 조기 진통이 올 수 있어서 주의해야 한다.

어떻게 주의해야 할까? 먼저 체위다. 가능한 한 자극을 줄일 수 있는 체위를 선택해야 한다. 자궁(여성의 아랫배) 부위에 압박이 가해지는 체위, 복부의 과도한 굴곡이나 신체 부위 간 각도가 늘어나는 체위는 피하는 것이 좋다. 여성의 복부 압박이 증가하거나 굴곡이 심해지는 남성 상위, 후배위 대신 여성이 삽입의 깊이, 속도, 강도를 조절할 수 있는 여성 상위가 권장되는 이유다.

구강성교도 피하는 게 좋다. 임신부는 면역력이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주로 구강을 통해 전염되는 바이러스들이 태아에게 선천적인 질환을 유발하기도 한다. 예컨대 구강 전염성이 높은 1형 헤르페스 바이러스가 태아에게 전염되면 피부 수포나 결막염 등을 일으킬 수 있다. 드물게는 헤르페스 뇌염이라는 중추신경계 질환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임신 계획을 수립할 때 성병 검사가 권고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성관계 자체를 주의해야 할 때도 있다. 이전 임신에서 양막파수나(주기와 상관없이 진통 전에 양막이 파열되는 경우)나 전치태반(태반의 위치가 비정상적인 경우)을 겪었다면 성관계 전 의료진의 상담을 받아보는 게 좋다. 조기 진통이나 조산 경험이 있어도 마찬가지다.

남성의 경우 사정은 가급적 피하는 것이 좋다. 정자 속 단백질(HLA-G)이 임신부의 자간전증 위험을 낮춘다는 얘기도 있고 '프로스타글란딘'이라는 물질이 자궁을 수축시켜 태아에 좋지 않다는 주장도 있다. 정설로 인정될 만큼의 연구결과가 축적된 것은 아니지만,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남성 사정은 피하는 게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