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조선 '아미랑'… 다시 보는 암 완치자·주치의 릴레이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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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전이 폐암을 겪은 박진규(64)씨의 말이다. 2019년, 극심한 복통과 두통으로 병원을 찾은 박씨의 폐에서 9㎝ 크기의 종양이 발견됐다. 양쪽 폐와 뇌에 암이 퍼진 상태로, 폐암 4기였다. 기대여명이 10개월이라는 말에 충격을 받았지만, 자신만을 바라보는 아내를 위해 '살 수 있다, 살겠다'고 다짐했다. 주치의인 세브란스병원 연세암병원 폐암센터 종양내과 홍민희 교수가 그 당시 비급여였던 면역항암제를 권유했고, 과감하게 사용했다. 극적인 효과가 나타나 항암 치료 10회만에 '관해' 판정을 받았다. 종양이 3㎝ 남아 있긴 하지만, 홍 교수는 "종양을 가지고도 오랫동안 건강하게 살 수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박진규씨 역시 "발견 못 한 암을 방치하며 사는 것보다, 암을 인지하고 충분히 관리할 수 있는 상태인 지금이 오히려 축복받은 거라 생각한다"고 말한다.

두차례 간 이식을 거쳐 간암 3기를 극복한 김형규(65)씨의 말이다. 김형규씨는 2013년, 아내에게서 첫 간 이식을 받았다. 하지만 6개월 뒤 만성 거부반응이 일어나 또 다시 간을 이식받아야 하는 상태가 됐다. 패혈증 쇼크가 와 의식도 없이 중환자실에서 하염없이 뇌사자 간 이식을 기다리는 동안, 기적이 일어났다. 미국 유학 중이던 20대 조카가 한국에 돌아왔는데, 김씨의 상태를 듣자마자 이식을 결정한 것이다. '혈액형 불일치' 재이식 수술 후 김씨는 합병증이나 재발 없이 8년째 건강하게 지내고 있다. 김씨의 주치의인 국립암센터 장기이식실장 김성훈 외과 교수는 "삶에 대한 의지가 그 누구보다 강한 분이었다는 걸 알기에, '진인사대천명'이라는 생각으로 포기 않고 최선을 다해 치료했다"며 "기적적으로 늦지 않은 때에 두 번째 수술을 시행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여성암 사망률 1위에 달하는 치명적인 난소암 3기를 이겨낸 신경옥(55)씨의 말이다. 신씨는 2013년 처음 암을 진단 받은 이후 두 차례의 재발을 겪었다. 항암과 수술을 반복하는 동안, 장 파열·요관 손상 등 말 못할 합병증의 고통에 시달렸다. 신씨는 "합병증 치료가 괴로웠고, 두 번째 재발은 절망적이었다"며 "치료를 포기하고 싶었지만, 애쓰는 가족이 있어서 버틸 수 있었다"고 말한다. 자녀들은 공부하는 틈틈이 신씨를 간호했고, 남편은 기운을 북돋기 위해 신씨의 친구들을 집으로 초대해 즐거운 시간을 보내도록 도왔다. 항암 기간 동안 '고단백' 식단을 챙긴 것도 남편이었다. 주치의인 서울대병원 산부인과 김희승 교수는 "환자의 의지가 없으면 아무리 좋은 치료법이라 해도 효과가 떨어질 수 있는데, 신경옥씨가 힘든 치료 과정을 겪고도 포기하지 않아줘서 정말 고맙다"고 말했다.

암 중에서도 생존율이 낮은 '고약한 암', 췌장암 2기를 이겨낸 이종율(68)씨의 말이다. 췌장암은 재발이 잘 된다. 수술해도 50%가 1~2년 내, 70~80%가 5년 내에 재발한다. 보이지 않는 암세포들이 췌장 곳곳에 포진해 있기 때문인데, 2014년 암을 처음 발견한 이씨 역시 수술 후 항암 치료까지 진행했다. 다행히 완치돼 지금까지 재발 없이 건강히 지내고 있다. 이씨의 주치의인 서울아산병원 간담도췌외과 황대욱 교수는 "근치적 치료법인 수술 이외에 선행 항암요법 같은 다양한 치료 방법이 개발됐다"며 "과거에는 수술하지 못 했던 환자도 이제는 수술할 수 있는 상태로 만들 수 있는 만큼, 지금 이 순간에도 치료법이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종율씨는 "모든 암 환자가 희망을 놓지 말고, 잘 먹고 잘 움직이며 끝까지 버티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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