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미세한 심장 이상 살펴… 기존 심전도 보완
웨어러블 디바이스에 탑재, 병원 밖 진단에 활용
뷰노, 심전도 AI 앞장서 “내년 상용화 목표”

암 다음으로 흔한 한국인의 사망원인은 '심장병'이다. 심장병은 대표적으로 심근경색, 심부전, 부정맥이 있는데, 이들 질환은 공통적으로 ‘급사’ 위험이 있다. 증상이 없을 때 조기 발견과 치료를 해야 한다. 최근 심장질환을 광범위하게 진단하는 심전도 검사에 ‘AI(인공지능) 시스템’을 탑재, 질환의 조기발견을 도모하고 있다. 심전도는 간단하고 비용이 저렴한 검사지만, 심전도 이상 변화는 예기치 않은 순간 나타나거나, 판단이 어려울 만큼 미세한 경우도 많다. 이런 이유 때문에 미국질병예방특별위원회(USPSTF)에서는 심전도 검사의 심장병 선별 효과의 한계를 지적하고 있다. 최근 인공지능 기술로 심전도 데이터를 분석, 심장질환을 조기 탐지할 수 있다는 다양한 연구들이 발표되고 있다. 심전도 인공지능 솔루션 연구에 앞장서고 있는 연세대 의생명시스템정보학교실 윤덕용 교수와 국내 대표 의료인공지능 솔루션 기업 뷰노의 이예하 의장을 만났다.
-심전도 인공지능 솔루션은 무엇인가?
윤덕용 : 심전도는 심장이 박동할 때 발생하는 전류 등을 곡선으로 기록한 도면으로, 심장의 구조적·기능적인 면을 관찰할 수 있다. 지금까지는 심전도에 명확한 이상 패턴이 보이면 의사들이 진단을 했다. 그러나 검사를 할 때는 정상 곡선을 보이다 병원 밖에서 비정상인 심전도를 보이는 경우도 많아 병을 놓칠 위험이 있었다. 심전도 측정과 분석 시스템을 웨어러블 디바이스에 탑재하면 병원 밖에서도 심전도를 수시로 체크할 수 있고, 이상도 발견할 수 있다. 또한 20~30년 간 심전도 빅데이터가 쌓이고, 이를 해석하는 AI 기술이 발달하면서 밝혀지지 않았던 미세한 이상 패턴들을 AI가 분석할 수 있게 됐다. 간과했던 심전도 패턴들에서 질병의 단서를 찾을 수 있게 되면서 진단할 수 있는 질병의 범위도 넓어지고 있다.
이예하 : 심전도는 간단하지만 다양한 심장 이상 징후를 볼 수 있는 검사다. 인공지능 심전도 데이터 분석이 정교해지면서 부정맥뿐만 아니라 심부전·심근경색도 조기발견할 수 있게 됐다.
-심전도 인공지능 솔루션을 개발하게 된 계기는?
윤덕용 : 심장병은 대표적인 만성질환이다. 심전도는 심장병을 발견하기 위한, 간단하지만 진단에 유의미한 정보들이 많아 오랫동안 병원에서 흔히 쓰이고 있다. 모든 질병이 그렇듯, 발견이 늦어지면 더 비싸고 힘든 검사를 해야 한다. 심전도 인공지능 솔루션이 확산돼 심장병을 조기에 잡아낼 수 있게 되면 급사를 막고 치료 예후를 좋게 할 수 있다.
이예하 : 전세계적으로 심장병은 사망률 1위 질병이다. 인구 고령화 되면서 심장병 케어에 대한 요구가 강해지고 있다. 이런 배경이 심전도 분석 솔루션을 개발하게 된 이유다. 최근 개발한 인공지능 기반 심전도 분석 소프트웨어인 ‘VUNO Med®-DeepECG’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혁신의료기기 16호로 지정받았다. 육안으로는 알 수 없었던 심전도 데이터의 미세한 차이를 감별해 기존에 심전도 검사에서는 확인할 수 없었던 심부전증에 대한 정보를 추가 제공하고, 심전도 파형상의 변화가 뚜렷하지 않은 심근경색증을 심전도 데이터에서 탐지하는 것이 특징이다. 병원에서 보조적 진단 도구로 사용하는 것을 넘어서 웨어러블 디바이스에도 탑재해 일반인이 일상에서 쉽게 심전도를 측정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혁신의료기기 지정은 무슨 의미가 있나?
이예하 : 의료기기는 신약과 마찬가지로 임상시험 후 허가를 받아야 한다. 혁신의료기기 지정은 기술의 혁신성과 임상적 개선 가능성, 공익성 및 산업적 가치를 인정받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부정맥의 진단 유효성을 확인하기 위한 임상시험부터 시작하려고 한다.

-심전도 인공지능 솔루션, 전세계 연구 트렌드는?
윤덕용 : 심전도는 심장질환 중에서도 주로 부정맥을 진단하는 데 쓰였다. 그런데 심부전·심근경색을 예측을 하는 데에도 활용하려고 하고 있다. 수많은 사람의 심전도 데이터가 쌓이고 분석이 가능해지면서 기존에 안 보던 질환까지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기존 심전도 검사는 심장의 박동에 따라 심근에서 발생하는 활동 전류 파형을 얻기 위해 10개의 전극을 몸에 부착해 ‘동시에’ 측정했다. 이를 표준12리드 방식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런 방식은 복잡하고 불편한 점이 있어 병원 밖에서 환자 혼자 실행하기 어렵다. 간소화 해야 하는 건데, 최소한의 전극을 감지하고, 꼭 동시에 재지 않고 순차적으로 재도 의미있는 정보를 얻을 수 있는지 연구를 하고 있다. 이와 관련된 연구를 해서 지난 10월 세계적으로 권위있는 의료정보학 저널(JMIR)에 게재했다.
이예하 : 단순히 심전도를 정확하게 측정하는 것을 넘어서야 한다. 분석 소프트웨어를 붙어야 한다. 즉 심전도가 이렇게 나왔는데, 심근경색 위험이 몇 %나 되는지까지 알아내야 한다. 현재 심전도를 정확하게 잴 수 있는 기기는 많이 나왔지만 분석 소프트웨어까지 탑재한 의료기기는 없다. 분석까지 가능한 심전도 인공지능 소프트웨어와 함께 이를 탑재할 웨어러블 디바이스도 개발 중이다.
-최근 나온 연구 논문에 대해 소개해달라?
윤덕용 : 앞서 얘기한 JMIR에 게재된 연구를 통해 기존의 심전도 검사처럼 10개의 전극을 몸에 부착해 동시적(synchronous)으로 측정(12리드 방식)하지 않아도, 비동시적으로 3개리드만으로도 기존 심전도와 급성 심근경색 예측 정확도가 유사하다는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구체적으로 88%의 민감도로 급성 심근경색을 탐지했다. 연구에서 사용된 모델은 향후 상용화가 된다면, 급성 심근경색으로 병원에 도착해서 심전도 측정을 할 필요 없이, 병원 도착 전 웨어러블 기기 등을 통해 심전도 측정이 가능해진다. 진단 소요 시간을 단축시키고, 응급 치료가 가능해지면서 환자 예후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심전도 인공지능 솔루션 향후 상용화 일정은?
이예하 : 부정맥은 내년에 임상시험을 시작하고 내년 말 식약처 허가를 목표로 하고 있다. 심근경색을 조기에 잡아내는 웨어러블 모델은 빠르면 2년 안에 상용화 될 것으로 기대한다. 심전도 인공지능 솔루션을 탑재할 디바이스도 개발 중이다. 나이가 들면 심장병이 크게 늘어나므로 이런 기술이 빛을 발할 것이다.
-뷰노의 인공지능 솔루션 개발 계획은?
이예하 : 국내 1호 인공지능 의료기기를 비롯, 현재 10가지가 넘는 인공지능 의료기기가 상용화 돼 의료 현장에서 쓰이고 있다. 국내 인공지능 의료기기 1호인 ‘뷰노메드 본에이지’는 인공지능을 이용한 골연령측정기다. 국내 200개 이상의 병의원에서 사용하고 있다. 의사를 보조해 골연령 판독 속도를 20~40% 향상시키고, 판독 정확도를 10% 높여주는 효과를 입증했다.
지난 8월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은 AI 기반 심정지 예측 의료기기인 ‘뷰노메드 딥카스’는 AI 기술을 적용해 호흡·맥박·혈압 등의 환자의 활력 징후를 분석, 심정지를 예측하는 소프트웨어다. 현재 1000명 입원 당 5명에서 심정지가 발생하는데, 심정지 예측을 통해 입원 환자의 사망률을 줄이고 생존자들의 예후를 좋게 했다는 결과가 있다. 딥카스는 5개 이상 병원에서 사용하고 있다.
심정지 외에 패혈증, 호흡부전 등 다른 중증 증상에 대한 예측 소프트웨어 개발도 하고 있다. 의사 뿐만 아니라 일반인에게도 직접 도움을 주고자 웨어러블 디바이스도 개발하고 있다.

-의료 인공지능 솔루션의 미래는?
윤덕용 : 의료 영역에서 AI 솔루션은 60가지 정도가 있으며, 일부는 병원에서 활용되고 있다. 실제 활용해 본 의료진들은 업무 효율성이 높아졌다고 공통적으로 말한다. AI가 도입되면서 의사들은 단순 반복 작업으로부터 벗어나고 있다. 환자 관찰이나 진단 분야에서 도움을 받고 있으며, 이를 통해 의사들은 앞으로 고차원적인 업무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 일례로 코로나 상황에서 현재 집중치료실을 늘리라고 행정명령이 내려오고 있는 상황인데, 의료진이 없다. 적합한 AI 소프트웨어가 있다면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예하 : 의료 인공지능 솔루션은 의료진을 도와 궁극적으로 빠르고 정확한 진단을 위한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최근에는 환자 중심으로 가치를 따지고 있다. 인공지능 솔루션이 환자에게 얼마나 이득이 되는지 살피는 것이다. 인공지능 솔루션을 활용했을 때 환자 예후가 좋아졌다는 결과, 환자 생명을 직접적으로 살릴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을 때 인정을 받을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