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지 말자! 시니어 ㉜]

날씨가 추워지는 때가 오면 시니어들은 김장을 위한 준비로 분주하다. 최근에는 핵가족화가 상당히 진행됐을 뿐만 아니라 서구화된 식단, 배달음식과 외식의 보편화로 인해 김장하는 가구들이 점차 줄어들고 있지만 50대 이상 시니어들을 중심으로 아직도 많은 주부들이 한 해 동안 먹을 김치를 매년 마련하고 있다.
과거에 비해 규모도 줄고 재료들을 손 쉽게 구할 수 있게 됐다고는 하나 직접 김장을 하는 것은 매우 고강도의 노동이다. 배추들을 소금에 절이고 고춧가루, 젓갈 등을 이용해 양념을 만들어야 하며, 염장한 배추를 양념해 버무려야 한다. 만든 김치들을 통에 담아 보관장소로 옮기는 것도 만만치 않은 일이다. 일이 고되다 보니 명절 증후군처럼 ‘김장 증후군’이라는 말까지 생겼을 정도다.
김장 증후군이란 김장을 하고 나서 손목, 허리, 무릎 등에 통증이 나타나는 근골격계 질환을 일컫는다. 주로 김치를 담그는 시니어 주부들은 척추와 관절의 노화를 겪는 연령층인 만큼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김장은 재료준비부터 양념을 버무리는 일까지 쪼그리고 앉아서 하는 작업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이러한 자세는 체중의 7배나 되는 압력이 무릎으로 전달돼 관절과 연골에 큰 부담을 안긴다. 또한 쪼그려 앉은 채로 오리걸음 하듯 자리를 옮기는 경우도 흔한데 이는 무릎에 더 큰 충격을 주는 행동이다.
김장통을 옮기다가 허리에 통증을 느끼는 일도 다반사다. 서 있는 자세에서 허리가 받는 하중을 100이라 한다면 상체를 숙여 물건을 들어 올릴 때는 허리에 약 220의 부하가 생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여성 시니어들은 폐경을 지나며 척추와 주변 근육, 인대가 약해지므로 작은 충격으로도 염좌나 디스크(추간판) 질환으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
따라서 시니어들은 김장할 때 식탁이나 테이블 위에 재료들을 모아 허리와 무릎을 굽히지 않은 자세로 진행하는 것이 좋다. 김장을 하다 보면 한 자세로 오래 작업하기 쉬운데, 이따금씩 자리에서 일어나 가벼운 전신 스트레칭과 함께 주변을 5분 정도 걸으며 척추와 관절에 쌓인 긴장을 풀어주자. 무게가 나가는 김장통을 옮겨야 하는 경우에는 여럿이서 들어야 힘도 덜 들고 급성 요통과 같은 근골격계 질환을 예방할 수 있다.
만약 김장 이후 척추·관절에 통증이 찾아온다면 이를 단순히 근육통이나 피로 누적이라 쉽게 여겨서는 안 된다. 통증을 방치하게 될 경우 디스크나 관절염과 같은 퇴행성 변화를 가속화하는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통증이 차도 없이 일주일 이상 지속된다면 속히 전문의를 찾아 원인을 진단하고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한방에서는 추나요법을 비롯한 침, 약침, 한약처방 등 한방통합치료를 통해 시니어들의 근골격계 질환을 치료한다. 먼저 한의사가 직접 추나요법을 통해 척추·관절 주변 근육의 틀어짐과 변형을 교정해 제 기능을 회복시킨다. 이후 한약재 성분을 정제한 약침을 통해 기혈순환을 촉진하고 염증이 생긴 경우 빠르게 해소시켜 통증의 원인을 없앤다. 또한 근육과 인대에 영양을 공급하고 손상된 척추·관절의 회복을 돕는 한약처방을 병행하면 더 큰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시니어들에게 김장이란 그저 김치를 담그는 일련의 행위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만든 김치를 자녀, 친척, 이웃들과 나누며 마음을 전하는 교류의 의미가 크다. 이는 김장이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이유이기도 하다. 올해 김장철은 좀더 건강을 챙기며 더욱 즐겁고 따뜻하게 맞을 수 있도록 하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