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BC 수목 드라마 '그 남자의 기억법'에서 주인공 정훈이 '과잉기억증후군'을 겪어 이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정훈은 극중 과잉기억증후군에 걸려 1년 365일을 모조리 기억한다. 실제 이런 병이 있을까?
과잉기억증후군은 2006년 미국의 질 프라이스라는 여성이 최초로 진단받은 실제 질환이다. 환자는 한 번 보거나 겪은 일을 세세하게 모두 기억한다. 특정한 학습능력이나 암기력이 뛰어난 것이 아닌 자신의 인생을 통째로 기억하는 양상으로 나타난다.
대전을지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유제춘 교수는 "과잉기억증후군은 살면서 일어나는 모든 일이 하나도 빠짐없이 저장되고 한 번 본 것이 마치 사진 찍듯 머릿속에 남아있는 극히 드문 현상"이라며 "한 번 경험하고 알았던 것이 기억에서 아주 사라진 상태인 '망각'이라는 것이 없어 잊고 싶은 것 마저 모두 생각하며 살아야 하기 때문에 고통스러울 수 있다"고 말했다.
전세계적으로 과잉기억증후군 판정을 받은 사람은 100명도 채 되지 않으며, 정확한 원인도, 치료법도 밝혀지지도 않았다. 다만, 뇌과학분야 학술지인 '뉴로케이스'에 제임스 멕거프 박사가 질 프라이스의 사례를 연구한 결과, 학습·암기력 등 다른 인지 능력은 보통 수준이었으나 기억의 인출을 담당하는 뇌 영역이 일반인들과 다른 모습을 보였다. 일반인은 과거의 기억을 뇌의 우측 전두엽에 저장하는데, 질 프라이스는 우측과 좌측 전두엽 모두에 저장했다. 한편 과잉기억증후군을 앓으면 당시 느꼈던 기쁨, 슬픔, 좌절, 분노, 고통 등의 감정도 되살아나 이를 느낄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