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 닥터] "인공와우 수술로 청력 95% 회복… 보청기 고집 말아야"

입력 2019.12.31 09:11   수정 2019.12.31 09:18

[최병윤 분당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효과 검증 끝난 난청치료 '정석'
유전자 검사로 난청 파악한 후 적기에 수술 받아야 청력 개선

"청력을 최대 95%까지 회복할 수 있는 검증된 방법이 있는데, 그게 잘 알려지지 않았다는 게 문제입니다."

분당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최병윤 교수가 말하는 '검증된 방법'은 인공와우 수술이다. 인공와우 수술은 난청 환자의 귓속에 인공 달팽이관을 심는 수술이다. 최 교수는 "인공와우는 보청기의 다음 단계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인공와우 수술이 유일한 난청 치료법이란 설명이다.

최병윤 분당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암을 수술과 항암제로 치료하는 것처럼 난청 치료에는 인공와우가 '정석'입니다. 그런데 낮은 인지도 탓에 인공와우 수술을 받는 사람이 적습니다."

우리가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건 '달팽이관' 때문이다. 소리가 귀로 들어오면, 달팽이관의 유모세포는 이를 '뇌(腦) 전용 전기신호'로 바꾼다. 변환된 신호는 청신경을 통해 뇌에 전달돼 우리가 듣는 '소리'가 된다. 최병윤 교수는 "달팽이관이 망가지면 소리를 전기신호로 바꾸는 변환기가 사라지는 격"이라며 "고주파음(70㏈)과 다른 사람의 말을 알아듣기 힘들다면 달팽이관 손상을 의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통 귀는 소음, 약물 등 후천적인 요인에 의해서만 나빠진다고 생각하지만 청력 손실은 '유전자'의 영향이 크다. 최병윤 교수는 "유모세포에 분포해있는 유전자에 따라 청각이 망가지는 시기가 달라진다"며 "난청 성인을 대상으로 검사하면 난청 유전자가 50~60%에서 발견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난청 유전자가 있으면 30대 같은 젊은 나이여도 청력 손상이 나타난다. 최 교수는 "노년층은 나이가 들어 자연스레 귀가 나빠진다고 생각하지만, 이것도 유전자가 크게 관여한다"며 "노년기부터 발현되는 유전자도 있다"고 말했다.

난청 유전자를 파악하려면 유전자 검사를 받으면 된다. 국민건강보험이 적용되는 기본 검사로 난청 유전자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언제부터 청력이 나빠지는지, 원인이 무엇인지 등을 파악하고 효과적으로 치료 계획을 세울 수 있다. 최병윤 교수는 "기존 검사만으로 구분되지 않은 환자도 유전자 검사로 정확히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난청 기간(안 들리기 시작한 시간)'에 따라 난청 치료의 효과가 달라진다. 난청 기간이 길어질수록 청신경, 뇌세포 등이 퇴화해 청력이 회복할 수 있는 범위가 줄어든다. 따라서 적기에 인공와우수술을 받아 청력을 최대한 회복해야 한다. 최병윤 교수는 "선천적으로 난청이 있는 영아가 수술받을 경우, 평생 정상인처럼 지낼 수 있다"며 "노년층도 보청기만 고집하다 보면 청력이 계속 나빠지고, 수술받아도 청력이 크게 개선되지 않으므로 적기를 놓쳐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최 교수는 "인공와우 수술을 받은 다음 3~6개월 정도 재활하면 원래의 청력처럼 들을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노년층은 난청을 내버려두면 치매에 걸릴 위험이 최대 9배까지 커져 주의해야 한다. 청각이 손실되면 대화가 힘들어지고, 사람 만나기를 멀리하는 등 뇌 자극이 줄기 때문이다. 최병윤 교수는 "유전자 검사로 원인을 파악하고, 인공와우 수술을 받아 청력을 보존하면 노년기를 더 활기차게 보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