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조선 명의톡톡' 명의 인터뷰
'소화기질환 명의' 비에비스 나무병원 민영일 대표원장
‘식사를 한 뒤 속이 더부룩하다’ ‘조금만 먹어도 속이 가득 차는 것 같다’ ‘체한 것 같다’ 등 소화불량을 호소하는 사람이 많다. 소화불량은 한국인 4명 중 1명이 경험하고 있는 아주 흔한 증상이다. 대한소화관운동학회가 전국 성인 3000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25%가 소화불량증으로 고생하고 있었다. 소화불량은 도대체 왜 생길까? 서울아산병원, 동국대병원, 건국대병원 등에서 소화기센터장을 지내고 2008년부터 소화기 전문병원인 비에비스 나무병원 대표원장으로 재임 중인 민영일 원장을 만났다.

-소화불량은 왜 생기나요?
소화불량 원인의 3분의 1은 위궤양, 역류성식도염, 위종양, 췌담도질환, 헬리코박터균에 의한 위염 등 질환 때문입니다. 나머지 3분의 2는 소화불량을 일으킬 만한 원인 질환이 없는 경우인데, 대다수가 스트레스 때문에 발생합니다. 의학적으로는 ‘기능성 소화불량증’,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쉽게 ‘신경성 위장병’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스트레스에 의한 소화불량은 수 년 또는 수십 년 동안 지속적으로 나타납니다. 증상이 좋아졌다 나빠졌다 되풀이하는데, 신경 쓰는 일이 있으면 소화불량 증상이 심해집니다. 일반적으로 예민한 성격을 가진 사람이 소화불량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소화불량의 대다수 원인이 스트레스 때문이라는 것이 새로운데요. 뇌(腦)와 위(胃)는 연결돼 있나요?
그렇습니다. 뇌하고 위는 미주신경이라는 신경으로 연결돼 있고 뇌에서 분비되는 각종 호르몬이 위에 영향을 미칩니다. ‘뇌-창자 연관질환(Brain-gut syndrome)’이라는 개념도 있습니다. 그래서 위는 감정이나 정서의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즉, 불안이나 우울, 스트레스, 긴장과 같은 자극이 자율신경계를 자극하면 위의 운동이 방해를 받아 소화불량 증상이 나타납니다. 소화불량은 여성들이 더 많이 호소하는데, 여성들의 성격이 세심하고 꼼꼼한 경향이 있기 때문입니다.
-소화불량을 일으키는 식품도 있을 것 같은데요
짜고 매운 식품이 문제입니다. 엄밀히 말하면 맵기만 한 음식은 위 건강을 해치지 않습니다. 매운 카레 등은 오히려 위 건강에 좋습니다. 그러나 한국 음식을 보면 대다수가 매우면서 동시에 짭니다. 짠 음식은 위 점막을 손상시키고 위산 분비를 늘리며 소화불량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우유를 먹고 소화가 안 된다는 사람도 많습니다. 한국인은 우유 속 유당을 분해하는 효소가 없는 사람이 많기 때문입니다. 우유를 먹고 소화가 잘 안 되는 경험을 한 사람은 우유를 굳이 마실 필요가 없습니다. 밀가루 음식을 먹고 소화가 안 된다는 사람도 많은데, 역시 소화가 안 되는 식품은 섭취를 피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커피를 마시고 소화불량이나 속쓰림을 겪는 경우도 적지 않은데요. 커피와 소화불량은 관련이 있나요?
커피 속 폴리페놀이 간이나 뇌에 좋다는 연구결과들이 많이 나오고 있지만, 커피는 위에는 좋지 않습니다. 카페인이 위산 과다를 유발하기 때문입니다. 저 역시도 커피를 마시지 않습니다. 커피는 중독성이 있기 때문에 끊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커피를 마시고 속쓰림이나 소화불량을 흔히 경험하는 사람은 커피를 마시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소화불량이 암의 신호일 때는 언제입니까?
평소 소화불량이 지속적으로 있었다면 소화불량만 가지고 암을 의심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소화불량이 있으면서 ▲체중 감소가 나타나거나 ▲빈혈이 나타나거나 ▲전에 없던 통증이 나타나거나 ▲흑색변을 본다면 암을 의심할 수 있습니다.
위암은 조기의 경우 대부분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 건강검진을 통해 운 좋게 발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암의 발생 위치가 위의 입구 쪽에 있으면 음식을 삼키기가 어려워지거나 식후 즉시 구토가 나타나는 경우가 많으며, 암의 위치가 십이지장 쪽 즉, 위의 출구 쪽에 있으면 식후에 시간이 어느 정도 흐른 후 구토가 일어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위암이 진행된 경우에는 배에서 덩어리가 만져질 수도 있습니다.

-소화불량으로 위내시경 등 검사를 받아 봐야 할 때는 언제인가요?
일단 소화불량이 있다면 위내시경을 한번쯤은 받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혹시 나쁜 병이 숨어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국가에서도 40세부터 2년에 한 번씩은 위내시경 검사를 권장하고 있습니다. 20~30대 라고 해도 증상이 있다면 위내시경을 받는 것이 좋습니다. 문제는 질병이 원인이 아닌, 스트레스 등으로 인한 소화불량은 위내시경을 해도 아무 병변도 안 보인다는 겁니다. 따라서 저는 환자와 많은 대화를 통해 환자의 성격, 주변 환경 등을 파악하고, 스트레스 받는 상황을 피하라고 조언합니다. 또 때에 따라 복부 초음파, 간 기능을 포함한 혈액검사를 시행하기도 합니다.
-소화제를 자주 복용하면 좋지 않나요?
현재 약국에서 쉽게 살 수 있는 소화제는 소화 효소로 구성돼 있는 약제입니다. 소화 효소를 추가적으로 투여하는 것으로는 근본적인 치료법이 안 됩니다. 병원에서 처방을 해주는 약은 대부분 위산을 억제해주는 약인데, 소화불량은 위산과 관련된 경우가 많아 위산만 줄여도 증상이 좋아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때에 따라 위 운동을 도와주는 제제를 사용하기도 합니다. 이런 약 역시 일시적인 증상 완화 효과만 있습니다. 소화불량을 유발하는 생활 습관 등을 파악하고 이를 개선시켜 나가는 것이 가장 우선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스트레스가 너무 심한 사람은 항우울제, 신경안정제 등을 처방해주면 정신 안정과 함께 소화불량 개선 효과도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약들은 중독성이 있으므로 복용에 주의를 해야 합니다.
-소화불량을 개선하기 위한 식습관에 대해 알려주세요
식이요법의 원칙은 어느 음식이 좋고 어느 음식은 해가 된다는 식보다는 환자 개개인마다 섭취하면 속이 불편해지는 음식이 있으므로 자신이 판단해서 자신에게 맞는 음식을 먹고, 맞지 않는 음식은 피해야 합니다. 식사는 규칙적으로 하고, 음식은 천천히 오래 씹어 먹어야 합니다. 침 속에는 아밀라아제라는 당분 분해 효소가 있어 음식물과 침이 잘 섞이면 소화에 도움이 됩니다. 위에 부담이 되므로 과식을 하거나 잠들기 2∼3시간 전에 음식 섭취를 하는 것을 피해야 합니다. 자극적인 음식이나 지방이 많은 음식, 술, 담배 등도 삼가야 합니다. 무엇보다 스트레스를 되도록 줄이려고 해야 합니다. 요가나 명상, 걷기 등이 스트레스를 다스리는 데 도움이 됩니다.
-운동을 하는 것이 소화불량을 개선하는 데에 도움이 되나요?
운동은 우선 스트레스를 해소시켜줍니다. 온몸에 혈액 순환도 잘 되게 해 위장 운동에도 도움이 됩니다. 소화불량에 과식을 하지 말라는 이유는 많이 먹으면 위가 확장 돼 위가 얇아지고 위에 혈액 순환이 충분히 되지 않으면서 소화불량 증세가 심해질 수 있습니다. 그만큼 위장 건강에 혈액 순환이 중요합니다. 저는 올해 78세이지만 일주일에 5회는 1시간 30분씩 걸으려고 노력합니다. 걸을 때는 가급적 햇볕을 쬐면서 걷습니다.

민영일 대표원장은
소화기내과 분야의 대표적인 원로 교수이다. 서울대 의대를 졸업했으며, 한양대 의대, 울산대 의대, 건국대 의대에서 교수를 역임했다. 국내 최초로 전자내시경을 도입했으며,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 대한소화기병학회 등 내시경 관련 다섯 개 학회의 회장을 모두 지낸 유일한 의사이다. 감염 관리를 위해 나비넥타이를 매는 의사, 촉진으로 병을 진단하는 의사로도 유명하다. 민영일 대표원장의 저서들은 현재도 많은 의과대학의 교과서로 쓰고 있다. 취미는 의학 정보를 담은 블로그 운영으로, 일평균 5000여 명의 방문자와 블로그(https://blog.naver.com/yimin3181)에서 소통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