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病 방치하는 한국인 정신 건강 신경 안써 환자도 15%만 치료 가볍다고 놔두면 만병의 근원될 수도 참고 넘기지 말고 적극적으로 치유를
우리나라 18세 이상 성인 중 368만명(10.2%)이 매년 우울증·강박증·공황장애 같은 23가지 정신질환 진단을 받는다.(보건복지부 2011년 자료 추산) 무기력·우울감·불안함 등으로 정상 생활이 힘든 기간이 2~3주 이상 지속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진료와 약물치료가 필요한 경우다.
병원 치료를 받아야 할 정도는 아니지만 스스로 조절하기 힘든 불안·우울·화 같은 증상 때문에 힘든 시간을 2주 이내 짧게 경험한 성인까지 합치면, 700만~900만 명은 될 것으로 추정된다. 고대안암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민수 교수에 따르면, 우울증이 의심되는 증상이 있는 사람의 수가 우울증 환자의 1~1.5배였다.
전문가 상담이나 치료를 받아야 할 정도는 아니더라도 ‘마음의 병’을 앓는 사람이 늘고 있다. 방치하거나 감추지 말고 적극적으로 치유해야 마음과 몸의 병이 되지 않는다. 사진은 지난 9월 청평자연휴양림에서 열린 헬스조선 암극복힐링캠프의 숲 명상 장면.
/헬스조선 DB
경쟁과 갈등이 상존하는 현대사회의 특성상 어린 아이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대부분 '마음의 병'을 앓는다. 입시, 취업, 직장 동료들과의 갈등, 집안 가장으로서의 경제적인 고민, 배우자의 사별, 노년기의 박탈감 등 원인도 다양하다. 일시적으로 생겼다가 사라지기도 하지만, 심각한 정신질환으로 발전하는 경우가 점점 늘고 있다. 2011년 성인 정신질환 환자 수는 2006년에 비해 23% 늘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마음의 병을 방치하는 경향이 있다. 정신질환 환자 중에서 정신건강 전문가를 만나 상담이나 치료를 받은 사람은 15.3%에 불과하다. 미국인(39.2%), 호주인(34.9%)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보건복지부 자료). 가벼운 마음의 병을 앓고 있는 사람은 말할 것도 없다.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정현 교수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마음의 병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는 이유는 크게 4가지다. 첫째, 자신의 마음이 건강하지 않다는 사실 자체를 모르는 경우가 많다. 스트레스 상황, 불편한 마음은 누구에게나 있는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둘째, 마음의 병이 있다는 것을 알아도 심각하게 여기지 않는다. 셋째, '정신병이 있는 사람'으로 낙인 찍힐까봐 병원 상담 등을 꺼리는 경향이 있다. 넷째, '상담을 하면 정신장애 진단 기록이 남아서 직장을 구하거나 보험 가입에 불이익을 당할 것'이라는 오해도 한몫 한다.
하지만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받더라도 상담만 할 정도라면 정신질환 진단 기록이 남지 않는다. 김 교수는 "오히려 마음의 병을 방치하면 심각한 정신질환으로 발전할 수 있다"며 "치료가 늦으면 자주 재발하고 심혈관질환, 암 같은 신체질환으로 번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마음의 병'은 그냥 참고 넘길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치유해야 한다. 최근 힐링여행, 음악·미술 치료, 명상 등 마음치유 프로그램에 대한 관심이 높고, 정신건강과 관련된 의료 복지 환경이 개선되는 것도 이런 인식에 기초한다.
김정현 교수는 "마음이 조금 힘들 때부터 적극적으로 치유하려고 노력하면 삶의 질이 높아지고, 정신질환을 예방할 수 있다"며 "몸 건강만큼 마음 건강에도 관심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