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에게 배우는 인체생리학

변비로 고생 중? 어떻게 하면 나을까

서울부민병원 응급의료센터박억숭 과장
입력
2020-04-14

대장의 수분 흡수

변비(constipation)는 배변 횟수가 3~4일에 한 번으로 적고, 배변 행위가 힘든 경우를 말한다. 변비의 원인은 뭘까? 아주 다양하다. 당뇨병, 갑상선저하증 등의 ‘전신질환’, 치매, 파킨슨병, 척추 외상 등의 ‘중추신경계 이상’, 대장암과 탈장 등 복부 아래의 ‘기질적인 질환’, 우울증 등의 ‘정신질환’ 그리고 마약성 진통제 등의 ‘약물’까지도 변비를 일으킬 수 있다. 원인이 복잡해 보이지만 간단히 결론 내리면 ‘큰창자의 운동 그리고 물’과 관련이 많다.

우리가 섭취하는 ‘음식물의 영양소와 물’은 대부분 작은창자를 지나는 동안 흡수된다. 흡수되지 않았던 영양소들은 큰창자의 단순 원주상피를 통해 흡수된다. 큰창자의 술잔 세포(goblet cell)에서 분비되는 ‘뮤신’은 내용물이 미끄럽게 지나가도록 도와준다. 하루 동안 우리 몸에는 약 9ℓ의 물(마시는 물과 소화관에서 분비되는 물을 합친 양)이 소화관을 통해 흡수된다. 이 가운데 약 95%는 작은창자, 약 4%는 큰창자를 통해 흡수되고 나머지 1%는 대변을 통해 배설된다. 큰창자 안쪽 면의 상피세포인 큰창자 세포(colonocyte)는 여러 종류의 막 단백질(Na⁺-K⁺ ATPase, Na⁺ channel, Na⁺-Cl¯ channel)을 이용하여 이온과 함께 물을 흡수한다.


큰창자의 운동과 배변

큰창자로 들어온 찌꺼기는 분절운동을 통해 계속 혼합된다. ‘덩어리 이동(mass movement)’이라는 큰창자의 고유한 ‘수축 운동’으로 내용물이 이동하고 ‘배변 반사(defecation reflex)’로 대변이 배출된다.

‘덩어리 이동’은 큰창자 분절의 지름을 감소 시켜 내용물을 전진시키는 운동이다. 하루에 3~4회 일어난다. 음식 섭취로 위가 팽창하면서 자극-반응하는 위-대장 반사를 통해 그 횟수가 결정된다.

‘배변 반사’는 큰창자 벽의 팽창으로 시작되는 반사로 배뇨와 비슷하다. 비어있던 곧창자(큰창자의 제일 끝부분부터 항문까지의 부위)가 팽창하여 내압이 약 30~40mmHg가 되면 ‘변을 보고 싶다’는 느낌이 든다. 참다가 압력이 100~200mmHg 이상으로 올라가면 똥을 누는 게 아니라 싸게 될 수 있다.

‘배변 과정’은 곧창자 근육의 불수의적인 수축과 내항문 괄약근(internal anal sphincter)의 이완으로 배변물이 항문으로 밀려 들어가는 것이다. 동시에 의지로 조절되는 외항문 괄약근(external anal sphincter)이 이완되면서 배변물이 배출된다. 이때 코와 입을 막은 상태에서 배에 힘을 주면서 강하게 숨을 내쉬는 방법인 ‘발살바 조작(Valsalva maneuver)’이 배변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배변은 심리적인 상태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스트레스로 장운동이 감소’하면 변비가 생길 수 있다. 또한, 사람이 의식적으로 배변 반사를 반복적으로 무시하게 되면(참으면), 큰창자에 남아있던 대변은 계속해서 물을 빼앗긴다. 결국, 변은 딱딱해지고 꼬이고 장에 박혀있게 되는 것이다. 이로 인해 대변을 참으면 변비가 생길 수 있다. 배설의 욕구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행위로 ‘욕구가 생기면 참지 말고 바로 실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정해진 시간에 변기에 앉는 습관, 물과 섬유소를 많이 섭취하는 식단, 변연화제(stool softner)나 하제(laxative) 사용도 변비 완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참고로, 관장(enema)에 사용되는 ‘글리세린(glycerin)’ 성분은 물을 빨아들여 변을 무르게 한다. 딱딱해진 대변이 충분히 물을 흡수해서 부드러워져야 배변을 쉽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관장액을 넣은 시점에는 곧창자 내압이 더욱 증가해 배변이 힘들다. 그래서 관장 후 효과적인 배변을 위해 ‘물이 충분히 흡수되는 시간(10~15분)’ 동안의 인내(?)가 필요하다.

* 본 칼럼의 내용은 헬스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인체생리학을 기반으로 인간에게 각종 질환이 왜 생기는지에 대한 기전을 알기 쉽게 정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