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 성인 인구 6%가 앓고 있는 편두통의 새로운 치료법이 제시됐다. 이는 지난 14일 서울에서 개최된 아시아두통학회에서 발표된 것으로, 보톡스 치료와 신약 라스미디탄에 대한 임상 연구다.
보톡스는 현재 전세계 90개 국가에서 만성편두통 치료제로 사용되고 있다. 또한 만성편두통 예방 치료제로 미국 FDA의 승인을 받은 것은 보톡스가 유일하다. 미국신경과학회(ANN)은 보톡스 치료가 만성편두통 환자에게 반드시 시행해야 하는 치료라고 권고할 정도로 일반적인 치료다. 국내에서는 4상 임상이 끝났고, 곧 치료에 이용될 예정이다. 대한두통학회 주민경 부회장(강남성심병원 신경과 교수)은 "한국 편두통 환자들은 서양에 비해 편두통 관련 증상, 진단, 체질량 등이 달라 보톡스 치료 시 한국인만의 효과와 안전성을 연구할 필요가 있었다"며 "이번 연구에 따르면 보톡스를 투여한 국내 환자들이 일상 생활 장애 평가에서 현저히 낮은 점수를 받는 등, 좋은 치료 결과를 보였다"고 말했다. 해당 연구는 글로벌 임상으로 미국, 호주를 포함해 716명의 만성편두통 환자를 대상으로 했다. 한국에서는 6개 병원에서 80명의 환자가 참여했으며, 24개월간 3개월에 1회씩 투여받았다. 이마·머리·뒷목 근육 등에 총 155유닛을 주사했다. 연구 결과,환자들은 한달에 나타나는 두통 일수가 평균 21.9일이었지만, 보톡스 치료 60주 후에는 12일, 108주 후에는 10.1일로 크게 감소했다. 편두통으로 인한 일상 생활 장애 평가(MIDAS) 점수는, 치료 전 60.5점에서 치료 108주 후에는 23.2점으로 낮아졌다. 점수가 낮을수록 일상 생활 장애가 덜하다는 뜻이다. 7명은 피부가 당겨지는 느낌, 눈꺼풀 떨림 등의 부작용이 있었다. 대한두통학회 김병건 회장(을지병원 신경과 교수)는 "피부가 당겨지는 느낌 등이 생겨도 몇 달 후에는 도로 원상복구 돼, 안전하다"고 말했다.
신약 라스미디탄은 급성편두통 치료 약물이다. 현재 쓰이고 있는 약으로는 트립탄제가 있다. 트립탄제는 두통이 발생할 때 나타나는 뇌혈관 확장과 신경 과민을 억제해, 통증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혈관을 수축시키는 작용이 있어, 심혈관 질환을 가지고 있는 편두통 환자가 복용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다. 라스미디탄의 경우 세로토닌 수용체와 신경계에 작용해, 혈관 수축 없이 편두통을 완화하는 게 특징이다. 아시아두통학회에서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라스미디탄을 투여한 환자는 2시간 뒤 두통 증상이 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100mg 투여 환자는 28.2%, 200mg 투여 환자는 32.2%에서 증상이 사라졌다.
대한두통학회 조수진 부회장(동탄성심병원 신경과 교수)는 "두통으로 일상생활이나 업무능력이 저하되는 것은 물론, 응급실을 찾을 정도로 두통은 심각한 병이다"라며 "새로운 치료법 외에도, 다양한 방법으로 두통을 치료할 수 있으니 한 달에 8번 이상 두통이 있으면 병원을 찾는 게 좋다"고 말했다.
